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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3법 시행 후 ‘50배 과징금’에도 검은 거래 안 잡히는 까닭

가격 선제시 방법으로 ‘웃돈 거래’ 횡행…상습 및 영업성 판단 기준 ‘모호’

[비즈한국] “가격 제시해주세요.”

케이팝 아이돌을 좋아하는 문 아무개 씨(24)가 콘서트 티켓을 구할 때 자주 받는 메시지다. 인기 공연은 예매하기가 어렵다 보니, 종종 양도 글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판매자가 가격을 적어둔 경우는 드물다. 구매 희망자가 먼저 금액을 제시하면 판매자는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티켓을 넘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문 씨도 정가 22만 원짜리 티켓을 120만 원에 구매하는 등 원하는 좌석을 구하기 위해 정가보다 몇 배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대리 티케팅과 웃돈을 얹은 양도 거래를 반복하면서 문 씨가 지난해 콘서트와 연말 무대 등을 보기 위해 쓴 돈은 약 100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인기 공연을 중심으로 정가를 크게 웃도는 거래가 반복되자 정부도 암표 판매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였다.

지난 3월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부근에 암표 단속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암표 3법(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체육시설설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공연과 스포츠 암표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하지만 온라인 암표 거래는 가격을 비공개로 조율하는 방식이 많고, 웃돈을 주고 티켓을 사는 최종 구매자나 일부 행사 입장권 거래는 규제 대상에서 빠져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8일 시행된 개정법은 부정판매로 얻은 금액 등을 기준으로 최대 판매금액의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암표 거래를 중심으로 처벌했다면, 개정법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부정판매를 규제한다. 부정판매로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할 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높아진 뒤에도 웃돈을 얹은 티켓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3일 비즈한국 취재 결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지난 3일간 올라온 ‘엔시티127’ 콘서트 티켓 양도 글은 69건에 달한다. 상당수 판매자는 가격을 따로 적지 않은 채 구매 희망자에게 금액을 먼저 제시하도록 했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답변하지 않겠다고도 적었다. 지난달 31일 판매된 엑소 앙코르 콘서트 표 역시 티켓베이에 87건의 양도 글이 게시됐다. 정가는 19만 8000원이지만 99만 원에 거래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암표신고센터에도 법 시행 직후 신고가 몰렸다. 콘진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개정법 시행 이후 9월 1일까지 나흘간 공연 분야 온라인 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2000여 건에 달한다. 콘진원은 일반적인 신고 건은 일정 주기에 따라 플랫폼과 예매처 등에 전달하고, 상습·반복적인 암표 판매 정황이 확인될 경우 사안에 따라 관계기관에 별도로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판매된 엑소 앙코르 콘서트 표는 양도가 99만원에 다시 거래되고 있다. 사진=티켓베이 캡처

가격은 ‘제시’…얼마에 팔았는지 어떻게 잡나

개정 공연법은 최초 판매자 등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표를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부정판매’로 규정한다. 문체부는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여러 장을 판매했거나 한 장이라도 정가보다 현저히 높은 가격에 판매한 경우 등을 토대로 상습성·영업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재를 위해서는 누가 얼마에 티켓을 구입해 몇 장을 얼마에 다시 팔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문제는 실제 암표 거래에서 이런 정보가 판매글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X(엑스)에서는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제시하라’고 요구한 뒤 개인 채팅에서 금액을 조율하는 방식이 흔하다. 여러 구매 희망자가 비공개로 가격을 제시하고 판매자가 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구조라 당사자 외에는 최종 거래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 판매자가 여러 장을 반복적으로 거래했는지도 게시글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 게시글을 지우거나 여러 계정을 이용할 경우에는 거래 내역을 추적하기 더 까다로워진다. 신고된 게시물만으로 부정판매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 플랫폼의 거래 자료나 계정 정보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티켓베이 측은 “구입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했다고 곧바로 부정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부정판매에 해당하려면 ‘상습 또는 영업으로’ 판매·알선하는 등의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개정법에서는 “‘상습’과 ‘영업’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판매자가 콘서트 티켓 양도 가격을 적는 대신 구매 희망자에게 금액을 먼저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사진=X 캡처

웃돈 주고 산 사람은 제외…행사 종류 따라 규제도 달라

암표 거래 처벌 수위가 강화됐지만 일부는 여전히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글을 올린 뒤 판매자에게 정가의 두세 배를 먼저 제시하거나 실제 웃돈을 주고 티켓을 구입하더라도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개정법상 ‘부정구매’는 재판매를 목적으로 예매 과정의 보안조치를 우회하거나 공정한 구매 절차를 방해해 티켓을 사들이는 행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판매자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더라도 고가에 티켓을 사려는 수요가 이어진다면 암표 거래가 근절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행사의 입장권인지에 따라서도 법 적용이 달라진다. 개정법은 ‘공연’과 ‘운동경기’의 입장권 등을 대상으로 한다. 유료 행사나 티켓 거래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팬미팅은 콘서트와 실제 형태가 비슷하지만 공연법상 ‘공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표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한정된 입장권을 확보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판다는 점에서는 공연 암표와 같지만,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단 암표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시행 과정에서 나오는 의견과 사례를 반영해 제도를 계속 고쳐나가는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제시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면 실제 판매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맞다”며 “현행 기준에서 ‘상습’이나 ‘영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부분도 아직 모호한 측면이 있어 시행 이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 거래 플랫폼에서 암표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전달하고 있다. 한 달에 서너 차례 콘서트장을 모니터링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는지, 티켓 양도 거래가 발생하는지 등을 점검한다”고 전했다.

콘진원 관계자는 “거래 금액이 명시되지 않아 부정판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신고인이 제출한 증빙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며 “판매자와의 대화 내역과 거래·계좌이체 내역 등을 검토하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경우 플랫폼과 예매처에도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채현 기자

중소·벤처기업과 플랫폼, 콘텐츠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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