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4차 본교섭에서 사측이 ‘적자 발생 시 임금 조정’과 ‘성과급 일부 주식 지급’ 방안을 유지한 데 대해 노조가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데 이어, 지난 4일 진행된 5차 교섭 이후에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사 모두 협상 국면을 의식해 발언을 극도로 아끼는 가운데 향후 교섭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일 SK하이닉스 노사는 5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다만 교섭 결과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와 한국노총 SK하이닉스 청주노조 및 이천노조 등 3개 노조는 모두 대외 대응을 자제하며 교섭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불필요한 해석이나 갈등 확산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선 4차 본교섭에서는 성과급 지급 방식과 임금 체계 개편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가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회사는 성과급의 절반을 넘는 수준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유지했다. 여기에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임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의 임금체계 개편안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업황 변동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다운턴(불황)이었던 2023년 연간 7조 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노조는 적자 시 임금 조정은 사실상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과급의 주식 지급 역시 지난해 어렵게 도출한 노사 합의 취지를 훼손하는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가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분간 노사 모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마련한 성과급 제도의 지속 여부와도 맞물려 있다. 노사는 2025년 임단협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을 폐지하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지급 방식은 당해연도에 현금 80%,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올해 회사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면서 합의의 지속 여부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가 SK하이닉스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성과보상 체계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가 도입된 이후 다른 기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진 만큼, 주식 지급 방식으로 합의할 경우 관련 논의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할 경우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장기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주가 변동 위험을 떠안게 되고 일정 기간 매도가 제한될 경우 성과급의 실질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한편 지난 3월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개정 이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업이익 N% 성과급’ 및 노란봉투법 관련 토론회에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성과급은 근로 성과에 대한 임금이 아니라 기업이 거둔 이익의 사후적 분배에 해당된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산정 방식과 지급 규모 모두 임금을 보완하는 부수적·보충적 급여인 복지와 성격이 다르다”며 “기업이 노조와 자율적으로 합의해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