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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닫혔다, 지금은 경기도다

서울 집값과 대출 규제가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수요는 경기 핵심 생활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즈한국]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 13억 원. 대출을 최대로 받아도 현금 6억~7억 원이 있어야 한다. 서울 전용 84㎡ 분양가는 21억 원 시대에 들어섰다. 5년 만에 두 배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실거주 의무 강화, 대출 규제가 겹쳤다. 전세를 끼고 서울에 진입하는 길은 막혔고, 현금으로 진입하는 길은 월급쟁이에게 애초에 없었다. 서울은 이제 ‘사고 싶은 시장’이 아니라 ‘살 수 없는 시장’이 됐다. 문은 닫혔다. 닫힌 문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열린 문을 찾는 것이 전략이다. 그 문이 경기도다.

서울은 공급이 없고 진입도 막혔다. 경기도는 수요가 들어오고 있고 문이 열려 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첫째, 사람과 돈이 서울에서 나가고 있다

서울 인구는 936만 명이다. 10년 만에 76만 명이 줄었다. 출산율 때문이 아니다. 주거비 때문이다.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인천과 경기로 갔다. 인구가 가면 수요가 가고, 수요가 가면 가격이 간다. 그런데 공급이 이 이동을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5년간 수도권 가구 수 증가 대비 공급 부족분은 21만 가구다. 서울만의 부족분 6만 가구를 빼면 15만 가구가 경기·인천에서 발생한 부족이다. 2025년 한 해만 신혼부부 4만 9000쌍, 이혼 1만 건, 지방 유입 3만 명이 새 집을 찾았다. 부족은 곧 가격이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산수다.

둘째, 전세가 먼저 말했다

전세는 매매의 선행지표다. 실수요가 먼저 움직이고 투자수요가 뒤따른다. 2026년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을 보라. 서울 7.6%. 그런데 광명 12.5%, 화성 동탄 11.7%, 용인 기흥 10.6%, 수원 영통과 하남이 10%에 육박한다. 서울보다 경기 남부가 먼저 뛰었고 더 크게 뛰었다. 전셋값이 오른 자리에 매매가 따라온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전세 매물이 1년 새 12% 사라졌고, 중랑구는 71%, 동대문구는 68%가 증발했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어디로 가겠는가. 경기다. 서울의 전세난은 경기도 매매 수요의 예고편이다.

셋째, 세제개편이 수요의 방향을 바꿨다

2027년 세제개편의 핵심은 초고가 주택 증세와 비거주 1주택 규제다. 시가 35억 원 이상은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세금이 늘고, 장기 보유 고령자는 직격탄을 맞는다. 공시가격 50억 원, 시가 70억 원 아파트의 종부세는 올해 937만 원에서 2028년 3296만 원으로 뛴다. 결과는 명확하다. 초고가 시장은 2027년까지 약세, 급매물은 현금 많은 부잣집 자녀가 받는다. 강남은 진짜 부자만 남는 성(城)이 된다.

그리고 밀려난 수요는 어디로 가는가. 종부세 부담이 없는 시가 20억 원 이하 구간이다. ‘똘똘한 한 채’가 ‘덜 똘똘한 한 채’로 바뀐다. 신혼부부, 강남에서 내려오는 매매수요, 전세에서 올라오는 세입자가 한 구간에서 만난다. 20억 원 이하 시장, 그중에서도 서울 외곽과 경기 핵심지가 그 전장이다. 세금은 집값을 내리지 못한다. 세금은 수요를 옮길 뿐이다.

넷째, 반도체가 유동성을 쏟아붓는다

삼성전자 36조 6000억 원, SK하이닉스 26조 원. 2026년까지 성과급과 사내대출로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최대 53조 6000억 원이다. 이 돈은 강남으로 가지 않는다. 직장 30분 거리, 15억~25억 원 신축으로 간다. 분당, 용인 수지, 광교, 동탄이다. 동탄 전셋값이 두 자릿수로 오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규제지역으로 묶어도 동탄은 멈추지 않았다. 반도체 벨트는 정책이 만든 수요가 아니라 산업이 만든 수요이기 때문이다. 정책이 눌러도 눌리지 않는다. KDI는 통화량이 1% 늘면 집값이 0.9% 오른다고 했다. 유동성은 결국 자산으로 간다. 주식이 오르면 필요한 사람은 결국 집을 산다. 올해 1~4월 증시에서 부동산으로 넘어온 3조 7000억 원 중 상당수가 30대였다.

