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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줄 세우고 호통과 삿대질, ‘빈 수레’ 국감 언제까지…

플랫폼 기업에 타깃 집중…SNS 겨냥한 ‘보여주기 식’ 행태에 발언권 부족 여전

[비즈한국] 지난달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감사를 끝으로 2026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20여 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하지만 평가는 좋지 않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국감이 재연됐고, 올해 국회에 채택된 증인·참고인 중 기업인 비중은 무려 44%에 달했을 정도로 고질적인 ‘기업인 줄세우기’와 ‘호통·망신 주기’ 구태도 답습됐다. 재계에서는 “달라진 게 없는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국감 기업인 증인, 참고인 채택 비율 44%

국정감사NGO모니터단과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 기업인이 일반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사례는 171건에 달했다. 전체 증인·참고인 채택 건수(392건) 대비 43.6%에 달하는 수치다. 중복을 제외한 실제 인원은 132명이고, 이 중 97명이 도합 116회 국감장에 출석했다.

타깃은 주로 플랫폼 기업에 집중됐다.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과방위를 비롯해 정무위, 성평등가족위 등 여러 상임위에 걸쳐 무려 5회나 출석했다. 구글의 앱마켓 인앱결제 수수료 강제, 망 사용료 회피, 유튜브 독점력 남용 등 오래된 이슈뿐 아니라, 최근 불거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정보 노출 사고’가 도마 위에 올랐고, 윤구 사장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잇따르는 해킹 사태도 이번 국감에서 불거진 이슈였다. 고객 정보 대규모 해킹 사태로 뭇매를 맞은 티빙에선 최주희 대표가 과방위, 정무위 등에 3회 출석했다. 최주희 대표는 “보안 관리에 소홀했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악의적 AI 기반 공격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해킹 기술과 AI 진화 속도에 비해 보안 투자와 대응 속도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지난 19일 정무위에선 해킹 사태와 관련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5대 은행장이 동시 출석한 것은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던 2022년 이후 4년 만이었다.

국회의원들은 이들을 상대로 ‘해킹 대응’이 미진했음을 비판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해킹 공격을 인지하기까지 각각 15시간 26분, 41시간 44분이 걸렸고, KB국민은행은 최초 공격을 탐지하고도 추가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은 각각 58%, 53%에 그친 것도 비판이 쏟아졌다. 은행장들은 입을 모아 보안 투자 확대와 인력 확충, 시스템 고도화, 피해 배상 등을 약속했다.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니…”

국정감사가 끝난 뒤, 재계와 금융권, IT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개월 전부터 전담 대관팀과 임원진이 국회 답변 준비와 예상 문답서 작성에 매달렸지만, 정작 국감장에 서는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 짧게 얘기하라”는 호통 속에 실질적인 해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플랫폼 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하루 종일 일정을 비우고 국정감사를 대비하지만 이미 언론에 대부분 노출된 사안을 지적하고 할 수 있는 대답도 ‘1~3분’ 내외에 그치지 않느냐”며 “정책적 지원이나 입법적 가이드라인 제시는 실종된 채 사과와 책임만 묻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의 관리체계에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AI를 활용한 해킹이 모든 산업군에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누구도 대비하지 못했던 상황이다”며 “오히려 은행장들 임기를 고려해 정치권이 금융권에 메시지를 보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고 토로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장을 지배한 것은 정책이나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타기 위한 숏츠 영상 제작이었다”며 “적어도 기업인들을 존중한다면 사전 진행발언을 앞세운 여야 의원들이 서로 삿대질과 고성을 삼가고, 기업인을 상대로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 방향 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변화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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