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는 금 투자자에게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었다. 국제 금값은 지난 1월 말 온스당 5600달러에 육박했지만 6월 말에는 4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다섯 달 만에 약 28% 급락한 것이다. 이후 반등해 지난 4일 4400달러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고점과 비교하면 20% 넘게 낮다.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금값을 따라 바뀌었다. 개인은 5월부터 7월까지 KRX 금시장에서 524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다 금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8월 들어 14일까지 1330억 원을 다시 순매수했다. 하락기에 팔고 반등이 나타난 뒤 다시 사들이는 흐름이었다.

같은 시기 한국은행의 움직임도 눈길을 끌었다. 2분기 말 한국은행의 보유 목록에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인 SPDR 골드셰어즈(GLD) 67만 9765주가 새로 나타났다. 당시 평가액은 약 2억 5000만 달러였다. 이는 2분기 말 기준 보유액으로, 정확한 취득금액은 아니다. 한은이 2013년 이후 금 관련 투자를 재개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외환보유액으로 실물 금을 직접 매입한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개인과 중앙은행 가운데 누가 금값의 방향을 제대로 맞혔는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같은 금에 투자했는데 왜 내 계좌의 수익률은 다를까.
금은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가격이 매겨진다. 이에 따라 한국 투자자의 원화 수익률은 금값과 환율이 함께 결정한다. 이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때가 지난 7월이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한 달 동안 달러 기준으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1549.4원에서 7월 말 1424.0원으로 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금값은 5.5% 떨어졌다. 달러 기준 금값이 올라도 원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 국내 투자자의 원화 환산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KRX 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달러로 거래되는 미국 금 ETF를 샀더라도 나중에 수익을 원화로 계산한다면 같은 환율 영향을 받는다. 금통장과 환헤지를 하지 않은 국내 금 ETF도 마찬가지다. 국내 상품인지 해외 상품인지가 환율 노출 여부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환헤지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환율 영향을 줄이고 싶다면 상품명에 ‘H’가 붙은 환헤지형 ETF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상장 환헤지형 금 ETF는 주로 금 선물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선물 계약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롤오버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현물 금값과 수익률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환율 위험을 줄이는 대신 다른 비용을 감수하는 구조다.
금에 투자하는 통로는 크게 KRX 금시장, 국내 금 ETF, 해외 금 ETF, 금통장, 골드바로 나뉜다. 상품마다 금값은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투자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은 다르다.
KRX 금시장에서는 증권사를 통해 금을 1g 단위로 사고팔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장내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고, 장내에서 거래하는 동안에는 부가가치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일반계좌에서 금 가격을 따라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세금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다만 금을 실물로 찾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0g이나 1㎏ 단위로 인출할 때 부가세 10%가 부과되고, 증권사별 출고·운송 수수료도 내야 한다. ‘KRX 금은 부가세가 없다’는 말은 장내에서 사고팔 때에만 해당한다.
국내 상장 금현물 ETF는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고 ISA와 연금계좌에도 담을 수 있다. TIGER KRX금현물과 ACE KRX금현물의 연간 총보수는 각각 0.15%, 0.19%다. 일반계좌에서는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배당소득세 15.4%가 적용되지만, ISA나 연금계좌에 담으면 비과세·분리과세 또는 과세이연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연금계좌 안에서 금을 장기적으로 배분하려는 투자자라면 KRX 금시장 직접 거래보다 ETF가 편리할 수 있다.
미국의 GLD 같은 해외 금 ETF는 다른 해외주식·ETF와 손익을 합산한 뒤 연간 250만 원을 공제하고, 남은 양도차익에 22%의 세금이 붙는다. 대신 해외주식에서 발생한 손실과 금 ETF의 이익을 상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달러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해외주식 계좌 안에서 자산을 배분하려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금통장은 은행에서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매매차익에 15.4%의 세금이 붙고,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도 비교적 크다. 접근성은 좋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KRX 금시장보다 불리할 수 있다.
실물 골드바는 비용 차이가 더욱 선명하다. 지난 4일 한국금거래소가 고시한 순금 한 돈의 가격은 살 때 87만 원, 팔 때 73만 원이었다. 산 직후 같은 곳에 되팔면 14만 원, 매입가격의 16.1%를 잃는 구조다. 매도가가 단순히 87만 원까지 올라야 본전이라고 계산하면 필요한 상승률은 19.2%다.
87만 원에는 약 7만 9000원의 부가세가 이미 포함돼 있다. 여기에 골드바 제작비와 유통 마진, 매매 스프레드가 더해져 매입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이가 커진다. 부가세를 다시 더해 ‘금값이 25% 올라야 본전’이라고 계산하는 것은 이중 계산이다.
이 가격은 한국금거래소 한 곳의 소매 고시가다. 모든 골드바와 은행·증권사의 실물 인출 비용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투자만을 목적으로 실물 금을 사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출발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보관이나 증여, 직접 소유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라면 골드바는 효율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금값이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금리와 달러, 물가, 지정학적 위험, 중앙은행의 매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격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고점에서 28%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는 흐름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기 상승세만 보고 따라 사기보다 금을 보유하려는 목적부터 정해야 한다. 일반계좌에서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금값을 따라가려면 KRX 금시장을, ISA·연금계좌에서 장기적으로 운용하려면 국내 금현물 ETF를 먼저 검토할 수 있다. 달러 자산 안에서 주식과 금의 비중을 조절하려면 해외 금 ETF가 편리하다. 실물 소유 자체가 목적일 때에만 골드바의 비용을 감수할 이유가 생긴다.
환율 전망만 믿고 한꺼번에 매수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환율을 맞히기 어렵다면 목표 비중을 정해 분할 매수하고, 금값이나 환율이 크게 움직였을 때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는 편이 현실적이다. 같은 금이라도 어느 계좌에서 어떤 상품으로 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금값 뉴스가 결정하는 것은 장부상 수익률이지만, 환율과 세금, 비용이 결정하는 것은 실제로 남는 돈이다. 금값 전망보다 투자 방법을 먼저 따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