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귀를 막지 않는 클립형 무선 이어폰 제품이 성장세를 보이자 삼성전자도 본격 합류한다. 몰입이 필요할 땐 기존 커널형 버즈를, 러닝이나 이동 중 주변 소리를 들어야 할 땐 클립형 ‘버즈 온’을 쓰도록 해 사용 환경별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경쟁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29만 9000원이라는 가격이 납득될 착용감과 음향 성능을 구현했는지가 시장 안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갤럭시 버즈 시리즈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의 개발 과정과 전략을 소개했다.
무선 이어폰 시장 정체 속 클립형만 성장
클립형 이어폰은 귓구멍에 넣는 커널형과 달리 귓바퀴를 집게처럼 걸쳐 고정한다. 귀를 막지 않아 음악을 들으면서도 주변 대화나 교통 소리를 인지할 수 있어 야외 활동에 적합하다. 탈부착 없이 오래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도 착용감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한다.
남현정 MX사업부 프로는 “사람의 귀는 지문처럼 다 다르게 생겼다”며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귀 데이터 1억 1900만 개를 확보해 4D 시뮬레이션에 넣었다”고 말했다. 4D 시뮬레이션은 3D 형상 분석에 시간 축을 더해, 사용자가 움직일 때 귀와 제품 사이에 생기는 변화까지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피커와 배터리 배치를 조정해 귀에 닿는 압력이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하고, 두 부품을 잇는 브리지에는 형상기억합금을 적용해 귀 모양에 따라 유연하게 휘도록 했다. 이명환 MX사업부 웨어러블 상품기획그룹장은 “고정력이 세지면 착용감을 해칠 수 있어 균형점을 찾는 게 핵심이었다”며 “착용감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귀를 막지 않는 구조의 고질적 약점인 저음 부족과 누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현상) 문제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우퍼 스피커 2개로 구성된 ‘트윈부스트 스피커’로 저음을 보강하고 버즈 시리즈 최초로 ‘누음 저감’ 기술을 적용했다. 제품 뒤쪽에 낸 두 개의 홈도 소리가 밖으로 새는 것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주변 소음에 따라 음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오토 볼륨’ 기능도 넣었다.
새 라인업 출시 배경에는 최근 무선 이어폰 시장 전반이 정체된 가운데 오픈형(클립형 포함)만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흐름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821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며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오픈형 출하량은 1110만 대로 12% 늘었고, 이 중 61%가 클립형이었다. 옴디아는 오픈형 연간 출하량이 올해 4390만 대에서 2030년 9050만 대로 두 배 넘게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 그룹장은 “오픈형 이어폰은 최근 가장 큰 트렌드 중 하나다. 과거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며 “고객 수요가 세분화되는 만큼 상황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라인업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커널형을 대체하기보다 용도가 다른 제품을 추가해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갤럭시 연동 내세웠지만 가격 경쟁은 과제
다만 성장 시장에 먼저 진입한 경쟁사들과 가격 및 기능 차별화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통화 품질과 갤럭시 생태계 연동이다. 마이크 3개와 골전도 기반 진동 센서(VPU),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한 ‘인텔리전트 클리어 콜’로 사용자 목소리와 배경 소음을 분리해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선명한 통화를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또 갤럭시 AI 지원 기기와 연결하면 음성으로 제미나이 라이브를 실행할 수 있고, 이어폰을 길게 눌러 녹음한 음성 메모는 빅스비로 검색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여 전화를 받고 가로저어 알람을 해제하거나 메시지 알림을 확인하는 ‘헤드 제스처’도 지원한다. 별도 앱 없이 갤럭시 스마트폰의 설정 메뉴에서 바로 음량과 이퀄라이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편의 요소다.
버즈 온은 오는 27일 국내에 블랙 단일 색상으로 출시된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9.5시간 연속 음악 재생을 지원한다.
프리미엄 제품과 보급형 제품이 함께 경쟁하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생태계 연동과 기능 차별화를 앞세워 프리미엄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클립형 제품을 선보이는 보스는 최근 ‘울트라 오픈 이어버드 2세대’를 국내 공식 판매가 기준 35만 9000원에, ‘스포츠 오픈 이어버드’를 24만 9000원에 내놨다. 소니의 ‘링크버즈 클립’도 29만 9000원이다. 저가 제품군에서는 샤오미가 약 12만 원대의 클립형 이어폰을 출시했고, 낫싱의 서브 브랜드 CMF도 미국에서 99달러짜리 제품을 판매하는 등 가격대별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 경쟁력 관련, 이 그룹장은 “시장 환경과 전략, 제품 특성을 모두 고려해 책정했다”며 “고객에게 주는 강점만큼의 가치에 맞춰 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