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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흔든 증시, 진짜 고비는 연준의 ‘추가 인상’

미 금리 인상 가능성 상당 부분 반영…예상된 인상보다 추가 긴축 신호 주목해야

[비즈한국] 14일 코스피가 다시 급락했다. 주말 사이 중동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거래 초반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7달러대로 뛰었고 주요 아시아 증시도 흔들렸다. 그러나 중동 뉴스만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유가 급등이 미국 물가를 자극하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대와 미 국채금리 상승을 거쳐 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한국시간 17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연 3.50~3.7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4일 로이터가 전한 CME 페드워치 기준 인상 확률은 86%다. 예상대로라면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하지만 이번 인상이 물가 압력에 대응하는 한 차례의 조정인지, 연속적인 인상의 시작인지에 따라 주식과 채권, 달러의 방향이 엇갈릴 수 있다.

중동 긴장에 따른 유가 급등과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증시를 압박하는 가운데,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은 이번 인상보다 추가 긴축 여부다. 사진=김세아 제공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한 달 전보다 0.4%, 1년 전보다 3.4%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3.9% 뛰며 전체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분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4%로 낮아졌다. 다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7월 0.2%에서 8월 0.3%로 높아졌다.

그렇다면 근원물가가 2%대인데 연준은 왜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것일까. 연준이 공식 목표로 삼는 물가지표는 소비자물가가 아니라 개인소비지출, 즉 PCE 물가다. 7월 전체 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목표인 2%를 웃돌았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중시하는 근원 PCE 상승률도 3.3%였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에서 소개한 PCE의 199개 구성 항목 분석도 물가 압력이 광범위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구성 항목의 54%에서 지난 1년간 가격이 3% 넘게 올랐다. 휘발유가 8월 물가를 끌어올린 것은 맞지만, 연준이 보는 물가 문제가 기름값 하나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공격받은 송유관이 복구되거나 호르무즈해협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통화정책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유가가 운송비와 제품 가격, 임금과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지는 과정이다.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라면 지켜볼 수 있지만, 경제 전반에 지속적인 물가 압력으로 자리 잡는다면 대응 필요성이 커진다.

고용도 당장 인상을 가로막을 만큼 약한 모습은 아니다.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잠정치 기준 16만2000개 늘었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했다. 물가는 목표보다 높은데 고용은 버티고 있다. 연준으로서는 물가를 더 누를 여력이 남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조합이다.

인상론은 지난 회의에서도 이미 등장했다. 연준은 7월 9대3으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반대표를 던진 세 명은 모두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7월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금융시장도 9월까지 한 차례, 내년 1분기 말까지 추가 한 차례 인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연준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자리라기보다, 지난 회의에서 소수였던 인상론이 이후 물가와 고용지표를 거치며 다수 의견으로 올라설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첫 번째로 봐야 할 것은 금리 결정과 함께 공개되는 점도표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전망을 제출한 18명 가운데 8명이 연말까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3명은 한 차례, 5명은 두 차례 인상에 해당하는 금리를 제시했다. 한 명은 세 차례 인상, 다른 한 명은 한 차례 인하를 내다봤다.

전망을 낮은 순서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두 값은 각각 3.625%와 3.875%였다. 두 값을 평균한 연말 금리 중앙값은 3.75%였고, 표에는 소수점 첫째 자리로 반올림한 3.8%가 표시됐다. 하지만 정작 3.75%를 제시한 참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중앙값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점들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점도표는 투표권이 없는 참석자까지 포함한 개별 전망이지, 연준의 정책 확약은 아니다.

이번에 0.25%포인트를 올리면 기준금리 범위는 3.75~4.00%, 중간값은 3.875%가 된다. 연말 전망 중앙값이 반올림 기준 3.9%라면 이번 인상 이후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없는 경로에 해당한다. 4.1%라면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만 중앙값만으로 참석자 다수가 정확히 같은 경로를 예상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점들의 분포와 내년 전망을 함께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지난달 잭슨홀에서 그는 신용시장과 대출시장에 정책적 제약의 징후가 많지 않다며,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상 이후 금융 여건과 물가 전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연준의 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연준 통계상 지난 10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95%, 30년물은 5.37%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는 연준이 정하지만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장기 조달비용, 성장주의 평가가치에는 장기금리도 큰 영향을 준다.

연준이 금리를 올렸는데도 10년물 금리가 내려간다면 추가 긴축 위험이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대로 기준금리와 장기금리가 함께 오른다면 추가 인상이나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다만 장기금리에는 물가뿐 아니라 성장 전망과 재정적자, 국채 공급, 안전자산 수요도 반영된다. 금리 하락이 경기 둔화 우려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금리와 금리선물의 변화까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장기채 투자자는 “금리를 올렸으니 이제 채권을 사면 된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장기채는 이자 수입을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만기가 길수록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도 커진다. 특히 만기 전에 매도하거나 장기채 펀드·ETF에 투자한다면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을 고려해야 한다. 점도표와 시장금리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투자 목적에 맞게 만기와 매수 시점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는 발표 직후 지수의 첫 움직임을 추격하기보다 장기금리가 움직이는 방향과 이유를 봐야 한다. 미래 이익의 비중이 큰 성장주와 차입 부담이 큰 리츠는 장기금리 상승에 민감하다. 고배당주도 배당수익률만 봐서는 안 된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가까운 환경에서는 배당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다만 원화 자산과 미국 국채를 비교할 때는 환율과 환헤지 비용, 세금까지 고려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2일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555.8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 1300원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환율이 높을 때 달러를 산 투자자는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미국 자산의 달러 기준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 환산가치가 줄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 인상을 달러 반등의 신호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추가 인상 전망이 약해지면 달러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중동발 공급 불안과 미국의 긴축 우려가 함께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인상이 상당 부분 예상에 반영됐다면 관건은 인상 자체보다 그다음 경로다. 시장이 다시 가격에 반영할 것은 점도표와 워시의 발언이 보여줄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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