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가장 보통의 투자
“10월은 쉰다는데…⁠” 금리 시계 앞당길 9월 금융취약성지수

금리 결정 새 변수로 떠오른 FVI…대출·채권·현금 비중 다시 계산해야 할 때

[비즈한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7월에 이은 두 달 연속 인상, 3년 7개월 만의 백투백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였다. 7월 소비자물가는 2.8%로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오히려 2.6%로 올랐고, 한은은 올해 근원물가 전망치를 2.4%에서 2.5%로 상향했다. 여기에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3.3%로 0.7%포인트 끌어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도체가 끌고 가는 성장세가 이 정도라면 금리를 올려도 경기 부담은 줄고, 소득과 소비를 통한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오히려 커진다는 뜻이다.

지난 7월 16일 오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물가만으로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 채권시장 전문가 10명 중 8명은 동결을 점쳤다. 이들 대부분은 추가 인상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8월에는 쉬고 10월이나 11월에 올릴 것으로 봤다. 방향이 아니라 시점을 달리 본 것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27일 서울 기자간담회에 이어 현지 시간 28일 잭슨홀에서도 그 가중치의 근거를 설명했다. 금융취약성지수(FVI)다. 신용, 자산가격, 금융기관 복원력 세 축에 걸친 64개 지표를 하나의 숫자로 묶은 지표인데, 100이 1997년 2분기, 외환위기 직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79.5, 레고랜드 사태 직전 65를 찍었고 이후 37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금 다시 가파르게 올라와 장기 평균에 닿았다. 신 총재는 9월 점검 때 공개될 수치는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총재가 이 지표를 물가와 전혀 다른 성질의 문제로 취급했다는 점이다. 신 총재는 물가라면 늦어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 볼커가 그랬듯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고 침체를 감수하면 값은 비싸도 결국 잡을 수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취약성은 다르다고 했다. 이미 높아진 뒤의 긴축은 “바늘 가지고 터뜨리는 것”이어서 호미로 막을 시점을 놓치면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얘기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속도 조절 신호로 읽었다. 의결문에서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빠졌고, 향후 6개월 점도표 21개 점 중 3.25%가 10개로 가장 많다. 증권가는 일단 10월 동결로 보고 있다. 다만 다음 인상 시점은 11월과 내년 1분기로 갈리고, 최종금리도 3.25%와 3.50% 전망이 맞선다.

그런데 신 총재가 예고한 FVI의 장기 평균 돌파는 9월이다. 돌파 자체가 곧 인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 총재도 지수의 수준뿐 아니라 상승 속도와 주택가격·신용·레버리지를 함께 보겠다고 했고, 10월 금통위 전까지 8·9월 물가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도 확인하겠다고 했다. 다만 9월에도 가파른 상승세가 확인되고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지켜보겠다는 시장의 시간표는 흔들릴 수 있다.

인하도 마찬가지다. 시점을 가늠하려면 소비자물가만 봐서는 부족하다. 근원물가와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집값과 가계부채, FVI가 계속 오른다면 인하는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9월 금융안정 점검 자료가 물가 발표만큼 중요한 일정이 된 이유다.

미국도 방향은 같다. 같은 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잭슨홀에서 인플레이션이 65개월간 목표를 웃돌았고, 목표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2%이며, 수단은 단기금리이고, 따라서 할 일이 남았다는 순서로 말했다. 신 총재는 이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상당한 시사로 읽었다. 다만 신 총재는 미국이 올린다고 우리가 반드시 따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며, 금리 차를 산수로 계산해 판단하는 방식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목할 것은 워시가 상시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겠다고 한 대목이다. 중앙은행이 말을 많이 할수록 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발견하는 능력을 잃는다는 논리이고, 그 학술적 근거 중 하나가 공교롭게도 신 총재의 연구다. 중앙은행의 예고에 덜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컨센서스가 빗나갈 가능성과 빗나갔을 때의 충격을 투자자가 더 직접 감당해야 한다. 무엇을 사고팔지가 아니라 얼마나 크게 베팅할지의 문제다.

우선 신규 주택담보대출이라면 고정금리 비중을 다시 계산해볼 만하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사 온 투자자라면 듀레이션을 크게 늘리는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을 봐야 한다. 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짧은 만기로 굴리며 재예치하는 전략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마지막은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28일 주간 거래에서 1372.5원에 마감했다. 13개월 만의 최저이자 연저점이다. 신 총재는 27일 서울에서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고, 이튿날 잭슨홀에서는 환율이 과거 평균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적정 수준은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20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환율을 밀어 올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연간 집행 한도가 최대 200억 달러이고 그마저 ‘최대’일 뿐이며,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만으로 감당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환율을 수익의 일부로 계산해온 투자자라면 환차익을 0으로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화 강세로 환손실이 얼마나 나는지까지 넣어 다시 계산해볼 때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는 것은 중앙은행만의 일이 아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