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 코스피는 14%가량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17%대, SK하이닉스는 24%대 하락했다. 주가가 연이어 떨어지면 늘 주식을 더 살지 고민하게 된다. 추가 매수에 앞서 ETF 안에 들어 있는 주식까지 합쳐 반도체에 투자한 금액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나머지는 국내 대표 기업에 나눠 투자하려고 코스피200 ETF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실제 상품인 KODEX 200을 예로 들어 계산해보자. KODEX 200은 국내 주요 기업 200개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를 따라 움직인다. 물론 200개 기업에 같은 금액을 넣지는 않는다.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의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투자 비중도 커지는 구조다. 삼성자산운용의 ETF·펀드 플랫폼 ‘펀(Fun)ETF’의 지난 16일 기준 공개 구성표에서 KODEX 200의 삼성전자 비중은 33.6%, SK하이닉스는 24.6%로, 다 합치면 58.2%다. 200개 기업을 담았어도 두 회사에 들어간 돈이 절반을 넘는다.

삼성전자 주식의 평가액이 200만 원, KODEX 200의 평가액이 800만 원인 계좌에 이 구성 비중을 적용하면 어떨까. ETF를 통해 보유한 삼성전자는 약 269만 원, SK하이닉스는 약 197만 원이다. 직접 산 삼성전자까지 합치면 두 회사에 들어간 돈은 약 666만 원으로, 전체 1000만 원의 약 67%다.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산 금액은 전체의 20%지만, ETF 속 보유분까지 더하면 삼성전자 한 회사의 비중만 약 47%에 이른다. 이 상태에서 평균 매입 가격을 낮추려고 삼성전자를 더 사면 그 회사에 걸린 돈도 늘어난다. 이후 주가가 1% 움직일 때 계좌에서 늘거나 줄어드는 금액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매입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만 계산하다 보면 앞으로 잃을 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놓치기 쉽다.
미국 주식에 나눠 투자했어도 사업이 비슷한 곳에 몰려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서로 다른 회사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반도체 주문이 증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하락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회수할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높은 이자까지 부담하는 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반도체를 공급하는 회사의 향후 주문에 대한 걱정도 늘어난다. 서로 다른 회사라도 같은 고객의 주문이나 같은 산업의 호황에 기대 돈을 번다면 함께 살펴봐야 한다. 상품과 투자 국가를 나눴다고 위험까지 골고루 나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중을 확인한 뒤에는 손실을 금액으로 계산해보자. 앞의 계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0% 더 떨어지면 두 회사에서 발생하는 추가 손실은 약 200만 원이다. 나머지 종목의 가격이 그대로라면 전체 계좌의 약 20%를 잃는다. 다른 종목도 함께 떨어지면 손실은 더 커진다. 추가 매수 전에 감당할 손실의 크기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그 금액을 견디기 어렵다면 추가 매수를 하지 않는 게 낫다. 새로 넣을 돈을 당분간 예금에 두거나 기존 보유 기업과 사업이 덜 겹치는 투자처를 검토할 수도 있다.
반도체 주식이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매수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미 투자금 대부분을 넣은 사람은 여유자금을 두고 매수를 기다리던 사람과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의 장기 전망을 좋게 보는 것과 내 투자금 대부분을 반도체에 넣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