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기 안산시 본가에서 지내던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소재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봤다. 처음에는 비교적 넓은 집을 찾았지만 수십 건에 지원하고도 번번이 떨어졌다. 결국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청 면적을 줄였다. 그렇게 새 직장에 출근하기 한 달 전인 지난 2월, 전용면적 17㎡인 금천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년매입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주거비는 저렴했지만 공간은 빠듯했다. 보증금은 840만 원, 월세는 24만 원으로 관리비와 공과금을 더해도 월 주거비가 인근 민간 원룸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본 옵션만으로도 실내가 거의 가득 찼고 빨래건조대를 펴면 다른 활동이 어려웠다. 철 지난 옷은 매번 본가로 보내야 했고, 본가에서 하던 실내운동과 꿈꾸던 실내 영상 촬영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A 씨는 “집에서는 뭘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LH가 짓고 사들인 청년임대 절반 이상 ‘25㎡ 이하’
비즈한국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오 의원실을 통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5년여간 청년(19세~39세)을 입주 대상으로 정해 공급한 건설임대주택(행복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은 총 5만 5397호였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25㎡ 이하는 2만 9458호로 전체 53.2%를 차지했다. LH가 짓거나 매입해 청년에게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과반이 전용면적 25㎡ 이하인 셈이다.
면적별로 20㎡ 초과~25㎡ 이하가 1만 9009호(34.3%)로 가장 많았고, 25㎡ 초과~30㎡ 이하가 1만 5306호(27.6%), 14㎡ 이상~20㎡ 이하 1만 264호(18.5%), 30㎡ 초과~40㎡ 이하 7194호(13.0%), 40㎡ 초과~60㎡ 이하 3375호(6.1%)로 뒤를 이었다. 14㎡ 미만은 185건(0.3%), 60㎡ 초과는 64건(0.1%)이었다. 유형별로는 행복주택 2만 6792호 중 1만 4448호(53.9%)가, 매입임대주택 2만 8605호 중 1만 5010호(52.5%)가 전용면적 25㎡ 이하였다.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면적도 일부 확인됐다.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 최소 주거면적을 14㎡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선 기간 LH 청년매입임대주택에서는 14㎡ 미만이 185건 나왔다. LH는 이 구간에 셰어형 주택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으로 2011년 5월 개정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청년이 직접 고른 전세임대는 ‘25㎡ 이하’ 28%
청년이 직접 살 집을 찾은 경우 임대주택 면적 분포는 달라졌다. 같은 기간 공급된 LH 청년전세임대주택 6만 5533호 가운데 전용면적 25㎡ 이하는 1만 8516으로 28.3%에 그쳤다. 공공이 직접 짓거나 사들인 행복주택과 매입임대주택에서 25㎡ 이하 비중이 각각 53.9%, 52.5%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이 많았다.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청년이 임차할 집을 민간임대시장에서 직접 물색한다.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지원 기준에 맞는 주택을 찾으면 LH가 권리관계 등을 확인한 뒤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청년에게 다시 임대한다. LH가 주택을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공공건설임대주택(행복주택)이나 기존 주택을 사들여 공급하는 공공매입임대주택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30㎡ 이상’ 확대…작은 집 두고 전문가 시각차
정부는 최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면적을 넓히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주거안정플랜’에서 2030년까지 보편형 공공임대 19만 호를 공급하면서 1인 청년 가구에는 원칙적으로 전용면적 30㎡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다만 임대료가 비싼 도심 핵심지역에서는 주거비 부담을 고려해 30㎡ 미만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은 전용면적 25㎡ 정도에서도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생활양식도 달라진다”며 “식사와 가사, 공부 등 일상생활을 고려하면 25㎡ 이하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주택을 잘게 쪼개기보다 적정한 주거 수준을 갖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전용면적 25㎡ 이하 주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주택 공급이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서울처럼 주거비가 비싸고 공공임대 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20㎡ 주택이라도 저렴하게 많이 공급하는 게 더 필요할 수 있다. 지역별 주거비와 수요, 시장 상황에 따라 면적 기준도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청년은 공급량보다 주거의 질에 무게를 뒀다. 앞서의 A 씨는 “작은 집이라도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실제 청년이고 임대주택에 살아본 입장에서는 청년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의 양을 늘리기보다 질을 높이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