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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지원 넘어 돈 버는 구조로” 김윤지 콘진원장의 K콘텐츠 성장 전략

장르·산업 넘나드는 IP 확장 수익화 지원…‘한국형 제작위원회’ 구상·출연금 기반 기관 전환 추진

[비즈한국] “K-콘텐츠가 많이 성장했지만 최근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제작비를 조금 더 지원하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어요. 이제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앞으로는 하나의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여러 장르와 산업으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춘다. 이를 가로막는 1년 단위 국고사업과 장르별 예산 칸막이를 풀기 위해 임기 중 출연금 기반 기관으로의 전환도 추진한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대 신(新)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김 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콘진원이 단순한 지원기관을 넘어 K-콘텐츠의 성공을 K-컬처 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핵심 에이전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신전략은 △K-컬처산업 선도기관으로의 재도약 △콘텐츠 IP 파워하우스 구현 △콘텐츠산업 성장엔진 강화 △현장 중심 조직·미래 대응체계 구축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기존 장르별 지원사업과 제작 단계별 정책사업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더해 지원 방향을 확대·강화한다.

콘진원이 지원체계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 둔화가 있다. 콘진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콘텐츠산업 매출액과 수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4.78%, 6.61%였지만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각각 1.68%, 3.01%로 낮아졌다. 정부가 내건 2030년 K-컬처 시장 400조 원, 콘텐츠 수출 11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 지원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웹툰을 드라마, 애니, 게임으로…수익성 높이는 데 집중

콘진원은 이번 전략에서 하나의 IP를 여러 장르와 산업으로 확장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웹툰 한 편의 제작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이를 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으로 확장하거나, 캐릭터를 식품·패션·완구 등 다른 산업과 연결해 하나의 IP에서 여러 수익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김 원장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요구 역시 제작자금 확대”라며 “늘어나는 제작비 수준을 보면 제작지원액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만으로는 대책이 되기 어렵다. 강력한 콘텐츠 IP를 만들고 지속적인 팬덤을 형성해 IP의 수익성을 높이는 비즈니스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IP를 확보한다고 해도 여러 곳에 팔거나 활용하지 못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하나의 드라마가 웹소설이나 웹툰, 게임 등으로 확장돼 여러 부가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OTT 중심으로 콘텐츠 유통 구조가 재편되면서 제작사가 같은 콘텐츠를 여러 방송사와 플랫폼에 판매해 수익을 내던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IP를 보유하더라도 후속 사업이나 다른 장르로 확장하지 못하면 추가 수익을 만들기 어렵다는 게 콘진원의 판단이다.

이에 자체적으로 IP 확장에 나서기 어려운 중소 제작사와 콘텐츠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도 강화한다. 대형 기업과 달리 중소 웹툰·애니메이션·게임 업체는 다른 장르의 기업이나 투자자를 직접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콘진원이 기존 장르별 지원사업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사업 확장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내부의 장르별 칸막이도 손본다. 게임·방송·애니메이션 등 각 본부의 전략 기능을 연결하는 ‘콘텐츠 IP 전략 협의체’ 형태의 조직을 검토해 서로 다른 장르의 지원사업을 연계할 계획이다.

“창작자와 플랫폼 연결고리 되겠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한국형 제작위원회(가칭)’를 제시했다. 콘진원이 창작자와 제작사, 투자사, 플랫폼, 유통사, 제조기업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 하나의 IP를 다른 장르와 사업으로 확장하는 모델이다.

다만 제작위원회는 일본에서 활용된 방식으로, 여러 기업이 제작비를 공동 부담하고 권리를 나눠 갖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참여 기업이 많아질수록 권리관계가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져 IP의 추가 활용이나 해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김 원장은 “일본의 제작위원회를 아주 성공한 모델이라고 하기 어렵다. 권리관계가 너무 세밀하게 정해지면서 오히려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안에 갇히는 결과도 있었다”며 “부정적인 요소는 빼고 긍정적인 부분을 가져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두 개라도 IP가 다른 장르로 확장되는 모습을 만드는 것부터 시도하겠다”며 “계약 관계와 권리 문제를 같이 검토하면서 한국형 표준 모델을 만들어 조금씩 넓혀가겠다”고 설명했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 제작위원회(가칭)’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채현 기자

임기 중 ‘출연금 기관’ 전환 추진

지원 방식뿐 아니라 예산 구조도 손본다. 현재 콘진원 사업 대부분은 정부가 용도를 정해 교부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운영된다. 편성된 예산을 그해에 집행해야 하고, 장르별로 사업 용도도 정해져 있다. 여러 장르를 묶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내용을 바꾸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기 중 출연금 기반 기관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출연금 방식은 개별 사업별로 용도가 정해지는 보조금보다 기관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커, 산업 수요와 사업 시기에 맞춰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실제 전환을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정당국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출연금 기반이 되면 기업의 수요에 맞춰 훨씬 빠르고 탄력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며 “임기 내에 꼭 전환해 지원정책을 업계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약 1년 8개월간 수장이 공석으로 있다가 지난 6월 김윤지 원장이 취임했다. 김 원장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거치며 콘텐츠 산업과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연구해온 경제·금융 전문가다. 콘텐츠 제작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IP의 수익성과 투자·수출까지 연결하는 산업적 관점의 지원체계를 강조하고 있다.

윤채현 기자

통신과 플랫폼, 콘텐츠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cogusz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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