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이 결과물을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결과는 점점 쉽게 복제됩니다. 하지만 결과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설득했는지, 과정은 복제되지 않습니다.” 신명섭 SHARE X 총괄디렉터 겸 PLUS X 고문은 29일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6’ 강연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험의 공유, 공유의 가치’를 주제로 기록과 공유를 통해 브랜드 고유함을 만든 경험을 소개했다.

신명섭 총괄디렉터는 안그라픽스와 네이버를 거쳐 2010년 동료들과 디자인 전문회사 플러스엑스(PLUS X)를 공동 창업했다. 플러스엑스는 브랜드 전략과 시각디자인, 디지털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회사다. 신 디렉터는 현재 디자인 실무 교육 플랫폼 쉐어엑스(SHARE X)도 총괄하고 있다.
플러스엑스는 홈페이지에 디자인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자세히 공개한다. 프로젝트 배경과 전략, 결과물 도출 과정, 실제 적용 사례까지 설명한다. 이런 기록은 회사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확산됐다. 신 디렉터는 기록물 누적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었다며 “결과물을 정리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우리다움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출발은 네이버 재직 시절 업무보고였다. 신 디렉터는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네이버 프로모션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주간 업무보고에 기획 의도와 작업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이후 보고 내용을 다듬어 블로그에 올리고, 함께 일한 디자이너들의 이름과 역할도 공개했다. 신 디렉터는 “우리 팀이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기록과 공유는 실제 사업 기회로 이어졌다. 플러스엑스 창업 초기 현대카드가 신 디렉터의 블로그를 보고 ‘the Red’ 카드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한 것이다. 이후에도 플러스엑스는 작업 과정과 결과를 꾸준히 공개했다. 통합 브랜드 경험 디자인의 수주 사례가 부족하자 회사 명함과 웹사이트, 사인물 등을 직접 디자인해 하나의 프로젝트로 선보였다.
신 디렉터는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우리를 신뢰한다. 그 신뢰가 기회로 이어진다”며 “디자인 회사의 브랜딩은 로고가 아니라 어떤 가치로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만드는지를 알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하우를 공개하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우려에는 “숨기는 것보다 더 많이 알리는 것이 가치를 키운다”고 답했다.

공유의 대상은 회사에서 업계 전체로 확장됐다. 신 디렉터는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실무 디자인을 배울 기회가 달라지는 현실에 주목해 쉐어엑스를 시작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디자인 기업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브랜드 전략과 UX·UI, AI, 제품·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 42개를 제작했다. 누적 수강 수는 약 3만 건에 달한다.
교육 콘텐츠도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프로젝트 리뷰 A to Z’는 프로젝트 배경부터 전략 제안, 아이디어 수정과 최종 결과까지 실제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신 디렉터는 “과정의 이야기는 결과보다 더 큰 영감과 배움을 준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워크숍에서는 참가자 15명 중 5명을 채용하는 성과도 거뒀다. 그는 “가르치려고 시작했는데 우리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신 디렉터는 “이제는 누구나 잘 만든다. 그러나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고민과 선택은 그 사람과 회사만의 경험”이라며 “우리만 알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 기록하고 공유할 때 고유함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경력을 쌓아도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공유가 새로운 시도와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