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30년 된 전용면적 59제곱미터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중반 신혼 A 씨. 가진 돈에 5억 원이 넘는 대출을 일으킨, 이른바 ‘풀대출’ 구매이다 보니 인테리어는 ‘반셀프’로 하기로 했다. 서울 을지로의 방산시장을 직접 찾아가 도배장판, 화장실, 싱크대 등을 직접 계약해 수리하기로 한 것.
A 씨는 “취득세에 수리비용까지 1억 원이 넘게 들 수 있다 보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에 인테리어는 반셀프로 하기로 했다”면서도 “수리는커녕 매매도 처음이지만 동네 업체들이 견적을 적게는 2500만 원, 많게는 4000만 원도 부르다 보니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새시를 제외하고 1300만 원 정도에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견적을 받고 인테리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수원에 사는 60대 중반 B 씨는 최근 거주하던 아파트 인테리어를 ‘반셀프’와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매수한 지 15년이 지나 이사도 고민했지만, 최근 집값이 너무 오른 탓에 이사하기엔 부대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것. 집을 옮기지 않고 기존 주택을 고쳐 계속 거주하는 이른바 ‘스테이모델링’을 선택했다.
화장실과 부엌, 새시는 동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고, 도배장판, 조명, 시트지 작업 등은 B 씨가 직접 방산시장에서 업체를 찾아 각각 일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B 씨는 “처음에는 잘 몰라서 업체에 다 맡기려 했는데, 방산시장에서 직접 하니 30% 정도를 절약한 것 같다”면서도 “다시 하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개인 인테리어 시장 성장, 방산시장도 북적
최근 ‘영끌 매수세’가 수도권 15억 원 안팎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인테리어 업계에선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제한 등 각종 대출 규제가 늘어나고, 3040을 중심으로 ‘실거주용 영끌 매수’가 이어지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했다는 평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거래량은 1만1536건으로 직전 분기(1만 324건)보다 11.7% 증가했다. 2021년 3·4분기(1만 3652건) 이후 가장 많았는데, 아파트뿐만 아니라 실거주 목적의 구축 빌라 매수가 늘어났다.
올 2분기(4~6월) 국내 주요 인테리어 기업도 실적이 뛰었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은 침체됐지만, 개인 대상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이 증가한 덕분이다.
한샘은 올 2분기 매출 4172억 원, 영업이익 113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400% 늘어났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인 ‘리하우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9억 원 적자에서 102억 원 늘어난 93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LX하우시스도 올 2분기 매출 9397억 원, 영업이익 549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329% 늘어난 수치다.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오늘의집도 지난해 매출 321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1.7% 성장했다.
“수리비도 신용대출” 힘들어도 반셀프로 비용 아껴
업계는 3040세대가 인테리어를 ‘기본값’으로 생각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10년 넘은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3040세대는 10명이면 10명 다 수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수리하느냐를 놓고 생각이 다를 뿐”이라며 “도배장판은 기본이고, 대부분 화장실 정도까지는 수리를 하는데 워낙 아파트 가격이 높다 보니 ‘가성비’를 쫓는 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를 매수해 이번 주부터 수리를 시작한 C 씨 역시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새시를 제외한 자재 대부분을 브랜드 없는 것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신혼부부 중 5년 내 신축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서울에 얼마나 되겠나. 구축 아파트에서 오래 살아야 하니 수리비 3000만 원이 드는데 이마저도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앞선 A 씨 역시 “매수한 집은 10년 전 부분 수리를 했다는데, 다른 사람이 쓰던 화장실을 쓰는 게 찜찜해서 무조건 수리를 하자고 아내와 뜻을 모았다”며 “대출금액이 워낙 커 최소 5년 이상은 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거꾸로 ‘수리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귀띔했다.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를 매수, 반셀프 방식으로 인테리어해 2년 넘게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 D 씨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수리 일정 조율이 힘들었지만, 최소 2000만 원 이상 절약했다는 생각에 만족도가 높다”며 “주변 선후배들을 보면 아예 매수할 때부터 수리비와 세금까지 적어도 1억 원 정도는 다들 생각하고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