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8월 3일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는다. 7월 16일 세제 토론회, 7월 23일 대통령 주재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거치며 윤곽은 이미 시장에 흘러나왔다. 요약하면 세 단어다. 실거주, 가액, 그리고 시차(時差).
보유 기간보다 실제 거주에 혜택을 몰아준다.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액’으로 과세 기준을 옮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방향 자체는 예고된 대로다. 놀라운 것은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배율이다.

양도세, 보유는 죄가 되고 거주는 자격이 된다
현행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40%, 거주 40%로 합산 최대 80%가 적용 가능하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에는 거주 6%·보유 2%, 2029년에는 거주 8%·보유 0%로 공제율이 달라진다. 보유 기간 공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여기에 지금은 없는 공제 한도가 20억 원(2028년), 10억 원(2029년)으로 신설된다.
이 조항이 겨냥한 대상은 명확하다. 바로 ‘비거주 1주택자’. 서울 주택의 절반가량을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깔아둔 한 채’를 정리시키겠다는 의도다. 실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감면 혜택이 집중됐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만큼, 과세 형평 측면에서는 반박하기 어렵다.
문제는 부작용이 명분보다 크다는 점이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에 집 한 채를 둔 사람, 발령과 순환보직으로 거주 요건을 못 채우는 직장인, 자녀 학군 때문에 임차로 살며 자기 집은 세를 준 가구 등이 모두 같은 그물에 걸린다. 그리고 이들이 시장에 내놓던 물건이 바로 전세 물량이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더 흥미롭다. 2026년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포인트(p)를, 3주택자 이상은 30%p를 더한다. 하지만 2027년에는 중과세율을 각각 5%·10%로 대폭 낮췄다가 2028년에는 10%·15%, 2029년에는 다시 20%·30%로 원위치 한다. 2027년이 창(窓)이다. 정부는 “지금 팔면 싸게 해주겠다, 대신 2029년까지 안 팔면 원래대로 받겠다”는 시간표를 공개한 것이다. 매물을 유도하는 설계로는 합리적이다.
다만 시장이 이 시간표를 어떻게 읽을지는 다른 문제다. 지난 10년간 다주택자 중과는 도입-유예-연장-재유예를 반복했고, 시장은 이를 학습했다. ‘2029년에도 또 미뤄지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남아 있는 한, 유예 창이 열려 있다 해도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는 그것과 별개다.
고령 1주택자 감면,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야심 찬 조항
눈에 덜 띄지만 반드시 짚어야 할 항목이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5년 이상 거주자가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2027년 양도세 50%(최대 5억 원), 2028년 30%(최대 3억 원)를 감면한다.
이 조항의 정체는 세제가 아닌 인구 정책이다. 정부는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을 지목했고, 이 조항은 그 진단에 대한 세제적 처방이다. 매물을 늘리는 동시에 수도권 인구를 덜어내겠다는 일석이조 설계다.
효과는 어떨까. 냉정하게 보면 제한적일 것이다. 고령층이 수도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의료다. 상급종합병원과 전문의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자녀와 손주도 수도권에 있다. 5억 원의 감면이 이 두 가지를 이기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지방 이전을 고민하던 층에게는 강력한 트리거가 된다. 은퇴 후 연고지 회귀를 계획하던 수요, 지방광역시 신축으로 갈아타려던 수요에게는 실질적인 유인이 생긴다. 2027년 지방광역시 상급지에 예상보다 이른 온기가 돌 수 있다는 뜻이다.
종부세, 곱셈으로 오르는 세금
종부세 개편은 이번 안의 진짜 무게중심이다. 거주 1주택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된다. 반면 비거주 1주택은 기본공제가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아진다. 그 외 주택은 기본공제를 4억 원+(5억 원×거주주택가액/주택가액총액)이라는 산식으로 산정해 거주 비율에 따라 차등한다.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축을 옮기는 첫 조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26년 60%, 2027년 70%, 2028년에는 1주택·지방 2주택 70%, 3주택 이상 80%로 올라간다. 세율도 2027년 6억~12억 원 구간이 1.0%에서 1.3%로, 94억 원 초과가 2.7%에서 3.5%로 오르고, 2028년에는 주택 수 구분 없이 단일 체계로 통합된다.
