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고 밝혔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네 가지를 들었다. 근본 원인은 수도권 일극 체제와 부동산 불패 신화이고, 여기에 성장률 회복에 따른 유동성 증가, 그리고 단기 원인으로 공급 축소가 겹쳤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대목은 마지막이다.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허가와 착공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전 시장 탓이라는 주장은 핑계로 규정했고,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특정 지역의 폭등을 불렀다는 점도 짚었다.

숫자는 맞다. 그러나 인과는 틀렸다
먼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한 것은 통계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원인이다. 2022년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이 얼어붙고, 공사비가 폭등한 해다. 착공을 멈춘 것은 대통령이나 시장의 정책이 아니라 사업성을 잃은 현장들이었다. 같은 시기 전국 어디서나 착공이 줄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서울시장이 전국의 착공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표다. 서울 아파트 공급의 대부분은 재개발·재건축에서 나온다. 그리고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에서 준공까지 빨라야 10년, 통상 15년이 걸린다. 2022~2025년에 착공할 수 있었던 물량은 2010년대 초중반에 구역으로 지정되어 사업이 굴러가고 있었어야 하는 물량이다. 오늘의 공급 절벽을 설명하려면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10년 전,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그 시기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400곳에 가까운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재개발은 원주민을 내쫓는 악으로 규정되었고, 그 자리는 벽화와 도시재생이 채웠다. 잠실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통개발은 심의 문턱에서 수년씩 멈춰섰다. 파이프라인의 입구가 막힌 것이다.
중앙정부도 입구를 함께 막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끌어올렸다. 무너질 위험이 없으면 재건축을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켰고,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했다. 분양가상한제까지 더해졌다. 하나하나가 사업 속도를 늦추는 대못이었다.
반대편의 기록도 보아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복귀 후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해 통상 5년 걸리던 구역 지정 기간을 2년 안팎으로 줄였고, 통합심의로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 기간도 1년 이상 단축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오 시장 임기 안에 인허가를 끝내야 한다”는 말이 정설처럼 도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했고, 그 결과 목동과 상계, 일원의 단지들이 줄줄이 재건축의 문턱을 넘었다.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첫발을 뗐다. 이 시기에 공급을 줄이려는 정책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이때 지정된 구역들이 입주로 이어지는 시점은 2030년대다. 씨를 뿌린 사람과 수확하는 사람이 다른 것이 정비사업이다.
물론 현 서울시가 무결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었다가 한 달여 만에 확대 재지정한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명백한 실책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270만 호 공급 계획이 고금리 앞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행이 부족했다’는 것과 ‘공급을 줄였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막은 쪽과 뚫으려다 덜 뚫은 쪽을 같은 저울에 올릴 수는 없다.
‘평탄화’라는 말의 위험
대통령은 강남권은 내리고 외곽은 오르는 최근 흐름을 일종의 평탄화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것은 평탄화가 아니라 풍선효과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로 고가 시장의 거래가 묶이자, 수요가 대출이 가능한 가격대로 밀려 내려간 결과다. 규제선은 가격의 천장이 아니라 수요가 모이는 집결지로 작동한다. 그 집결지에서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은 자산가가 아니라 서민 실수요자다. 강남이 1억 원 내리는 것보다 노원과 구로가 1억 원 오르는 것이 서민에게는 훨씬 아프다.
대통령은 전월세 입주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세부 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세는 매매의 선행지표다. 입주 물량은 줄고, 실거주 의무로 전세 매물은 잠기고, 다주택자는 임대 공급자에서 이탈하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 하단이 밀려 올라간다. 전월세를 ‘틈새’로 인식하는 한 시장 안정은 멀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다섯 가지
첫째, 범인 찾기를 끝내야 한다. 서울 정비사업의 인허가권은 서울시와 자치구에 있고, 법령과 금융은 중앙정부에 있다. 서울시를 피고석에 앉혀놓고 서울 공급을 늘릴 방법은 없다. 공급은 협업의 산물이다.
둘째, 성과 지표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은 건축허가 건수가 늘고 있다며 조만간 자료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허가는 집이 아니다. 시장이 믿는 숫자는 착공과 준공,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다. 매주 보고를 받는다면 허가가 아니라 착공과 이주 현황을 받아야 한다.
셋째, 대못을 뽑아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을 신속히 늘리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약속이다. 그렇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분양가상한제, 이주비 대출 규제를 그대로 둔 채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밟은 채 가속 페달을 밟는 격이다. 정비사업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조합원의 사업성이다.
넷째, 임대 공급자를 인정해야 한다. 서울 전월세의 대부분은 민간이 공급한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만 규정하면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그 비용은 세입자가 치른다.
다섯째, 시간표를 구분해야 한다. 균형발전과 행정수도는 옳은 방향이지만 20년짜리 처방이다. 내년 봄 이사철의 전세난은 세종시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 장기 처방을 단기 대책의 빈자리에 놓아서는 안 된다.
맺으며
공급은 정권의 임기보다 길다. 오늘 입주하는 아파트는 10년 전 누군가의 결정이고, 오늘의 결정은 2035년의 입주로 돌아온다. 그래서 공급 부족의 책임을 묻는 질문은 늘 현직이 아니라 10년 전을 향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10년 뒤 서울의 공급을 두고 책임을 질 사람은 지금 이 정부다. 남 탓으로 지을 수 있는 아파트는 한 채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