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AI 경쟁의 축이 답을 내놓는 챗봇에서 사람 대신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트’로 옮겨가는 가운데,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실제 작업까지 수행하는 인공지능(AI) 인터페이스로 확장한다. 이용자는 어느 화면에서든 AI를 불러내, 메뉴를 찾는 대신 “생수 주문해줘”처럼 말 한마디로 일을 맡길 수 있게 된다. 개인의 구매 이력과 대화 맥락을 활용하되 서비스별 동의를 구분하고, 주문 등 실행 권한은 별도로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13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if(kakao)26)’를 열고 이 같은 전략을 공개했다. ‘모든 연결에 지능을’을 주제로 13~14일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개인화 기반 에이전트 서비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모델·인프라·안전 설계가 소개됐다.
카카오의 AI 사업은 서비스 안착과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AI 서비스 부문은 올해 2분기 약 58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는 연말까지 카카오톡 내 AI 서비스 월간 활성 이용자(MAU) 1000만 명을 확보하고 내년부터 수익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번에 공개한 에이전트 전략은 기존 카카오톡 이용자 기반을 AI 서비스의 실제 이용과 거래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화면 쓸면 라이언 등장, 말 한마디로 주문까지
카카오가 공개한 ‘카나나 스페이스(Kanana Space)’는 카카오톡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쓸면 보던 화면 위에 열리는 AI 어시스턴트다. 김대년 카카오 디자인 총괄 성과리더는 “스페이스를 또 하나의 탭이나 별도의 화면이 아니라 카카오톡 어디에서나 열리는 AI 레이어로 설계했다”며 “음성이나 텍스트로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가족 단체 대화방에서 자녀 하원 부탁을 놓쳤더라도 카카오톡 내에서 AI에 물어 출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밤새 쌓인 메시지 중 업무 건만 추려 회신 기한을 짚어주고, 그 자리에서 답장도 보낼 수 있다. 김 성과리더는 “단순히 메시지를 요약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 중심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요한 건 요약에서 끝나지 않고 바로 다음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수행 범위를 주문·선물·예약·송금까지 넓힐 계획이다. 카나나 스페이스는 이날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선정된 이용자 대상으로 12월 이후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시행한다. 지난해 선보인 독립형 AI 앱 ‘카나나’는 오는 15일 운영을 종료한다.

PC에서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실행하는 ‘칸바스(Kanvas)’도 공개했다. 이용자가 필요한 역할과 작업을 설명하면 그에 맞는 도구와 기능을 연결해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서비스다. 이때 에이전트마다 브라우저를 분리하고 샌드박스(외부와 격리된 실행 공간)를 적용해, 인증·결제 작업이 허용된 범위 밖으로 번지지 않게 했다. 이르면 연내 소규모 테스트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다른 프레임워크로 만든 에이전트까지 카카오톡에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에이전트가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만큼 이용자의 통제권도 핵심 설계 원칙으로 제시됐다. 김 성과리더는 “메시지 전송이나 결제처럼 중요한 행동은 사용자가 직접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구조”라며 “AI는 필요한 과정을 돕지만 마지막 결정은 사용자에게 남겨둔다”고 강조했다.

모델은 ‘난도 따라’, 기억·실행은 ‘따로 통제’
카카오톡은 5000만 이용자가 24시간 사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AI의 답변 품질뿐 아니라 응답 속도와 운영 비용이 중요하다. 모델이 클수록 요청 하나에 드는 연산이 늘어, 같은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응대할 수 있는 이용자가 줄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최상위 ‘프런티어’ 모델이, 서버 작업 대부분은 ‘플래그십’ 모델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요청은 소형언어모델(SLM)이 각각 나눠 맡고, 스마트폰 안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은 온디바이스 모델로 우선 처리하게 했다. 어떤 모델과 도구를 어떤 순서로 쓸지는 ‘AI 컨덕터‘가 정한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총괄 성과리더는 “오타를 고치는 요청과 여러 조건을 비교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요청에 똑같은 연산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모든 요청에 최고의 결과를 제공하되, 모든 요청에 가장 큰 모델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기준을 밝혔다.
필요한 작업에 맞춰 연산 자원을 배분해 품질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서비스에 필요한 효율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카카오에 따르면 자체 한국어 토크나이저와 추론 최적화 등을 통해 답변 생성 속도를 평균 3.9배 높이고 메모리 사용량을 약 70% 줄였다. 토크나이저는 문장을 AI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나누는 기술로, 한국어에 최적화하면 같은 문장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연산을 줄일 수 있다.
모델의 입력과 응답 방식도 넓힌다. 카카오는 텍스트·이미지·음성을 함께 이해하고 음성으로 답하는 옴니 언어모델 ‘카나나-o’와 상대가 말하는 도중에도 반응하거나 실시간 통역에 활용할 수 있는 ‘카나나 라이브’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카나나-o를 구성하는 인코더와 디코더는 국내외 AI 생태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개인화의 기반은 ‘프로젝트 모자이크’다. 여러 서비스와 에이전트에 흩어진 기억을 맥락으로 엮어, 서비스가 바뀌어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지 않게 하는 메모리 체계다. 핵심은 ‘이용자를 기억하되, 일부 기록만으로 취향을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것’이다. 송재하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조카에게 선물할 아동화를 구매한 기록을 예로 들며 “구매 사실과 취향에 대한 해석을 구분하고 정보의 출처와 시점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나를 기억하는 AI라면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기억’은 서비스별 동의 범위 안에서만 제공한다. A 서비스에만 쓰기로 동의한 기억은 B 서비스에 넘기지 않고, 동의를 철회하면 다음 요청부터 제공을 멈춘다. 다만 이미 넘어간 기억까지 자동으로 회수되지는 않는다. 송 CTO는 이를 “서비스와 메모리 플랫폼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정신아 대표는 AI 활용 범위를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 동의 단계부터 직접 선택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행 단계에서는 한 번 더 걸러진다. 재주문 도중 “품절이니 다른 상품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끼어들면, AI는 실행 전에 행동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맡긴 범위를 벗어났다면 주문 대신 멈추고 이용자에게 확인한다. 검증도 최종 답변에 그치지 않고, 시험 환경에서 어떤 도구를 호출했는지까지 살핀다는 설명이다. “주문하지 않았다”고 답해도 그전에 이미 주문을 넣었다면 늦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 CTO는 “맡긴 범위에서는 진행하고, 벗어날 때는 확인하는 이 같은 경계를 모델의 판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며 “기억은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행동의 권한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