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서울 아파트의 이름이 3년 전보다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명과 건설사 브랜드에 여러 수식어를 덧붙이기보다 간결한 명칭을 내세우는 단지가 늘었다. 핵심 입지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와 고급 주거 브랜드 적용 확대가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래어 중심의 작명 관행은 여전했다.

비즈한국이 한국부동산원 주택청약시스템 청약홈 분양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대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민영 분양아파트의 평균 단지명 길이는 2023년 9.53자에서 올해 7자로 2.53자(26.5%) 줄었다. 2023년 한 해 입주자모집공고 17건과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9일까지 공고된 16건을 비교한 결과다. 단지명 길이는 공백을 제외해 계산했으며, 보류지와 조합원 취소분 공급공고는 집계에 포함했다.
올해 10대 건설사가 시공한 서울 민영 분양아파트 이름은 모두 9자 이하였다. ‘써밋 더힐’과 ‘이촌 르엘’이 각각 4자로 가장 짧았고, ‘드파인 연희’(5자), ‘아크로 드 서초’(6자) 등도 간결한 이름을 사용했다. 반면 2023년에는 서울 분양단지 17건 중 8건이 10자 이상이었다. ‘e편한세상 강동 프레스티지원’(13자),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12자),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11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변화에는 고급 주거 브랜드 사용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울 분양공고 16건 중 9건(56.3%)에 대우건설 ‘써밋’, DL이앤씨 ‘아크로’, 롯데건설 ‘르엘’,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SK에코플랜트 ‘드파인’이 포함됐다. 2023년 서울 분양공고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 이 브랜드를 사용한 9건의 평균 명칭 길이는 6.11자로 나머지 7건(8.14자)보다 짧았다.
건설업계 선별 수주 기조도 주목할 만한 배경이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사업성이 높은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서울 핵심 입지와 고급 주거 브랜드 자체가 차별화 요소인 만큼 긴 수식어 없이도 상품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서울 송파구 마천5구역은 올해 6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참여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단지명 길이에 큰 변화가 없었다. 10대 건설사가 참여한 민영 분양아파트 공고의 평균 명칭 길이는 2023년 1월부터 10월 9일까지 9.55자, 올해 같은 기간 9.57자로 사실상 같았다. 서울과 달리 경기·인천은 9.72자에서 10.41자로, 비수도권은 9.52자에서 9.95자로 소폭 길어졌다. 지역별 분양사업 구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 셈이다.
순우리말 사용은 제한적이었다. 올해 10대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한 전국 민영 분양아파트 공고 87건 가운데 브랜드와 지명을 제외하고 순우리말을 활용한 단지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지명에는 ‘이촌 르엘’, ‘오티에르 반포’처럼 한자어 지명을 브랜드에 단순 결합하거나 ‘아크로 리버스카이’,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처럼 입지나 주거환경을 연상시키는 외래어를 덧붙인 사례가 많았다.
서울시는 아파트 이름 간소화를 권고해 왔다. 2024년 2월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발간하고 외국어와 불필요한 별칭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이름은 1990년대 평균 4.2자에서 2019년 9.84자로 길어졌다. 서울시가 2022년 실시한 시민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가 아파트 이름이 길고 복잡해 불편하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