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 노동조합 내 DS(디바이스솔루션)와 DX(디바이스경험)부문 간 갈등이 조직 분리 수순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조합원 가입 자격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근로자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을 추진한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불거진 DS와 DX 간 성과급 격차가 노조 간 대립에 이어 초기업노조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집회 물품을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장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서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고 DX 소속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맞물리면서 노조 내부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초기업노조, DS만 남긴다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모바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총회를 열고 DS부문 소속 근로자만 가입하도록 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초기업노조에 가입한 DX부문 조합원은 탈퇴 처리될 예정이다.
같은 총회에서는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함께 다뤄진다. 두 사람은 모두 DX부문 소속이다. 불신임안은 각각 재적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초기업노조가 DS 노조로 조직 형태를 바꾸려는 배경에는 올해 임금협약 과정에서 커진 양 부문의 보상 격차가 자리한다. 지난 5월 체결된 임금협약에 따라 DS부문에는 일정 실적 요건을 충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됐다. 반면 DX부문에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1인당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이를 노조가 어떤 방식으로 대변할지를 두고 입장차도 커졌다. DS의 성과에 따른 보상을 별도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과 전 사 차원의 공통재원을 마련해 사업부문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맞선 것이다. DX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는 전 사 재원을 활용한 성과급 통합 분배를 요구한 반면, 초기업노조는 사업부문별 실적과 보상체계가 다른 만큼 이를 일률적으로 묶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부문장도 최근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구성원들과 소통했지만, DS와 DX의 성과급 재원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부문별 성과와 보상 수준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초기업노조가 이 같은 이해관계 차이를 조직 차원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조직 분리 앞두고 집행부 갈등도 수면 위로
조직 재편을 둘러싼 갈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조끼 등 집회 물품 구매 계약(3억 7000만 원 규모)을 맺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이에 초기업노조는 지난 9일 관련 입장문을 내고 “물품 구매 계약으로 인해 위원장 개인에게 리베이트, 수수료, 환급 등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귀속된 사실이 없다. 오히려 비교견적상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조합비 지출을 줄이고, 동시에 긴급한 조끼 배포 일정에 맞추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위원장과의 갈등으로 임명직에서 제외된 전 사무국장이 관련 자료를 반출해 외부로 전달하고 이슈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조직 재편을 둘러싼 DS·DX 간 이해관계 충돌과 함께 집행부 내부의 신뢰 문제까지 동시에 불거진 상황이다. 최 위원장 측은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이 계약 관련 내용을 외부에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이 최 위원장을 끌어내리는 방안을 논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갈등이 커졌다.
동행노조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사전에 어떤 내용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며 “‘동행노조가 선거기간을 중심으로 이슈화하고 있다’는 (초기업노조 측의)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관건은 조직 개편 이후 노조별 교섭 전략이다. 초기업노조는 이미 2027년 임금·단체협약에서 다른 노조와 공동교섭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달 6일에는 성과급 전 사 공통재원 도입과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페널티 개선 등을 내년도 교섭 요구안에 포함할지를 조합원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다.
초기업노조가 DS 중심 노조로 재편될 경우 반도체 부문의 성과와 근로조건 개선에 교섭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DX 조합원은 다른 노조를 중심으로 추가 보상 등 요구사항을 관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실제로 동행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이 끝난 이후에도 DX 직원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3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초기업노조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번 갈등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초기업노조의 규약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DS와 DX를 하나의 조직 안에서 묶어왔던 기존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2027년 임단협을 앞두고 삼성전자 노조 지형이 사업부문별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다시 짜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