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망한 인디게임을 확보하려는 게임사들의 접근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개발사에 직접 투자하거나 완성된 게임의 퍼블리싱을 맡는 데서 나아가, 전문 퍼블리셔와 개발 지원 기술에 투자하는 등 신작 발굴 경로를 넓히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이 게임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소규모 개발사의 시장 진출 여건이 달라지는 가운데, 게임사들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하기 위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위메이드맥스, 퍼블리셔와 기술에 투자
게임사들은 통상 자체 개발 조직을 통해 신작을 제작하거나 외부 개발사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게임을 확보한다. 유망 개발사에 직접 투자해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향후 퍼블리싱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활용한다.
최근에는 개별 개발사뿐 아니라 여러 인디게임을 발굴하는 전문 퍼블리셔와 개발 지원 기술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수의 개발사를 발굴하고 게임 사업화를 지원하는 조직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게임사는 자체 발굴 조직을 직접 확대하지 않고도 외부 퍼블리셔가 보유한 개발사 네트워크와 신작 발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AI 기반 백엔드 개발·운영 자동화 기업 백엔드엑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유망 인디·소규모 개발사를 조기에 발굴하고, 향후 인수·퍼블리싱 파이프라인과 연계할 가능성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기존 퍼블리싱 계약 개발사에 백엔드엑스 솔루션을 제공해 개발·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위메이드맥스는 지난 7월 인디게임 전문 퍼블리셔 레드브릭하우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레드브릭하우스는 네오위즈에서 인디게임 발굴과 투자, 퍼블리싱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들이 설립한 회사다. 국내외 개발사를 발굴해 게임 개발부터 투자, 글로벌 출시와 서비스 운영까지 지원한다. 위메이드맥스는 레드브릭하우스와 협력해 신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가 낮춘 게임 제작 문턱…퍼블리셔 중요성 커져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게임 제작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생성형 AI가 코딩과 그래픽·음향 제작 등 게임 개발의 일부 공정에 활용되면서 소규모 개발사도 이전보다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2026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된 게임 가운데 생성형 AI 사용을 공개한 비중은 2024년 6%에서 2025년 21%로 증가했다. AI 활용을 공개한 게임은 지난해 8월 기준 약 730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8%는 게임 내 그래픽 등 시각적 자산 제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했다.
전체 게임 출시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게임 데이터 분석 사이트 스팀DB(SteamDB)에 따르면 지난해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약 2만 1000개로, 2024년 약 1만 8000개보다 늘었다. 개발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유통망의 확대 속에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수가 계속 증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신작 공급이 늘어날수록 이용자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로 게임 제작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출시되는 게임이 많아질수록 개별 작품이 이용자에게 알려지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게임의 시장성을 평가하고 마케팅과 현지화, 유통 등을 지원하는 퍼블리셔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검토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정 개발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과 달리 전문 퍼블리셔와의 협력은 여러 개발사와 프로젝트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 지원 기술에 대한 투자 역시 초기 개발사와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이다. 다만 이러한 투자가 실제 유망 IP 확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확보한 개발사 네트워크와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를 퍼블리싱 계약이나 후속 투자로 연결하는 역량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미 외부에서 검증된 인디 게임이나 개발 중 성과가 입증된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ROI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개발사 투자와 인수, 퍼블리싱 권한 확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IP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활용한 후속작과 확장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