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K팝 포토카드와 한정판 굿즈 등 국내 중고품을 찾는 해외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거래 시장도 국경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개인 간 물품 거래에 머물렀던 중고거래가 전문 사업자가 참여하는 리커머스 산업으로 성장하고 수출시장까지 형성됐지만 관련 세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개인에게 물품을 매입하는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공제를 중고자동차와 재활용폐자원 등 일부 품목에만 허용하는 현행 제도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는지를 두고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5년 43조 원으로 약 10배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 역시 2035년 2조 8700억 달러(약 4216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중고품의 해외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해외 이용자가 한국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번장 글로벌’의 올해 상반기 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국내 팬들이 소장하던 물품을 해외 팬들이 구매하면서 중고품의 유통 범위도 넓어졌다. 특히 K팝 포토카드와 한정판 굿즈처럼 국내에서 유통되던 상품이 해외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으면서 중고품이 하나의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한 번 사용된 물건을 폐기하는 대신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해 제품의 사용 기간을 늘린다는 점에서 중고거래는 순환경제의 한 축으로도 평가된다.
개인이 팔고 업체가 해외 배송…중고품 직접 매입하면 세금 부담
국내 중고품의 해외 거래는 중고거래 플랫폼과 구매·배송대행업체 등을 통한다. 국내 개인 판매자가 플랫폼에 물품을 등록하면 해외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고, 판매자는 국내 배송대행업체의 창고로 상품을 보낸다. 이후 대행업체가 물품을 확인하고 국제 배송과 통관 절차를 처리한다. 개인 판매자가 직접 해외 배송을 하지 않아도 국내 중고품이 해외 소비자에게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중고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사업자가 개인으로부터 물품을 직접 매입해 국내외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부가가치세 처리 방식이 일반 유통과 달라진다는 점이다. 통상 사업자 간 거래에서는 판매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매입 사업자가 이를 근거로 매입세액을 공제받는다. 하지만 비사업자인 개인에게 중고품을 매입하면 세금계산서를 받을 수 없어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108조는 재활용폐자원이나 중고자동차를 매입하는 사업자에게 일정 요건에 따라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한다. 실제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해도 취득금액에 일정 공제율을 적용해 매입세액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공제율은 중고자동차에는 취득금액의 110분의 10, 재활용폐자원에는 103분의 3을 적용한다.
하지만 중고 의류와 포토카드, 일반 전자기기 등 대부분의 중고품은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똑같이 개인에게 물건을 사들여 재판매하는 사업이라도 무엇을 취급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세 공제 여부가 달라지는 셈이다. 중고자동차 중심으로 형성됐던 과거 중고시장과 달리 거래 품목과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된 만큼 현행 공제 범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고차는 되고, 포토카드는 안 돼?
수출에서는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해진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수출 재화에는 원칙적으로 0%의 영세율이 적용된다. 일반 수출 사업자는 국내에서 상품을 매입하면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으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다. 반면 개인에게 중고품을 매입한 사업자는 세금계산서가 없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매입금액을 공제받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신상품 수출과 중고품 수출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본다. 동일하게 해외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사업자로부터 신상품을 매입한 수출업체와 개인에게 중고품을 매입한 업체의 세금 처리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자체가 조세 특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 판매자는 중고품을 팔면서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납부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정 금액을 매입세액으로 간주해 공제한다면 국가 입장에서는 실제 납부된 세액이 없는 거래에 세제상 혜택을 부여하는 셈이다. 공제 대상을 일반 중고품까지 확대할 경우 어떤 품목과 사업자까지 인정할 것인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오르는 포토카드나 한정판 굿즈, 명품 등은 또 다른 쟁점을 낳을 수 있다. 개인의 최초 구입가격보다 중고 거래가격이 크게 상승한 상품에 취득금액 기준으로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적용할 경우 가격 상승분까지 세제 지원 대상이 되어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품부터 공제 확대 추진…조세형평성 조율이 과제
업계에서는 플랫폼에 거래내역이 남는다는 점도 제도 개선의 근거로 든다. 국세청은 2023년부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부터 거래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 역시 과세당국의 자료 수집 대상이다. 과거 개인 간 현금거래와 달리 거래 당사자와 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이에 지난 4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수출신고필증이 있는 중고품에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모든 중고품에 공제를 허용하는 대신 실제 수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물품부터 대상으로 포함하자는 취지다. 법안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수출 중고품에만 공제를 허용할 경우 또 다른 조세형평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사업자가 같은 개인에게 같은 중고품을 매입하더라도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공제를 받고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면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산업 지원이라는 정책적 목적과 국내외 판매 사업자 간 과세 형평성을 조율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적용 대상 확대와 공제율 조정을 재정경제부 관련 점검 사안으로 꼽았다.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와 거래 방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기존 공제 대상과 공제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K팝 포토카드와 한정판 굿즈 등 국내 중고품은 단순히 사용하던 물건이 아니라 희소성과 문화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해외에서도 수요가 높다”며 “중고거래를 개인 간 물품 거래에 한정해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