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영업 목적으로 경쟁업체 회원정보 30만여 건을 해커에게 의뢰해 빼돌린 혐의를 받는 결혼정보업체 ‘모두의지인’ 운영사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경쟁업체 고객관리시스템에 직접 무단 접속해 회원정보를 취득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최근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결혼정보업계에서도 정보보호 책임이 부각되는 가운데, 경쟁사 회원정보를 영업에 활용하려 한 업체 대표의 범행이 드러나면서 업계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제8-3형사부(재판장 최진숙)는 지난달 1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테키의 신 아무개 전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회사는 1심과 같은 벌금 700만 원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으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다시 정했다.

텔레그램 통해 해커에 1년여간 수차례 의뢰
신 전 대표는 2020년 9월 텔레그램으로 전문 해커에게 경쟁 결혼정보업체와 소개팅 업체의 웹서버 해킹을 의뢰하고 해커로부터 고객정보 파일을 차례로 전달받았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가 앞서 같은 해 6월께 결혼정보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쟁업체의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해커를 통해 구입하거나 서버를 해킹해 확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했다.
신 전 대표는 경쟁사 두 곳의 고객정보를 사들인 데 이어 해커에게 결혼정보업체 A와 소개팅 정보업체 B의 서버 해킹을 추가로 요청했다. 범행은 2021년 12월까지 이어졌다. 신 전 대표가 해커에게서 구매하거나 해킹을 의뢰해 취득한 경쟁업체 회원 개인정보는 총 30만 6117건에 달한다. 여기에는 이름과 연락처뿐 아니라 나이, 학력, 직업 등도 포함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신 전 대표는 해커에게 범행 대가로 약 1000만 원을 지급했다.
해커 의뢰에 앞서 직접 타사 회원정보를 확보한 정황도 유죄로 인정됐다. 2020년 7월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당시 신 전 대표와 창업을 논의하던 경쟁업체 소속 성 아무개 씨가 신 전 대표의 노트북으로 고객관리시스템에 접속했다. 이후 해당 노트북에서 별도 로그인 없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게 되자, 신 전 대표는 이를 이용해 무단 접속하고 회원 116명의 이름·나이·연락처·직업 등이 표시된 화면을 캡처해 저장했다. 이후 모두의지인 공동대표에 취임한 성 씨도 관련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 기소되지 않았다.
모두의지인은 듀오·가연 등 기존 강자가 자리한 업계에서 유튜브 콘텐츠 마케팅과 인공지능(AI) 매칭을 앞세운 결혼정보 플랫폼이다. 운영사 테키가 2020년 7월 사업 목적에 결혼정보제공업을 추가하며 진출했고, 같은 시기 커플 매칭 매니저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성 씨가 공동대표로 합류하며 주목받았다.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는 성 씨도 이 사건 관련해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아 기소되지 않았고 이 사건은 신 전 대표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됐다.

민감정보 다루는 결혼정보업체, 해킹에는 사실상 ‘무방비’
결혼정보업체가 보유한 회원정보는 일반적인 서비스의 개인정보보다 사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정보가 유출되면 사칭이나 스팸 피해를 넘어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기본 인적사항뿐 아니라 혼인 이력과 가족관계, 학력, 직장, 신체조건 등 개인의 생활과 성향을 드러내는 정보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회원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고객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사업자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는 지난해 1월 직원의 업무용 PC가 해킹돼 정회원 42만 7464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름과 연락처, 주소는 물론 종교·학력·직장명, 건강정보와 이혼·재혼 등 혼인 이력과 사유 등도 유출 항목에 포함됐는데 이 사건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발표로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에 알려졌다.
개인정보위는 듀오에 과징금 11억 9700만 원과 과태료 1320만 원을 부과하며 “유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회원에게 통지하지 않는 등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제재 사유로 밝혔다. 현재 피해 회원 1000여 명이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나선 상태다.
모두의지인 사건과 관련해 2심 재판부는 침해된 정보에 성별·나이·학력·직업 등 사적 내용이 포함됐고 피해자들이 정당한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고 짚었다. 신 씨가 초범이고 반성하는 점은 유리하게 봤다.
법인 등기에 따르면 신 씨는 2020년 2월 대표이사에 취임해 최근까지도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맡다가 올해 6월 자리에서 사임했다.
이와 관련해 모두의지인 측에 피해 회원 보상 및 조치 계획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