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8·3 세제개편안이 나오고, 8·13 공급대책이 뒤를 이었다.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필자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그래서, 이번엔 집값이 잡힙니까?”
필자는 이 질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억지로 올리는 정책도, 억지로 내리는 정책도 아니다.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집을 사고, 팔고, 빌리고,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집값은 결과다. 정책이 관리해야 할 대상은 가격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주택의 공급, 이동, 금융, 세금, 임대차 시장의 구조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정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가격이 오르면 대출을 막고 세금을 올리고 거래를 막았다.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을 풀고 세금을 깎고 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집을 보지 않고 정책을 본다. “지금이 정부가 사라는 시기인가, 팔라는 시기인가.” 이런 시장이 정상일 리 없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원칙을 정리해 본다.
거래는 자유롭게, 거래세는 낮게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의 자유다. 집값이 오른다고 거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넓히고, 실거주 의무를 붙이고, 다주택자 양도세를 높이면 어떻게 되는가. 사람들이 집을 팔지 않는다. 투기를 막으려던 규제가 매물 잠김을 만든다.
시장 원리대로라면 가격이 오르면 매도자가 늘어야 한다. 비싸졌으니 파는 사람이 생겨야 정상이다. 그런데 세금과 규제로 파는 길을 막아놓으면 가격이 올라도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결론은 단순하다. 취득세와 양도세 같은 거래세는 최대한 낮추고, 보유에 대해서는 넓고 완만하게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넓게. 이것이 가장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구조다.
‘몇 채’가 아니라 ‘얼마’를 봐야 한다
현행 세제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 수’ 중심 사고다. 5억 원짜리 두 채를 가진 사람은 다주택자가 되고, 50억 원짜리 한 채를 가진 사람은 1주택자가 된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상한 일이다.
세제는 주택 수보다 자산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종부세를 주택 수 기준에서 자산가액 기준으로 전환한 것은 그래서 방향 자체는 맞다. 다만 방향이 맞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1주택자는 선하고 다주택자는 악하다는 이분법 전체가 사라져야 한다. 다주택자는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자다. 중요한 것은 몇 채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거기서 어떤 경제적 이익을 얻느냐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지어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주택은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곳의 집은 부족하다. 이것이 핵심이다. 지방에 집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서울 주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자리, 교통, 학교, 상권이 좋은 특정 지역에 모인다.
그렇다면 정책은 “그곳에 살지 마십시오”가 아니라 “그곳에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역세권은 더 높게 짓고, 노후 주택은 빠르게 재건축하고, 저층 주거지는 주민이 원하면 재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재건축은 정부가 시장 상황을 보며 허용했다 막았다 할 문제가 아니다. 건물이 일정 수준 이상 노후화되고 주민 동의가 확보되면 정해진 절차대로 자동 진행되는 시스템에 가까워져야 한다. 정비사업은 특혜가 아니라 도시의 신진대사다. 건물은 늙는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아파트가 낡았다는 사실보다 정부가 재건축을 허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공급은 ‘몇만 호’가 아니라 ‘생활권’이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몇만 호, 몇십만 호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숫자 속에서 살지 않는다. 동네에서 산다. 100만 호를 공급해도 직장까지 두 시간이 걸리고 교통도 학교도 상권도 없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이 아니다.
공급정책의 단위는 ‘주택 수’에서 ‘생활권’으로 바뀌어야 한다. 주택을 먼저 짓고 철도를 나중에 놓는 방식이 아니라 교통·일자리·학교·상업·공원을 주택과 하나의 패키지로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발표한 도시계획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 아파트 한 채의 수명이 40~50년인데 정책이 5년마다 뒤집힌다면 정상적인 장기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
대출은 수도꼭지가 아니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잠그고 떨어지면 푸는 방식도 그만해야 한다. 금융정책의 목적은 집값 조절이 아니라 가계가 감당 못 할 빚을 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기준은 집이 어디에 있느냐, 몇 채째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실제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느냐다. LTV보다 DSR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 기준이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갑자기 40%가 되고 시장이 침체됐다고 70%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금융규제는 강한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제다.
전세냐 월세냐는 정부가 정할 일이 아니다
전세를 없애야 한다거나 월세를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돈이 있는 사람에게는 전세가,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사람에게는 월세가 맞을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특정 임대차 형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안전하게 계약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임대인의 부채와 선순위 권리관계를 세입자가 계약 전에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보증금 반환 능력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임대차 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신뢰다.
주거복지는 사람을 지원해야지 가격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집을 싸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강남 아파트 가격을 낮춰 모두가 살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복지정책과 시장정책을 분리해야 한다.
저소득층, 청년, 장애인, 고령자처럼 시장에서 스스로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공공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지원하고, 시장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모든 지역의 집값을 지켜줄 의무도 없다. 어떤 도시는 성장하고 어떤 도시는 쇠퇴한다. 부동산에도 위험이 존재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빈집을 정리하고 도시를 압축해야 하고, 사람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과감하게 밀도를 높여야 한다. 모든 지역에 똑같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을 바꾸지 않는 것
그리고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 정책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다.
취득세는 얼마, 양도세는 얼마, 재건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대출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이 원칙이 최소 10년, 20년 유지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국민도 장기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부동산은 오늘 사고 내일 파는 물건이 아니다. 한 사람이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고 한 가족이 수십 년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런 자산의 규칙이 선거 때마다 바뀌어서는 안 된다.
결국 필자가 상상하는 가장 이상적인 부동산 정책은 의외로 심심하다.
사고 파는 것은 자유롭게 한다. 거래세는 낮춘다. 보유에는 합리적인 비용을 부과한다. 주택 수보다 자산가액을 본다. 필요한 곳에 계속 짓는다. 노후 주택은 자연스럽게 재건축한다. 대출은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임대차는 다양성을 인정한다. 주거 취약계층은 직접 지원한다. 그리고 이 원칙을 오랫동안 바꾸지 않는다.
여기에는 극적인 대책이 없다. ‘집값과의 전쟁’도, ‘투기와의 전쟁’도 없다. 대신 시장에 아주 중요한 한 가지가 생긴다. 예측 가능성이다.
집값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그것까지 정부가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한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을 옮기고, 집을 넓히고, 나이가 들어 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책 때문에 주거 이동이 막히지 않는 사회는 만들 수 있다.
좋은 부동산 시스템은 집값을 움직이지 않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삶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