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가속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AMD가 한국 기업들과의 장기 협력을 통한 AI 생태계 구축에 팔을 걷어붙였다.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지목하며 3~5년을 내다본 협력 계획을 강조했다.

수 CEO는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 직후 미디어 Q&A에서 “공급망이 워낙 복잡해 1~2년이 아니라 앞으로 3~5년을 내다보고 파트너들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핵심 공급망 파트너”라고 말했다.
차세대 AI 가속기 공급도 이미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수 CEO는 “차세대 MI455와 헬리오스 시스템 출하를 이미 개시했고 모두 HBM4 기반 시스템”이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 두 파트너 모두에게 훌륭한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HBM4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메모리로 AI 가속기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와 AMD는 지난 3월 HBM4 공급과 차세대 DDR5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MI455X용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수 CEO는 현재 메모리 수급 상황을 두고 “공급이 매우 빠듯한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AMD 역시 메모리 사용량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파트너사에 생산능력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날 대만에서 공급망 파트너들을 만난 데 이어 한국을 찾은 것도 이 같은 장기 공급망 구축의 일환이다.

내년 AMD가 AI 칩 공급을 크게 늘릴 계획을 드러내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밝혔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메모리를 넘어 파운드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수 CEO는 삼성전자를 “여러 영역에서 훌륭한 파트너”라고 평가하면서 “파운드리를 포함해 계속 협력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양 사는 3월 MOU에서도 차세대 AMD 제품의 파운드리 협력 기회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방한은 공급망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다. 수 CEO는 이날 오전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만나 AMD의 한국 AI 연구센터(CoE)를 연내 설립하고 수백 명 규모의 연구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후 퓨리오사AI·업스테이지 등 국내 AI 반도체·소프트웨어·클라우드 기업 13곳과 만나 AMD의 CPU·GPU와 국내 AI 반도체를 결합하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 방안도 논의했다.
수 CEO는 한국을 공급망뿐 아니라 AI 개발의 거점으로 평가했다. “공급망, 대학, 스타트업, 대기업 어느 쪽을 보더라도 인재가 풍부하다”며 업스테이지 등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력 확대도 거론했다.

게이밍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성능 개선을 PC와 휴대용 기기로 확대한다. 잭 후인 AMD 컴퓨팅·그래픽 그룹 총괄 수석부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CPU와 GPU를 결합한 APU 전반으로 ‘FSR’ 지원을 확대하고, APU에 최적화한 경량형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SR은 낮은 해상도로 만든 게임 화면을 보정해 화질을 유지하면서 더 높은 프레임률을 구현하는 AMD의 그래픽 기술이다.
후인 수석부사장은 오픈 웨이트 AI 모델의 발전으로 대규모 AI 모델을 PC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첨단 모델은 클라우드에서 구동하되 나머지 작업은 PC 등 로컬 기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수 CEO는 이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과 만난 데 이어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도 회동한다. 수 CEO는 “반도체는 팀 스포츠”라며 “지금은 제 커리어에서 본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라고 말했다. 수 CEO는 이날 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