다섯째, 키 맞추기가 남았다

서울은 2021년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쓰고 있다. 반면 인천, 파주, 일산, 산본, 중동은 아직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시장은 늘 격차를 메운다. 서울이 오르면 인접 경기가 따라 오르고, 그다음이 외곽이다. 2026년 들어 서울 외곽이 상승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 그 신호다. 전고점 미회복 지역은 ‘싸서 오르는’ 것이 아니다. ‘격차가 벌어져서 오르는’ 것이다. 순서가 정해져 있다면 남은 것은 시간뿐이다.

여섯째, 교통망이 지도를 다시 그린다

GTX가 송도, 파주, 일산, 남양주, 안산, 수원, 의왕, 의정부를 서울 30분 권역으로 묶는다. 신분당선 연장은 수원 화서·구운·호매실을, 7호선 연장은 청라·루원시티·양주 옥정을, 신안산선은 안산 성포·시흥 목감을 바꾼다. 교통망은 입지를 재편한다. 노선이 뚫리면 서울 외곽 구축보다 경기 신설 역세권 신축이 더 빠르게 움직인 사례를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봤다. 판교가 그랬고 광교가 그랬고 동탄이 그랬다.

일곱째, 왜 지방이 아니라 경기인가

“서울이 비싸면 지방을 사라”는 말은 틀렸다. 지방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수요가 부족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인구도 자금도 함께 빠져나갔다. 지방 전세가 사라진 이유는 규제 때문이 아니라 살 사람이 없어서다. 대학과 일자리가 돌아오지 않는 한 지방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경기는 서울의 수요가 넘쳐 들어오는 곳이다. 같은 ‘비서울’이지만 하나는 수요 유출, 하나는 수요 유입이다. 방향이 반대다. 서울 대안은 지방이 아니라 경기다.

그러나 경기도 31개 시군이 다 오르지는 않는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경기도는 넓다. 전고점 미회복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곳도 있다. 일자리가 없고 교통이 없는 곳은 서울이 아무리 올라도 따라가지 못한다. 선별 기준은 세 가지다. 일자리, 교통, 신축 희소성이다. 세 가지 중 둘 이상을 갖춘 곳만 본다. 반도체 벨트(동탄·영통·수지·기흥), 1기 신도시 역세권 저용적률 단지(산본·중동·일산), 비규제 2기 신도시 역세권 신축(송도·청라·검단·운정), 신설 노선 역세권(화서·목감·옥정), 그리고 저평가 구간(행신·화정·병점·세교·고덕)이다. 이 밖의 지역은 ‘경기도’라는 이름만으로 오르지 않는다.

결론-경기도는 아직 문이 열려 있다

서울 공급은 없다. 2028년 입주 물량 1만 3683가구, 서울 유일 신규 택지 염창공원은 주민 반발로 설명회조차 무산됐다. 용산공원 2만 가구도 용산구가 반대한다.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10년이고,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짓기 위해 22만 가구를 먼저 헐어야 한다. 서울 공급 부족은 사건이 아니라 구조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가격은 서울에서 경기로 흘러넘친다. 규제선은 가격의 천장이 아니라 가격이 모이는 지점이다. 서울에 그어진 규제선이 지금 경기도에 가격을 모으고 있다.

집값은 세금이 아니라 공급이 결정한다. 서울은 공급이 없고 진입도 막혔다. 경기도는 수요가 들어오고 있고 아직 문이 열려 있다. 전세가 먼저 말했고, 인구가 먼저 움직였고, 반도체가 돈을 넣고 있다. 서울 전세로 버티며 서울 매수를 기다리는 동안 서울 집값은 더 오르고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다. 하락기에 바닥을 잡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운이고, 90%는 떨어질 때 사지 못한다. 기다림은 전략이 아니다.

지금은 서울이 아니다. 지금은 경기도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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