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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혐오 콘텐츠 막기보다 아이들 생각의 힘 키워주는 게 더 중요”

유아 큐레이션 ‘우따따’ 유지은 대표 “어린이도 세상이 궁금해, 정보와 시간 충분히 제공하면 스스로 판단”

[비즈한국] 또래끼리 맨몸으로 싸우는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이른바 ‘야차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조롱하는 표현을 장난처럼 따라 하는 학생들. 최근 학교 안팎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접한 폭력과 혐오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말과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혐오와 조롱을 하나의 놀이이자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유튜브와 숏폼 등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가 일상이 된 시대에 부모나 학교가 문제적인 콘텐츠를 모두 차단하기는 어렵다. 아이들이 혐오와 폭력을 재미있는 콘텐츠로 학습하지 않도록 하려면 보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보고 들은 정보의 문제점을 스스로 가려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요즘 아이들은 콘텐츠 홍수 속에 살고 있거든요. 문제적인 콘텐츠를 모두 막을 수는 없어요. 결국 아이가 그것을 접하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동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출발한 ‘우따따’는 아이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신문을 만든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유지은 우따따 대표를 만나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린이에게 필요한 콘텐츠와 교육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유지은 우따따(㈜딱따구리) 대표를 만나 어린이에게 필요한 콘텐츠와 미디어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임준선 기자

아동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로 시작한 우따따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를, 초등학교 3~5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신문을 발행하는 스타트업이다. 사회·경제·과학 등 다양한 이슈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고, 뉴욕타임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어린이용 콘텐츠를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여섯 살 조카와 함께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보던 어느 날, 어린이 콘텐츠라면 당연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성별에 따라 역할이 고정된 듯한 설정이 눈에 들어왔다. 루피가 친구들의 식사를 챙기거나 토라지는 역할을 주로 맡는 등 여성과 남성 캐릭터에게 전통적인 성역할이 반복됐다. 이를 계기로 다른 어린이 콘텐츠를 찾아본 유 대표는 다양성이 부족한 작품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인이 만드는 콘텐츠인 만큼 그들의 시선과 편견이 어린이 콘텐츠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의식은 2019년 성평등 그림책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유 대표는 성평등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꼈다. 장애와 기후위기, 문화적 다양성 등 어린이가 이해해야 할 사회적 의제는 훨씬 넓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사회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점도 절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의 고민도 비슷했다. “사회 문제를 아이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지금의 어린이 신문이다.

“AI가 있는데 왜 공부해야 해요?” “떡볶이는 정말 몸에 안 좋아요?” 편집팀은 △지금 사회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주제 △부모가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 △어린이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제를 기준으로 매 호를 기획한다. 아이들의 질문도 받는다. 우따따신문 1호 표지에 실린 코스피 기사도 한 어린이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유 대표는 “어린이도 사회를 궁금해한다”며 “배경지식이 부족할 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언어로 세상을 설명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발행된 우따따신문 2호 표지. 사진=우따따 제공

“문제적인 콘텐츠는 어디에서든 노출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에요.”

아이들은 사회적 경험과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아 콘텐츠에서 접한 표현을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그대로 모방하기 쉽다. 특정 집단을 조롱하는 말이나 폭력적 표현도 재미있는 유행어처럼 학습한다. 유 대표는 “아이들은 콘텐츠에서 배운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며 “한 번 잘못 자리 잡은 관점은 나중에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콘텐츠를 무조건 차단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학원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온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나는 공간은 대부분 ‘온라인’이다. 플랫폼이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 콘텐츠를 무조건 차단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대신 콘텐츠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경험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따따신문은 기사마다 QR코드를 넣었다. 어린이가 자신의 의견을 남기고 서로 다른 생각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는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을 했다. 예상과 달리 응답자 약 80%가 휴대전화 금지에 찬성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알림이 계속 신경 쓰이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제대로 놀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어린이도 충분한 정보와 생각할 시간을 주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요.”

유지은 우따따(㈜딱따구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우따따신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결국 유 대표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린이가 사회 문제를 접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는 환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무조건 차단하기보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가려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유 대표는 그런 경험을 돕는 콘텐츠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신문을 읽은 뒤 논쟁적인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살아갈 시민이에요. 세상을 이해할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윤채현 기자

중소·벤처기업과 플랫폼, 콘텐츠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cogusz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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