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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12만 원엔 망설이고, 37만 원엔 후회” 삼성전자 주가의 온도차

몇 달 만에 달라진 실적과 기대…‘얼마나 벌었나’보다 ‘얼마나 오래 벌까’ 주목해야

[비즈한국] 삼성전자 주가가 12만 원대였을 때 한 전문가에게 매수해도 될지 물었다. “10만 원도 비싸다고 봤는데 12만 원은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매수를 망설이는 사이 주가는 계속 올랐고, 결국 올해 22만 원대에 샀다. 이후 주가는 장중 37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다시 22만 원대로 내려왔다.

같은 가격을 보는 마음은 복잡하다. 12만 원을 떠올리면 비싸고, 37만 원을 기억하면 싸다. 그러나 어느 쪽도 지금의 가치를 설명하는 충분한 근거는 아니다. 내가 얼마에 샀든, 주가가 어디까지 올랐든 회사가 앞으로 벌 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22만 원이 싼지 비싼지는 지금의 이익 전망을 놓고 따져야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37만 원대에서 22만 원대로 떨어졌지만, 낙폭만으로 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같은 가격이라도 과거 주가와 매수 시점에 따라 비싸거나 싸게 느껴질 뿐, 기업의 가치는 앞으로 벌 돈에 달려 있다. 지난 10월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주가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주 말 뉴욕증시는 ‘앞으로 벌 돈’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 현지 시간 10월 30일 인텔 주가는 28.58%, 나스닥지수는 2.86%,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0% 하락했다. 인텔과 아마존의 실적 발표 이후 막대한 AI 투자가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커졌다. 국내 반도체 투자자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충격을 AI 수요가 사라졌다는 우려로만 읽기는 어렵다. 인텔은 PC 시장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서버용 CPU 수요는 강하다고 설명했다. 공장 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도 실적 전망을 압박했다. 인텔의 주가 하락에는 사업별 수요 차이와 생산 문제, 높아진 시장 기대가 섞여 있다. 인텔의 부진을 근거로 삼성전자의 실적도 나빠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매도세가 던진 질문은 AI를 쓰는 기업들이 투자금을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느냐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의 지출은 반도체 공급사의 매출이 된다. 하지만 구매자가 그 지출을 계속 감당할 수 있어야 주문도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매출을 늘려준 AI 투자가 고객사에는 큰 지출이다. 고객사가 투자 속도를 늦추면 삼성전자의 주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이 연결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에는 더 높은 판매 가격과 이익을 기대하게 하지만, 메모리를 사서 PC와 서버를 만드는 기업에는 비용 부담이다. 인텔은 높은 메모리 비용이 PC 시장을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가격 상승이 공급사의 이익을 늘리는 동안 최종 소비자의 구매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PC 시장에서 나타난 부담을 AI 서버 수요 전체의 위축으로 확대 해석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삼성전자의 실적 자체는 크게 좋아졌다. 매수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조 1000억 원이었다. 올해 3분기는 107조 4000억 원으로 5배를 넘었다. 회사는 HBM4와 서버용 메모리 판매 확대를 설명했고, 내년에도 AI 투자와 공급 제약으로 업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22만 원이라도 이익을 내는 규모는 이전과 달라졌다.

투자자가 가격을 매기는 대상은 이제 이 높은 이익의 지속 기간이다. 반도체처럼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움직이는 사업에서는 한 해의 이익을 장기간 반복될 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호황기에 이익이 급증하면 주가수익비율인 PER도 낮아진다. 그러나 이후 이익이 줄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PER은 높아진다. 최근의 좋은 실적으로 계산한 가격 부담과 호황이 약해진 뒤의 가격 부담은 다를 수 있다.

이번 하락은 AI 산업의 종말보다 투자 회수 속도에 대한 재평가로 봐야 한다. AI 사업이 성장하더라도 투자자가 기대한 만큼 빠르고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면 주식의 평가 배수는 낮아질 수 있다. 주가를 지탱했던 성장 기대와 실제 돈을 버는 속도 사이의 간격이 쟁점이다. 좋은 산업이라는 믿음만으로 그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삼성전자를 볼 때는 메모리가 잘 팔리는지, 고객사들이 앞으로도 AI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주문이 유지된다면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투자를 줄이고 주문을 미루면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도 달라진다. 이때는 주가가 떨어졌다고 계속 나눠 사다가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에게 물을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 사도 되느냐”는 질문만으로는 판단의 근거를 얻기 어렵다. 어떤 이익을 예상해 적정 가격을 계산했는지, 고객사의 투자 계획이 달라지면 그 가격은 얼마나 낮아지는지 물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다시 22만 원대에 왔다. 이번 하락만으로 성장 스토리가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 또 37만 원까지 올랐던 것을 보고 무조건 회복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의 가격을 평가할 기준은 현재 이익의 지속성이다. 막연한 낙관이나 공포보다, 고객이 쓰는 돈과 삼성전자가 버는 돈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AI 투자 우려 속에서 필요한 태도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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