여기서 핵심을 짚어야 한다. 종부세는 곱셈 구조다. 공시가격이 오르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고, 세율이 오르면 세 변수가 곱해진다. 공정비율 60%→80%로 달라지면 1.33배, 세율 1.0%→1.3%면 1.3배다. 둘만 곱해도 1.7배가 넘는다. 여기에 공시가격 상승분까지 얹히면 체감 증가율은 계산기가 알려주는 숫자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세부담 상한이 150%에서 200%로 올라간 것이다. 이 조항을 무심히 넘기면 안 된다. 상한을 200%로 올렸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오르는 사례를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한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예고편이다.

국민 감정, 지연 발화(遲延發火)
여론은 지금 조용하다. ‘나는 1주택 실거주자이니 해당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기본공제 14억 원이면 시세로 20억 원 안팎이니 대부분은 비켜간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안심에는 시한이 걸려 있다. 2027년, 2028년 해가 갈수록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라가고 공시가격도 함께 오른다. 지금 14억 원 밖에 있던 집이 2년 뒤에는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서울 아파트는 7월 넷째 주 기준 0.25% 올라 7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상승 폭은 둔화됐지만 방향은 그대로다. 중랑구 0.53%, 노원구 0.46%, 성북구 0.39%로 강북권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과세 기준선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는 뜻이다.
조세 저항은 세금이 발표될 때가 아니라 고지서가 도착할 때 터진다. 2028년 11월, 그때가 이 개편안의 진짜 심판일이다. 정부가 3년의 유예를 둔 것은 시장에 적응할 시간을 준 것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폭발을 임기 후반으로 미룬 것이기도 하다.
한 가지 더. 조세 형평이라는 명분은 정당하다. 부동산 가치 대비 실효세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지적도 사실이다. 다만 국민이 세금에 분노하는 지점은 세율의 절대 수준이 아니다. 내 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오르는 구조, 그리고 그 세금을 내고 나서도 집값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험이다. 우리는 이미 이 게임을 한 번 해봤다.
향후 영향, 세 가지 전망
첫째, ‘똘똘한 한 채’는 사라지지 않는다. 조건이 좁아질 뿐이다. 정부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특혜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다주택 페널티가 여전히 더 크다. 이 개편안이 만들어내는 결론은 ‘똘똘한 한 채’가 아니라 ‘똘똘하고, 실거주 가능하고, 14억 이하인 한 채’다. 상급지 중에서도 실거주 가능한 물건, 그리고 과세 기준선 바로 아래 구간으로 수요가 더 정교하게 몰릴 것이다. 집중은 완화되지 않고 재편된다.
둘째, 임대차 시장이 가장 먼저, 가장 아프게 반응한다.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이 시장의 실질적인 전세 공급자다. 이들에게 보유 비용을 올리고 실거주를 요구하면 임대 물량은 줄어든다. 줄어든 물량은 임대료로 전가된다. 서울 전세가격은 이미 매매와 같은 0.25% 상승을 기록했고, 전국 전세지수는 0.10% 올랐다. 여기에 2027년 서울 입주 물량이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는 사실이 겹친다. 매물 잠김과 전세 소멸이 동시에 오면, 그때는 세제로 풀 수 없다.
셋째, 국회가 남아 있다. 이번 안은 정부안이다. 국회 심의와 입법 절차가 남아 있고, 최종 확정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특공제 한도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속도는 조정 여지가 크다. 2027년 시행까지 1년 반, 시장 참여자에게는 판단할 시간이 있다. 성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다.
이번 개편안은 잘 설계된 세제다. 실거주 우대라는 원칙은 일관되고, 단계적 시행은 충격을 분산시키며, 가액 기준으로의 전환은 방향이 옳다. 조세 정책으로서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문제는 이것이 부동산 정책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제는 분배의 도구지 공급의 도구가 아니다. 보유세를 올리면 보유가 줄지만, 그렇다고 집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2027년 서울에 들어올 아파트가 1만 3000세대라는 사실은 종부세율을 3.5%로 올려도 바뀌지 않는다.
77주 연속 상승의 원인은 세금이 가벼워서가 아니다. 지을 곳에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금은 집을 짓지 못한다. 이 문장을 잊지 않는 것이, 앞으로 3년간 시장을 읽는 가장 정확한 렌즈가 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