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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앞둔 카카오, ‘김범수 2심 판결’이 변수 될까

공개매수 저지와 시세조종 목적 구분이 핵심…유죄 뒤집히면 차질 불가피

[비즈한국]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 항소심이 결심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하며 유죄 판단을 요청했지만, 핵심 증인의 재신문이 무산되면서 1심 판단을 뒤집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됐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오는 11월 선고 결과는 카카오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창업자의 역할과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정리될지를 가늠하는 변수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 항소심에서 핵심 증인 재신문이 무산되고 기존 증거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1심 무죄 판단이 유지될지 주목된다. 김범수 창업자 겸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4-1부는 지난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1심 때와 동일하게 김 센터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 원, 추징금 약 1272억 원을 구형했다. 김 센터장 측은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단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상적 지분 확보” vs “시세조종” 대규모 장내매수 둘러싼 공방

항소심의 핵심은 2023년 2월 28일 카카오의 대규모 SM 주식 장내매수를 어떻게 볼 것인지다. 당시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하고 있었고, 카카오는 공개매수 마지막 날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 검찰은 이를 공개매수 저지와 SM 주가 유지를 위한 시세조종으로 본 반면, 김 센터장 측은 정상적인 투자·지분 확보 목적의 매수였다고 맞섰다.

검찰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SM 주가가 12만 원 아래로 내려가자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강호중 전 투자전략실장에게 “12만 3000원까지는 빨리 만들어보라”고 지시한 정황과 이후 이어진 대량 매수 주문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닌 주가를 특정 수준에 유지하려는 의도로 봤다.

김 센터장 측은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경영 판단이 있었다고 해도 주가를 인위적으로 고정·안정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카카오의 주문은 실제 체결 의사 없이 허수 주문을 반복해 취소하는 ‘레이어링(layering)’과 달랐으며, 주가 상승에 따라 미체결 주문을 취소하고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주문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고가 매수 주문 상당수가 실제 체결을 목적으로 했고, 주문 간격과 형태에서도 가격 조작의 특징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1심은 대규모 장내매수로 SM 주가가 상승했다는 결과만으로 시세조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문의 시간적 간격과 방식이 전형적인 시세조종성 주문으로 보기 어렵고, 주가를 정상적인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에 고정하려는 목적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카카오 측과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전 공모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박은숙 기자

이에 항소심에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으려는 목적’이 실제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유지·고정하려는 목적’으로 이어졌는지, 실제 주문 행태까지 고려해 시세조종의 고의와 실행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는지가 1심 무죄 판단의 유지 여부를 가를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핵심 증인 신문 무산…김범수 관여·카카오 지배구조 변수

항소심에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인신문은 불발됐다. 이 전 부문장은 원아시아의 SM 주식 매수가 카카오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인물이다. 1심은 별건 수사 과정의 압박과 진술 이후 리니언시를 신청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객관적 증거와도 부합한다며 1심 판단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증인으로 채택한 이 전 부문장이 지난 8월 26일 3차 공판에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채택을 취소하면서, 진술의 신빙성을 새로 따져볼 기회는 사라졌다. 항소심은 기존 진술과 내부 메시지, 실제 주문 형태 등 기록을 토대로 1심 판단의 타당성을 가리게 됐다.

김 센터장 개인의 관여 여부도 별도 쟁점이다. 검찰은 2월 24일 배 전 대표가 김 센터장이 참석하는 투자테이블 소집을 요청하며 ‘SM 인수의 분수령’이라고 언급한 대화 등을 근거로, 김 센터장이 투자 전략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변호인단은 투자전략실 직원들의 검토나 대화만으로 투자테이블의 논의 내용을 추단할 수 없고, 김 센터장의 승인 없이 배 전 대표가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 전 부문장의 진술도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 센터장은 최후진술에서 “공개매수 기간 중 SM 지분을 추가 매입해 공개적으로 하이브와 지분 경쟁을 벌이는 데 명백히 반대했다”며 “제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했다는 건지, 원아시아와 어떠한 방식으로 공모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SM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의 경영 판단과 실제 매매 행위 사이에 형성된 연결고리, 그리고 이를 김 센터장 개인의 의사나 지시와 연결할 수 있는지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박정훈 기자

선고 결과는 김 센터장 개인의 형사책임뿐 아니라 카카오의 지배구조 재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 사업에 집중하고,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테크핀,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카카오모빌리티를 맡는 구조다. 분할은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완료될 예정으로 카카오AI는 1월 27일 재상장을, 카카오X는 변경상장을 각각 추진한다.

오는 11월 20일로 예정된 선고는 임시주총을 약 4주 앞두고 나오는 셈이어서, 분할 안건을 표결하는 주주들은 선고 결과를 확인한 상태에서 판단하게 된다. 카카오는 인적분할로 사업과 투자를 분리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주주는 분할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은 카카오가 새로운 성장 구조를 본격화하는 시점에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가 어떤 결론을 맞느냐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무죄 판단이 유지되면 SM 인수 과정에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에서 한숨 돌릴 수 있지만, 검찰이 상고하면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반대로 유죄로 뒤집힐 경우에는 김 센터장의 역할과 카카오의 지배구조 및 계열사 관리 체계에 미칠 영향까지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 역시 판결 내용과 법적 요건에 따라 별도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도 각각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다만 구체적인 영향은 선고 결과뿐 아니라 판결의 유죄 인정 범위와 형 확정 여부 등 후속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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