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 코스피가 6900선을 회복한 데는 반도체 대형주의 힘이 컸다. SK하이닉스가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기대까지 번지면서 두 종목이 지수 하단을 떠받쳤다. 그리고 지난 21일 장 마감 뒤, 삼성전자는 약 90조~110조 원 규모의 환원 방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막대한 현금 창출력에 걸맞은 추가 환원을 요구받아 온 두 회사가 나란히 시장의 기대에 응답한 것이다.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이 있다. AI 붐을 타고 두 회사의 실적과 현금흐름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쌓인 현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물음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여기에 정부가 배당 세금을 낮추고 저평가를 풀겠다며 밀어붙인 ‘밸류업’ 정책까지 겹쳤다. 다만 이번 환원을 정책의 결과로만 보긴 어렵다. 삼성의 환원 원칙은 2024년 초 이미 나왔고, 반도체 호황이 재원을 채워줬다.

눈에 띄는 것은 두 회사가 전면에 내세운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3분기에 약 30조 원의 현금배당을 앞세웠고, SK하이닉스는 40조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물론 두 회사 모두 배당과 소각을 함께 쓴다. 삼성도 나머지 환원분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함께 검토하고, SK하이닉스도 현금배당을 병행한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앞세운 카드가 각각 배당과 소각이라는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지배구조 차이도 방식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이 금산법상 10% 규제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SK하이닉스의 소각은 최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율을 끌어올려 적용받고 있는 공정거래법상 20% 지분 요건에 여유를 만들어준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라기보다 시장의 해석이지만, 방식의 배경으로 해석할 만하다.
그런데 개인투자자에게는 배당이냐 소각이냐에 따라 돈을 받는 방식도, 내야 할 세금도 달라진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배당은 회사가 번 돈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직접 나눠주는 것이다. 통장에 현금이 꽂히는 만큼 체감이 확실하다. 대신 배당소득에는 15.4%가 원천징수되고, 이자·배당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올해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배당 상장기업의 현금배당에는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모든 배당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 기업인지와 내 금융소득 규모를 확인해야 하고, 절세 효과는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는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크다. 당장 쓸 돈이 아니라면 배당을 재투자하거나 절세 계좌인 ISA 안에서 받아 세금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자사주 소각은 결이 다르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여 없애면 유통주식과 발행주식 수가 줄어 남은 주주의 지분율과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진다. 다만 주가가 자동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자사주를 사는 데 회사 현금이 줄어드는 만큼 그 주식을 어떤 가격에 샀는지가 중요하다. 싸게 샀다면 남은 주주에게 이득이지만,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세금 면에서는 소각 시점에 남은 주주에게 배당소득세가 붙지 않고, 국내 상장주를 장내에서 파는 일반 소액주주는 매매차익에 양도세를 내지 않아 배당보다 세후 효과가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매도할 경우 증권거래세가 있고, 대주주는 양도소득세 대상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매년 현금이 필요한 사람, 이를테면 은퇴 후 배당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려는 투자자에게는 배당이 반갑다. 반대로 당장 쓸 돈이 급하지 않고 세금을 아끼며 자산을 불리고 싶은 사람, 특히 금융소득이 많아 세율이 높은 투자자에게는 소각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이 비교할 것은 100조 원과 40조 원이라는 총액이 아니라 세 가지다. 첫째, 배당이라면 지금 주가 대비 세후 배당수익률이 얼마인가. 둘째, 소각이라면 전체 주식 가운데 실제로 몇 퍼센트를 없애며 회사가 그 주식을 어떤 가격에 사들이는가. SK하이닉스의 40조 원은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한다. 셋째, 그 환원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이어질 원칙에 근거하는가. 삼성의 90조~110조 원도 모두 현금배당으로 확정된 숫자가 아니다. 우선 제시된 것은 3분기 약 30조 원의 현금배당 계획이고, 구체적인 금액과 나머지 환원 방식은 10월 말과 내년 1월 이사회에서 정해진다.
발표에 환호하기 전에 가격과 업황도 봐야 한다. 두 종목의 주가는 주주환원 발표와 기대가 알려진 뒤 크게 반등했다. 좋은 소식만 보고 뒤늦게 추격 매수하면 기대가 이미 반영된 가격에 사거나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주환원은 실적이 받쳐줄 때 이어진다. 재원이 잉여현금흐름에 연동돼 있는 만큼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환원 규모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세제 유인과 기업의 주주환원은 오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푸는 실질적인 진전이 될 수 있다. 두 회사의 결정은 회사로서는 ‘주주에게 어떻게 돌려줄까’의 문제지만, 개인에게는 ‘그 방식이 내 세금과 목표에 맞는가’의 문제다. 발표 규모에 놀라기보다 그 돈이 내게 닿는 방식을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