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항공권이랑 호텔을 찾아서 비교하고 예약까지 진행해드릴게요.”
평소 직접 하던 일을 인공지능(AI)에 맡겨보기로 했다. 인스팅트가 한시적으로 제공한 초대 링크를 통해 서비스에 접속한 뒤 아이메시지와 연동했다. 인스팅트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기자가 “한국어로 대화하자”고 하자 곧바로 언어를 바꿔 답하기 시작했다.

스피어스트리트테크놀로지가 개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인스팅트’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아이메시지나 왓츠앱으로 지시하면 이용자를 대신해 이메일을 보내거나 정보를 찾고 예약을 진행하는 등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인스팅트는 지난 28일 1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100억 달러(약 13조 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달 25억 달러였던 몸값이 한 달여 만에 4배로 뛰었다.
인스팅트는 현재 컴퓨팅 자원과 서비스 안정성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 가입자는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 다음 자리가 생기면 안내 메시지가 온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개인 비서’로 진화하고 있는데, 인스팅트는 사람이 처리하던 일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까.

출장 준비 맡겼더니…항공권·호텔 찾고 결제까지
인스팅트에 오는 11월 일본 출장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목적지를 홋카이도 삿포로로 정하고 확정된 날짜나 일정은 없다고 하자 인스팅트는 11월 중 항공료와 이동 편의를 고려해 4박 5일 일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약 10분 뒤 가장 저렴한 항공편으로 8~12일 왕복 항공권을 237달러로 안내했다. 이를 원화로 다시 알려달라고 하자 환율을 적용해 약 32만 9000원으로 계산했다. 날짜를 확정하자 진에어·대한항공 등을 비교해 출·도착 시간과 가격을 제시했다. 단순히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비용을 우선할 경우와 현지 체류시간을 우선할 경우 적합한 항공편도 각각 제안했다.
항공편을 고르자 이번에는 숙소를 찾았다. 행사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자 공항과 시내 이동이 편리한 삿포로역 인근을 기준으로 후보를 추렸다. 기자가 숙소를 선택하자 인스팅트는 호텔 공식 홈페이지와 예약 플랫폼의 가격을 비교하고 무료 취소가 가능한 기한까지 알려줬다.
항공편과 숙소를 모두 고른 뒤 예약을 요청하자 인스팅트는 결제 카드를 등록하는 별도의 페이지를 안내했다. 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선택한 항공편과 호텔, 최종 결제금액과 취소 조건을 다시 보여준 뒤 이용자의 승인을 받아 예약을 한다. 예약 도중 숙소 가격이 오르자 결제하지 않고 예약을 중단했다. 대신 무료 취소가 가능한 호텔 공식 홈페이지의 가격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제안했다.
대신 문자 보내기는 실패…사용범위 아직 제한적
간단한 업무도 시켜봤다. 기자는 매일 아침 업무 일정을 정리해 회사에 보고한다. 평소처럼 보고 내용을 작성한 뒤 인스팅트에 이를 대신 전송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인스팅트는 연락처를 찾지 못했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했다. 구글 계정을 연결하면 직접 찾아보겠다고 해 연결했지만, 이번에는 “이메일과 캘린더는 찾을 수 있지만 주소록 자체를 검색하는 기능은 아직 쓸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안내였다.
결국 휴대전화 번호를 직접 입력했다. 그러자 상대방도 인스팅트를 이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상대방이 이용자가 아니라고 하자 인스팅트는 “이번에는 사용자님이 직접 보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는 기자의 문자메시지 계정을 이용해 인스팅트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 먼저 문자를 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글 계정을 연결하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직접 입력한 끝에 메시지는 직접 보냈다. 인스팅트는 스스로도 “확실히 아쉬운 점”이라며 상대방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용자가 승인한 문자를 대신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제품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메타도 에이전트 경쟁
AI 경쟁의 무게중심도 이용자의 업무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여러 서비스를 오가며 필요한 작업을 연속해서 처리하는 ‘에이전틱 AI’가 차세대 서비스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AI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내년 예정된 인적분할을 통해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나누고, 카카오AI를 중심으로 카카오톡을 이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메시지로 전달하면 AI가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추천한 뒤 구매·결제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실적 발표에서도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5000만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대화에 답하는 AI를 카카오톡에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요청을 실제 서비스 이용과 거래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메타 역시 지난 8일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를 출시했다. 뮤즈는 이용자가 연결한 외부 서비스에 접근해 이메일을 보내거나 여행을 예약하고 결제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이용자가 일일이 다음 행동을 지시하지 않아도 여러 단계를 거쳐 작업을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정보 보호 기준 마련 과제
다만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려면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외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그 결과가 답변에 그치지 않고 메시지 발송이나 예약·결제 등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메타는 뮤즈의 전화 업무 일부를 AI가 아닌 외부 계약직 인력이 대신 처리하도록 시험했다가 중단한 바 있다.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AI를 표방했지만 일부 업무에 사람이 개입하면서 계약직 인력이 이용자의 민감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메타 측도 이를 인정하고 기능을 일단 철회했다.
정부는 에이전틱 AI 확산에 맞춰 개인정보 보호 기준 마련에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해 하반기 업무계획에 에이전틱 AI 등 분야별 안내서 발간을 포함했으며, 지난 23일 민관 정책협의회를 열어 AI 에이전트의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개인정보위는 올해 말 ‘에이전틱 AI 개인정보 처리 안내서(가칭)’를 마련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