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절세 계좌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두고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담은 ISA 개편 방향이 알려지자 가입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지난 9일 “보완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재검토에 착수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어느 쪽으로 제도를 손보려고 하는지가 드러난 만큼 ISA를 이미 굴리고 있거나 가입을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지금 상황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정부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지금은 만기를 계속 연장하며 사실상 무기한 유지할 수 있는 일반 ISA의 계약 기간을 최소 3년, 최장 5년으로 제한한다. 둘째, 그해 다 채우지 못한 납입 한도를 이듬해로 넘겨 쓰는 ‘한도 이월’을 없앤다. 셋째,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는 ‘생산적금융 ISA’를 새로 만들어 이자·배당을 전액 비과세하고 총 납입 한도도 2억 원으로 크게 늘린다. 시행 시점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세금 혜택이 가장 큰 새 계좌는 국내 자산만 담을 수 있어 국내에 상장된 S&P500·나스닥100 ETF 등을 통해 해외에 장기 투자하던 사람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일반 ISA마저 5년으로 묶이면 “5년마다 계좌를 깨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다 채우지 못한 한도를 목돈이 생긴 해에 몰아넣던 가입자에게 한도 이월 폐지도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투자자의 선택지를 좁힌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대통령과 여당까지 재검토를 주문하면서 정부도 보완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확정된 제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계약 기간을 5년으로 할지, 한도 이월을 정말 없앨지, 세부 요건을 어떻게 다듬을지는 국회 논의와 정부 보완을 거치며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아직 시행되지 않은 개편안을 근거로 서둘러 계좌를 해지하거나 무리하게 갈아탈 필요는 없다.
우선 안심해도 되는 부분부터 말하자면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더라도 지금 가진 ISA의 만기가 당장 5년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계약 기간 제한은 내년 이후 새로 가입하거나 연장하는 계좌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설계돼 있어 기존 계좌를 급히 정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도 이월 폐지는 얘기가 다르다. 정부안대로라면 기존 가입자도 내년 이후 납입분부터 이월이 막힌다. 계약 기간은 기존 약정이 인정되지만, 납입 방식은 기존 계좌에도 새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다. 또 일반 ISA에서는 개편 뒤에도 국내에 상장된 S&P500·나스닥100 같은 해외지수 ETF를 통해 해외에 간접 투자하는 길이 열려 있다. ‘해외 투자가 전면 봉쇄된다’는 오해와는 거리가 있다.
ISA는 계좌 안의 손익통산 대상 금융상품에서 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뒤 남은 순이익에만 과세한다. 일반 계좌에서는 금융상품 간 손익을 폭넓게 통산하기 어려운 만큼 과세 대상 펀드나 금융상품을 함께 굴리는 투자자에게 이 효과가 특히 크다. 개편 논의로 계약 기간이나 한도가 어떻게 정리되든 이 구조적 이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입을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두 갈래로 생각을 나눠 볼 만하다. 현행 ISA는 계좌에서 난 이자·배당 수익 가운데 일반형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분도 9.9%로 분리과세하는, 여전히 매력적인 절세 계좌다. 이 혜택 자체는 개편안에서도 유지된다. 반면, 국내 배당주나 펀드 등에서 과세 대상 배당·이자소득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내년 나올 생산적금융 ISA의 전액 비과세와 큰 한도가 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서도 원래 비과세다. 이에 따라 생산적금융 ISA의 진짜 가치는 국내 주식을 얼마나 담느냐가 아니라, 배당과 과세 대상 펀드에서 얼마나 수익을 내느냐에 따라 갈린다.
특히 젊은 층이라면 새 계좌를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안은 15~34세 청년 가운데 총급여 7500만 원 또는 종합소득금액 6300만 원 이하인 가입자에게 생산적금융 ISA 납입액의 10%를 소득공제해 주는 혜택을 담았다. 연간 납입 한도 2000만 원을 채웠다면 소득공제 대상 금액은 200만 원이다. 기존 ISA와 청년도약계좌 등의 만기 자금을 새 계좌에 옮겨 넣는 길도 열어 뒀다. 사회초년생이 국내 자산으로 목돈을 만들려 한다면 내년 이후 이 계좌가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일은 무엇일까. 이미 ISA가 있다면 계좌를 성급히 건드리기보다 누적 손익과 납입 한도, 계약 만기부터 점검하면 된다. 아직 계좌가 없고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 등을 담고 싶다면 개편 확정을 기다리기보다 현행 ISA로 올해부터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산적금융 ISA는 기존 ISA와 함께 보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새 계좌를 기다리느라 현행 ISA 활용을 미룰 필요는 없다. 내년에는 국내 배당·이자소득의 비중과 청년형 소득공제 요건을 따져 생산적금융 ISA를 추가할지 판단하면 된다. 어느 경우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개편안에 떠밀려 계좌를 해지할 이유는 없다.
올해 시행된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생산적금융 ISA, 논의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안은 모두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풀려는 정책 흐름에 놓여 있다. 다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기업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고, ISA는 투자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며, 주가 누르기 방지안은 상속·증여세를 줄이려는 인위적인 저평가를 억제한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이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내 투자 목표가 국내인지 해외인지, 자금을 3년 안에 쓸 것인지 10년을 볼 것인지에 따라 계좌를 골라 쓰는 편이 현실적이다.
계좌를 고르는 원칙은 정책이 흔들려도 변하지 않는다. 절세 혜택은 계좌의 이름이 아니라, 그 계좌의 투자 기간과 대상이 내 돈의 쓰임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살아난다. ISA 개편의 향방을 지켜보되, 서두르기보다 내 투자 시간표부터 다시 확인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