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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힌다고 주가 오를까…미국 주식은 실적부터 따져야

14일 CPI·15일 PPI 발표…원가·판매량·주가 수준 등 꼼꼼히 따져봐야

[비즈한국] 기름값이 내려 물가가 덜 오른 것과 손님이 줄어 가게들이 값을 내린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소식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뉴스를 보고 주식을 사려면 가격이 왜 덜 올랐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오는 14일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렸고, 이번 달 회의는 27~28일 열린다. 물가가 안정되면 추가 인상 우려는 줄어든다. 하지만 주식을 고를 때는 금리 전망만큼 기업 이익을 봐야 한다.

CPI가 낮게 나왔다면 어떤 항목이 전체 숫자를 끌어내렸는지 봐야 한다. 8월 CPI는 전월보다 0.4% 올랐는데, 휘발유 가격이 3.9% 뛰면서 전체 상승 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도 0.3% 올랐다. 이번에 휘발유 덕에 전체 숫자가 내려가더라도 집세와 서비스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물가 부담은 그대로다.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 폭이 몇 달째 줄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신호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낮아져도 주식시장에 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가 하락이 기업 이익을 늘리는지, 소비 위축으로 판매량까지 줄어드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사진=생성형AI

다음 날 나오는 PPI도 함께 봐야 한다. 연준의 물가 목표 2%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이고, PCE에 들어가는 의료서비스 가격 일부를 PPI에서 가져온다. PPI 발표 뒤 금융회사들이 PCE 전망을 올렸다면 CPI가 좋게 나온 효과는 반감된다. 추가 인상 가능성이 줄어도 연준이 높은 금리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PPI는 기업 실적을 따질 때도 필요하다. 밀가루 공급업체가 받는 가격이 내려가면 그 밀가루를 사는 식품회사의 원가 부담이 준다. 다만, PPI 전체 숫자보다 관심 기업이 실제로 쓰는 재료 항목을 찾아봐야 한다. 예전에 비싸게 사둔 재고가 남아 있거나 몇 달 치 공급가격을 미리 정해뒀다면 원가 하락이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비용이 줄어드는 동안 소비자가 계속 물건을 사준다면 그 기업은 투자 후보가 된다. 식품회사가 제품 가격과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재료를 싸게 사면 이익이 늘어난다. 운송업체도 일감과 운임을 지키면 연료비 하락이 그대로 이익으로 남는다. 관건은 할인이나 광고를 크게 늘리지 않고도 고객을 붙잡느냐다. 아낀 비용을 가격 인하나 판촉비로 다시 써야 한다면 이익은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

물가가 안정되고 소비와 기업 이익도 버틴다면 미국 주식을 사기 좋은 여건이 된다. 개별 기업의 비용과 판매량까지 따지기 어렵다면 S&P500처럼 여러 업종의 대형주를 담은 지수 ETF가 대안이다. 한 회사를 잘못 고를 위험은 줄지만 시장 전체가 하락할 때의 손실은 그대로 떠안는다. 일부 대형주에 비중이 쏠려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손님이 줄어 기업들이 값을 내리면서 물가가 둔화한 것이라면 판단이 달라진다. 원가가 내려 개당 이익을 지켰더라도 팔리는 개수가 크게 줄면 회사 전체 이익은 감소한다. 이럴 때 금리 부담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경기 민감주를 서둘러 살 근거는 약해진다. 신규 매수는 줄이고 일부는 현금으로 남겨둔 채 다음 실적을 확인해도 늦지 않다.

어느 쪽인지는 소매판매와 고용 지표, 기업의 판매량과 다음 분기 전망에서 드러난다. 같은 소비재 회사라도 소비자가 더 싼 제품으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고객이 늘어나는 곳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고객과 주문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살 만한 기업을 찾았더라도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다. 좋은 물가 결과와 이익 회복을 노린 매수가 먼저 들어왔다면 발표 뒤 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예상 이익에 비해 지금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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