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검찰 수사권 폐지와 함께 중수청 신설에 따른 수사 공백이 큰 상황이다. 지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는 건 금융감독원 특사경이 유일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 출신 변호사)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신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됐지만, 출범 초기 지휘부 공백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중수청이 자본시장 범죄 수사에서 당장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평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현재 무주공산이 된 자본시장 수사를 주도하는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인지수사권 확보를 넘어, 금감원이 불법사금융과 보험사기 영역까지 특별사법경찰의 수사 권한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신중한 금융위원회와의 힘겨루기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수청 ‘공백’ 속 금감원 존재감 커져
신설 중수청이 출범했지만, 고도의 파생상품 설계, 무자본 M&A, 복잡한 전환사채(CB) 꺾기 등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지능형 금융범죄를 파헤치기에는 실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금감원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은 금융위와 치열한 기싸움 끝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특사경의 ‘독자적 인지수사권’을 부여받는 절충안을 관철시켰다. 과거에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이첩한 사건만 배당받아 수사했지만, 이제는 금감원 특사경이 직접 의심 거래를 포착해 자체적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할 길이 열린 것이다.
앞선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의 금융범죄 수사 인력이 대부분 중수청으로 넘어갔지만, 지도부에 금융 수사 경험이 없는 이들이 많은 데다 보고 시스템이 없어 자리를 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감원 특사경이 과거 검찰에 비해 수사 능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압수수색을 하는 주체는 오직 금감원 특사경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물론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응력을 높이겠다며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확보와 업무 범위 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금감원이 민간 독립기구라는 점을 들어 수사권 확대에 따른 권한 남용 가능성과 통제 문제를 우려했다. 금감원이 회계감리와 금융회사 검사 영역까지 특사경의 직무 범위를 넓히려 한 점도 반대 이유였다.
결국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되 금융위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통제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금감원은 ‘커진 권한’을 토대로 금융 경찰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주가조작 넘어 불법사금융, 보험사기까지?
주목할 점은 금감원의 시선이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박지선 금감원 부원장은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 “내년에 (보험사건에) 특사경 도입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현재 방향은 불법사금융 위주지만, 안착하면 보험사기로도 확대해서 금감원이 경찰과 협업 가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불법사금융 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는 분석체계도 구축했다. 개별적으로 접수된 피해 신고를 연결해 숨겨진 범죄조직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불법사금융 관련 정보 약 38만 건을 AI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서로 다른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민생침해범죄 중 하나인 보험사기로 특사경 확대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강제수사권 없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혐의를 포착해도 경찰 수사까지 공백이 발생해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명분 삼아, 자체적인 특사경 수사권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금감원의 광폭 행보를 바라보는 금융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금융위에서는 민간기관인 금감원이 수사를 개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민간기관인 금감원이 이미 영장 없는 계좌추적권을 가진 상황에서 특사경 권한을 더 넓혀 인지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금융위 통제를 벗어나 무리하게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우 금융위 증선위원도 지난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민간인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많은 권한을 주면 오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개혁의 틈을 타 ‘자본시장 저승사자’ 자리를 제대로 수행해보려는 금감원과 민간 기구의 공권력 비대화를 막아서려는 금융위의 ‘특사경 권한’ 갈등이 어떻게 결론 날지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 할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