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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악한 로봇청소기 시장, 삼성·LG 안방 탈환 가능할까

기술유출 이후 중국 기업이 프리미엄 시장 주도…보안·AS 강점 국산 브랜드 수요 증가세

[비즈한국] 삼성전자가 지난 6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로보락을 월간 판매량 기준에서 제친 것으로 추정되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시장 구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다만 각종 프로모션 효과가 맞물린 결과라는 점에서 아직 판도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한때 국내 기업이 먼저 개척했다가 중국 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반격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비스포크 AI 스팀’ 시리즈 판매 호조에 힘입어 국내 로봇청소기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모션 효과가 컸던 만큼 장기적인 시장 판도 변화로 보기는 이르지만, 한때 시장을 먼저 개척했다가 중국 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국내 기업의 반격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기술유출부터 로보락 1위까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시리즈는 지난 6월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 5만 대를 기록,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달 진행한 사회공헌 행사 ‘국민 감사 페스티벌’ 영향이 컸다. 구입금액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프로모션이 맞물리며 구매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가전제품 가운데 로봇청소기 판매량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AI 기능을 강화한 ‘비스포크 AI 스팀’을 선보인 뒤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 5월 월 판매량이 처음으로 2만 대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한 것이 이번 판매 호조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다만 로보락이 국내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등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여전히 중국 업체들의 텃밭에 가깝다.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가정용 로봇청소기 출하량 기준 상위 5개 업체 모두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샤오미·나르왈 등 중국 기업이다.

지금의 시장 구도는 10여 년 전만 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보다 일찍 로봇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1988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2003년 국내 업체 최초로 로봇청소기 ‘로보킹’을 출시했고, 삼성전자도 2006년 시장에 진출했다. 2013년 당시 LG전자는 국내 시장 점유율 약 68%로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을 주도했다.

반면 당시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중국 내수시장의 개척자로 꼽히는 에코백스가 로봇청소기 ‘디봇’을 선보인 것은 2009년이다. 로보락이 샤오미와 협력해 선보인 첫 로봇청소기 역시 2016년에야 나왔다.

로보락과 에코백스 등 중국 기업들은 저가 제품 대신 자동 세척·건조와 AI 등 편의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에코백스 디봇 T90 프로 옴니. 사진=에코백스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과정에서 2013년 발생한 기술유출 사건은 지금까지 대표적인 산업스파이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자체 로봇청소기 기술력이 부족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던 중국 주요 가전업체 중 하나인 메이디는 LG전자 로봇청소기 개발 핵심 연구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핵심 기술자료를 빼내 브로커를 통해 넘긴 뒤 중국 업체 연구개발 조직으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핵심 연구원들은 주요 기술자료를 열람하고 취급·보관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기술 유출로 중국 업체들이 한국과의 격차를 6~7년가량 단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피해 규모는 7000억~1조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다만 한 건의 기술유출이 오늘날 중국 기업의 시장 장악으로 직접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시장 장악은 건습식 올인원 제품 출시 타이밍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 사건을 전후해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넓혀갔다.

중국 기업들은 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기보다 자동 세척·건조 등 편의 기능과 AI를 결합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했다. 로보락은 2020년대 초반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뒤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 2022년부터 국내 시장 선두를 지켜왔다. 에코백스도 국내 총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다 2022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직접 공략에 나섰다.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실내 청소 성능을 넘어 사용 환경과 자동화 범위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도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보락 등 중국 업체들은 잔디 위를 주행하는 로봇청소기 등 적용 공간과 기능을 확장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점유율 다툼 넘어 대중화 경쟁…삼성·LG, 보안·서비스로 반격

점유율 경쟁이 격화하는 사이 시장 자체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를 향한 수요 기반이 전반적으로 넓어지면서,국내 대기업의 공세 강화가 오히려 소비자의 구매 장벽을 낮추고 시장 저변을 넓히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중화 국면에 접어든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성능과 보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엔 흡입력과 물걸레 성능이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탑재한 로봇청소기가 집 안 곳곳을 촬영하는 ‘이동형 카메라’로 진화하면서 보안이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비스포크 AI 스팀 울트라’와 ‘비스포크 AI 스팀 플러스’를 출시한 데 이어 6월 일반형 모델까지 라인업을 넓혔다. 최신 제품에는 자사 보안 솔루션 ‘녹스’를 적용해 암호화 키 등 민감 정보를 별도 하드웨어 보안 칩에 저장하는 ‘녹스 볼트’와 연결 기기 간 보안 상태를 점검하는 ‘녹스 매트릭스’를 탑재했다. 촬영한 영상에는 종단 간 암호화(E2EE)도 적용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이 대중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성능 경쟁을 넘어 보안과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워 재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청소로봇 신제품 ‘LG 홈봇 AI 오브제컬렉션 로니’는 기존 흡입·물걸레 겸용 청소로봇 신제품의 동기간 판매량 대비 3배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도 지난달 신제품 ‘홈봇 로니’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체 보안 솔루션 ‘LG 쉴드’를 적용했고, 청소를 마친 로봇이 거치대로 복귀하면 출입구가 닫혀 카메라 노출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가전에 적용해온 보안 역량을 로봇청소기에도 이어가 사진이나 영상 등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했다”며 “위생 기능도 차별화 요소로, 걸레 세척과 오염이 심한 바닥 청소에 스팀을 활용하는 기능은 마룻바닥 비중이 높은 국내 주거환경에 적합한 요소”라고 말했다. 

드리미·샤오미·나르왈 등 후발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맞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와 방문수리 체계를 확대하고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는 한편, 개인정보와 보안에 대한 소비자 우려에도 대응하고 있다. 드리미는 데이터 서버를 한국으로 이전했고, 지난달 신제품 ‘로봇청소기 6’와 ‘6 MAX’를 출시한 샤오미도 자사 제품 관련 “AI 인식, 영상 관리 및 실시간 이미지 보기 기능은 기본적으로 비활성화돼 있으며, 앱에서 직접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보락은 별도의 ‘보안안심센터’를 운영한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4300억원에서 올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 자체가 3년 새 두 배 넘게 커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로봇청소기 구매층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시장 자체가 커지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의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도 다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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