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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리니지, 메이플이냐”
K게임 ‘새 간판’이 안 보인다

국산 게임 이용률 50%까지 하락…신규 대형 IP 부재로 성장동력 ‘빨간불’

[비즈한국] 한국 게임업계의 ‘효자’들이 너무 오래 일하고 있다.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처럼 출시된 지 20년 안팎 된 게임들이 여전히 주요 게임사의 실적을 떠받치고, 이들을 이을 새로운 간판 IP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원신을 시작으로 새로운 IP를 잇달아 글로벌 흥행작으로 키우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장수 IP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에도 이제 무엇을 새로 만들어낼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핵심축은 출시된 지 20년 안팎인 장수 게임들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새로운 IP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국내 게임사도 새로운 간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에서 지난해 50.2%로 3년 만에 약 24%p(포인트) 떨어졌다. 전년과 비교해도 9.7%p 줄었다. 게임을 그만둔 이용자 10명 중 8명가량은 대체 여가 활동으로 장시간 몰입이 필요하지 않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TV,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게임사 몸값도 크게 낮아졌다. 국내 게임사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은 1일 종가 19만 9700원을 기준으로 8조 949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7조 원대까지 올랐던 시가총액이 현재 9조 원 아래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넷마블도 5조 원대였던 시가총액이 1일 2조 9022억 원으로 40% 넘게 감소했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4조 원을 웃돌았던 시가총액이 1조 8033억 원까지 내려왔다. 메리츠증권은 2일 단기적 실적 부진과 내년 주가 상승 재료 부재 등을 꼽으며 시프트업의 목표 주가를 낮췄다. 펄어비스도 신작 ‘붉은사막’ 출시 이후 판매 성과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지고 후속 콘텐츠 공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게임사마다 주가 하락 원인은 다르지만 신작의 성과와 차기 성장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통적인 과제로 꼽힌다. 게임은 개발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주력 IP가 적으면 기존 게임의 매출이 감소하거나 신작 출시가 지연될 때 실적 공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된 IP가 여전히 ‘간판’…대형 게임사 빠진 지스타

국내 주요 게임사의 실적을 떠받치는 대표 IP 상당수는 출시된 지 10년을 훌쩍 넘겼다. 엔씨소프트 ‘리니지’는 1998년 처음 등장해 올해로 28년이 됐다. 넥슨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도 2014년,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처음 출시됐다.

게임사들은 이들 IP를 모바일이나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거나 후속작을 내놓는 방식으로 생명력을 연장했다. 리니지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으로 확장됐고, 넥슨도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신작을 꾸준히 선보였다. 크래프톤 역시 배틀그라운드 IP를 모바일 등으로 확장했다. 이들 장수 IP는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각 사의 주요 성장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반면 별개의 원천 IP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워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드러난다. 올해 메인 스폰서는 최초로 비게임사인 인공지능(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맡았다. 반면 대형 게임사 넥슨, 넷마블, 엔씨는 행사에 불참할 전망이다. 이에 지스타조직위원장인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대형 게임사들도 지스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신작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5 지스타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올해 지스타에는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넥슨, 넷마블, 엔씨가 행사에 불참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새 IP 내놔도 ‘간판’ 되긴 어려워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새로운 IP 확보에 나섰지만 기존 간판작을 이을 새로운 흥행작을 만들어낸 경우는 드물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외 IP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개발뿐 아니라 해외 개발사 인수와 지분 투자를 확대했다. 2022년 인수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를 통해 신규 IP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했지만 판매 성과과 기대에 못 미쳐 인력을 감축했다. 2023년 선보인 모바일 전략게임 ‘디펜스 더비’와 턴제 전략게임 ‘문브레이커’도 배틀그라운드에 이은 주력작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신규 IP 확보 전략을 다시 강화했다. 향후 5년간 자체 제작 투자를 확대하고 퍼블리싱 규모를 늘려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빅 프랜차이즈 IP’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신규 IP를 중심으로 신작 5종을 선보인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이후 신규 IP 개발에 나섰지만 출시까지 시간이 적잖이 소요되고 있다. 2019년 처음 공개한 도깨비와 플랜8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속작이 출시되지 않았다. 지난 3월 검은사막 이후 새로운 IP인 붉은사막을 실제 시장에 내놓는 데 성공했지만 후속 콘텐츠 일정은 지연되고 있다. 첫 DLC(Downloadable Content) ‘미지의 여정’은 당초 이달 16일 출시 예정이었지만 완성도와 안정성을 이유로 2주 연기됐다.

중국 게임사, 글로벌 흥행 잇따라…해외 투자도 확대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게임사들은 새로운 IP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호요버스는 2020년 ‘원신’을 글로벌 흥행작으로 만든 데 이어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등 새로운 IP를 연이어 출시했다. 쿠로게임즈의 ‘명조: 워더링 웨이브’, 넷이즈의 ‘연운십육성’ 등도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중국 게임사는 해외 투자와 인수를 통해서도 IP와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킹넷은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네오펄스 컨소시엄에 참여해 약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네오펄스는 지난 6월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보유한 지분 39.33%를 92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기존 보유 지분을 합쳐 위메이드 지분 40.25%를 확보할 예정이다.

중국 게임사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에는 새로운 IP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게임사들이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IP를 다양하게 구축해 연간 실적의 가시성과 성장성을 확보해야만 현재 국내 게임 업계가 직면한 멀티플 디레이팅(하향 조정)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게임사와 자본이나 개발 인력 규모로 정면 경쟁하기보다 차별화된 IP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은 게임 하나에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이 투입될 정도로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한다. 국내 게임사는 리소스의 양과 질로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기획 단계부터 그 IP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게임의 성공 방식을 따라가기보다 이용자가 쉽게 이탈하지 않을 만한 고유한 강점을 가진 IP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채현 기자

통신과 플랫폼, 콘텐츠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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