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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다다른 가전렌털 업계, 로봇을 새 성장동력으로

코웨이·SK인텔릭스·쿠쿠, 로봇 사업 확장…구독에 방문 관리 접목해 초기 진입장벽 해소

[비즈한국]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중심의 렌털가전 업계가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환경가전 외에 헬스케어와 웰니스 등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로봇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고가 제품인 로봇에 기존 렌털·방문관리 시스템을 접목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판매 이후 유지관리까지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중심의 렌털가전 업계가 로봇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코웨이가 10월에 선보이는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으로 허리에 착용한다. 사진=코웨이 제공 

코웨이는 10월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렌털 전용 상품으로 선보인다. SK인텔릭스는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로 시장에 진입했고, 쿠쿠는 외식업 등 기업 간 거래(B2B)를 겨냥한 푸드테크 로봇을 공개했다. 사업화 속도와 방향은 각기 다르지만, 고가 로봇에 기존 유통·방문관리 인프라와 구독 모델을 접목해 이용 부담을 낮추려는 구상은 맞닿아 있다.

보행보조부터 웰니스까지…렌털가전의 로봇 실험

코웨이는 지난달 22일 글로벌 로보틱스 기업 위로보틱스와 협력한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공개하고 사전 상담 예약을 시작했다. 사용자의 보행을 돕는 착용형 제품으로, 허리에 본체를 착용하고 다리 스트랩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무게는 1.6kg으로 일상복 위에도 착용할 수 있으며 산책부터 계단 오르기, 등산 등 다양한 보행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에서 보행 리포트도 제공한다.

코웨이는 사전 상담 후 렌털 계약을 체결하는 고객에게 렌털료 2개월 반값 혜택을 제공한다. 위로보틱스가 웨어러블 로봇에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코웨이도 자사 유통·관리망을 활용해 이용료 기반 사업모델을 적용하는 셈이다.

이는 코웨이가 추진하는 라이프케어 사업 확장의 연장선에 있다. 코웨이는 올해 2월 가정용 의료기기 브랜드 ‘테라솔’을 출범하고 요실금 치료 의료기기와 개인용 저주파 자극기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음식물처리기와 벽걸이 에어컨 등으로 제품군을 넓힌 데 이어 시니어케어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시니어케어가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보행보조 로봇 출시를 계획했다”며 “주요 고객층이 40~50대 여성인 만큼 이들의 부모님에게도 제품이 적용될 수 있어 새로운 수요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웨이는 로봇청소기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정수기 등으로 확보한 고객 기반과 전국 방문관리망을 활용해 가정용 로봇 시장까지 공략하려는 구상이다. 중국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겨 판매·렌털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회사 측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에 대해 검토를 이어가고 있으나, 특정 제품 출시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SK인텔릭스의 인공지능 웰니스 브랜드 나무엑스의 자율주행·공기청정·보안 기능을 반려견 행동과 연결해 설명한 광고. 사진=SK인텔릭스

SK인텔릭스는 제품 판매를 넘어 로봇에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웰니스 브랜드 나무엑스(NAMUH X)를 출범하고 웰니스 로봇 A1을 선보였다. 현재는 이동형 공기청정 로봇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나무엑스는 자율주행으로 공간별 오염원을 감지해 공기를 정화하는 ‘에어 솔루션’과 비접촉 광혈류 측정(rPPG) 기술을 활용해 건강 지표를 확인하는 ‘바이탈 사인 체크’를 핵심 기능으로 갖췄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기반 음성 대화와 실시간 정보 제공 기능도 지원한다. 에스원과 협력해 이동형 보안 서비스를 접목하는 등 공기 관리에서 건강·보안·정서 케어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사업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강남구 로봇 테스트베드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 실증사업에 잇따라 선정됐고, KAIST와는 AI 정신건강·웰니스 서비스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에서 공식 출시 행사를 열며 첫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향후 가사 영역까지 로봇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사업의 실적 기여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SK인텔릭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9% 감소했다. 나무엑스 출시와 신사업 투자 부담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SK인텔릭스는 기존 구독 사업에서 창출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주방가전 사업을 정리하고 가스레인지·전기레인지·전기오븐 영업권을 경동나비엔에 양도한 것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이다.

포화 우려 속 제품 다변화…사업화는 아직 초기

렌털가전 업체들이 로봇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기존 시장의 성장 구조도 자리한다. 업계 추산 국내 렌털 계정 수는 약 2100만~2200만 개로 전체 가구 수 2229만 가구에 육박한다. 계정 수 확대만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가운데 제품군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코웨이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422억 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 매출은 78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고, 해외법인 매출은 5875억 원으로 24.2% 늘었다. 국내 사업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 성장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추가 수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의 렌털 시장 진입 등 경쟁 심화도 사업 다각화 배경으로 꼽힌다.

로봇은 초기 구매비용뿐 아니라 설치와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다. 위로보틱스의 보행보조 로봇 ‘윔’은 2024년 출시 당시 가격이 280만 원 수준이었다. 일시불 구매 부담을 월 이용료로 분산하고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렌털 모델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서비스형 로봇(RaaS) 시장이 2025년 22억1000만 달러에서 2035년 145억6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사업모델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쿠쿠 푸드테크 서빙로봇. 사진=쿠쿠전자 제공

쿠쿠는 푸드테크 로봇을 앞세워 외식업 등 B2B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빙로봇과 자동튀김 로봇, 전기 그릴·회전식 꼬치 로봇, 자동화 밥솥 등을 공개했다. 서빙로봇은 최대 15㎏의 적재 용량을 갖췄으며 매장 맞춤형 도입과 렌털이 가능하다. 조리와 서빙 자동화 수요를 겨냥한 제품군이다. 다만 쿠쿠홈시스는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영위하지 않는 단계라고 밝혔다. 제품 공개 이후 실제 사업화와 매출 발생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로봇 사업 확대 움직임은 각 사 정관에서도 확인된다. 코웨이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로봇 제조·판매·임대·서비스업과 정형외과 및 신체 보정용 기기, 반려동물용 기기 관련 사업을 추가했다.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서빙로봇·밥솥로봇·자동조리기 제조·판매업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 식음료 산업 관련 로봇 솔루션 제공업과 자동조리로봇의 판매·설치·유지보수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포함했다.

SK인텔릭스도 2년 전부터 인공지능 기반 제품·서비스 개발 및 공급업, 빅데이터 관련 연구개발, 서비스·산업용 로봇 부품 제조·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반영했다. 정관상 사업목적 추가는 향후 사업 범위를 넓히기 위한 사전 조치인 경우가 많다. 로봇 분야에서는 각 사가 제품 출시와 실증, 서비스 개발을 통해 사업화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국 단위 방문관리 조직과 서비스센터는 렌털가전 업체들이 로봇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다. 다만 기존 정수기·공기청정기와 달리 로봇은 제품별 작동 환경과 고장 대응, 소프트웨어 관리 등 별도의 서비스 역량이 요구된다. 로봇 사업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제품 완성도와 실사용 경험을 통해 소비자의 지속적인 이용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팔고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설치한 뒤 얼마나 오래 문제없이 쓰게 하느냐가 매출을 좌우한다”며 “올해 안에 눈에 띄는 숫자가 나오기는 어렵고, 1~2년 실사용 데이터가 쌓여야 사업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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