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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1신도시, ‘낡은 신도시’가 아니라 ‘좋은 집이 부족한 도시’다

삼성전자 화성·기흥 사업장과 GTX-A, 20년간 축적된 생활권이 동탄 주택 수요의 기반이 되고 있다

[비즈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신도시는 대개 ‘새것’으로 평가받는다. 새 아파트가 많고, 도로가 넓고, 학교와 공원이 계획적으로 들어선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런데 시간이 20년쯤 흐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도시라는 이름은 그대로인데 아파트는 구축이 되고, 새로 개발된 인근 지역과 비교되기 시작한다.

동탄도 그 단계에 들어섰다. 동탄1신도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됐다.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반면 동탄2신도시는 동탄역과 GTX-A, 호수공원, 신축 대단지를 앞세워 최근 동탄 주택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동탄2는 신축, 동탄1은 구축’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최근 동탄 시장을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동탄1의 문제는 입지가 오래된 것일까. 아니면 좋은 입지에 비해 주택 상품이 오래된 것일까.

동탄1신도시의 가치는 새 도시와의 비교가 아니라, 20년간 쌓인 생활권 안에서 더 나은 주거를 찾는 수요에 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올해 동탄 집값의 움직임은 상당히 강하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동탄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첫째 주까지 연초 대비 17.5% 상승했다.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6월 22억 2500만 원에 거래됐고,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은 18억 6000만 원, 시범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는 18억 4000만 원 등 17억~20억 원대 거래가 이어졌다. 올해 1~7월 화성시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약 70%가 동탄구에서 발생했다.

물론 단기간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른 측면도 있다. 6월에는 주간 상승률이 2%를 넘어설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고,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다. 일부 계약 해제까지 나타났던 만큼 최근 상승분을 모두 정상적인 장기 추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동탄에서 15억 원, 20억 원을 지불할 수 있는 주택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동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결국 일자리다. 삼성전자 화성·기흥 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소득 반도체 종사자가 두텁다. GTX-A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도 개선됐다. 실제 현지에서도 삼성전자 사업장 통근이 편리한 지역을 찾는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내가 더 주목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동탄 주민 자체가 20년 동안 성장했다. 동탄1에 처음 입주했던 30대 직장인은 이제 40대 후반이나 50대가 됐다. 회사에서는 부장·임원이 됐을 수도 있고, 맞벌이 가구라면 소득도 상당히 높아졌을 것이다. 그동안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자산도 늘었다. 자녀 역시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 가족이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동탄을 떠나야 할까.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직장은 여전히 화성·기흥에 있고, 아이들이 이용하던 학교와 학원도 있다. 자주 가던 병원과 식당이 있고, 익숙한 상권이 있다. 동탄센트럴파크도 있다. 생활의 모든 동선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

동탄1신도시의 강점은 바로 이 점이다. 생활 인프라가 ‘예정’이 아니라 이미 완성돼 있다. 새로운 신도시에서는 “5년 후 상권이 들어옵니다”, “학교가 생길 예정입니다”, “공원이 조성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동탄1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사람들이 20년 가까이 생활하며 검증했다.

문제는 주택이다. 좋은 생활권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주택의 선택지가 대부분 15~20년 된 아파트라면 자연스럽게 갈아타기 욕구가 발생한다. 나는 앞으로 수도권 1기·2기 신도시를 볼 때 이 ‘생활권 잔류형 갈아타기 수요’가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

사람들이 항상 새로운 도시를 찾아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만족스러운 생활권이라면 그 안에서 더 좋은 집을 찾는다. 그래서 앞으로 동탄1의 핵심 질문은 “동탄2보다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다. “동탄1에서 계속 살고 싶은 사람이 선택할 만한 좋은 새 집이 충분한가?”다.

중요한 것은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주거시장이 성장하는 초기에는 ‘몇 채를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 도시가 성숙한 다음에는 ‘어떤 집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해진다.

과거 동탄의 질문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가”, “84㎡를 얼마에 살 수 있는가”였다면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주차가 편한가, 수납공간이 충분한가, 조망은 좋은가, 천장고와 마감재는 어떤가, 커뮤니티는 실제로 쓸 만한가를 따지는 수요가 생겼다.

이것은 단순히 사치재에 대한 수요가 아니다. 소득과 자산이 늘어난 가구가 주택에 요구하는 생활 품질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분양가격이 얼마가 될지는 물론 중요하다. 최근 동탄 주요 주거 상품의 가격이 17억~22억 원대로 올라왔다고 해서 새 아파트라면 어떤 가격이든 받아들여진다는 뜻은 아니다. 분양가격, 금융비용, 입주 시점의 시장상황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다만 현재의 동탄을 10년 전 가격 관념으로 평가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GTX와 반도체 일자리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고소득 수요와 자산가치 상승이 주택시장의 기준선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앞으로 동탄1을 다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탄2의 새 아파트가 좋아서 동탄2가 오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곧 동탄1의 주거 수요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동탄1에는 이미 학교도 있고, 상권도 있고, 공원도 있고, 직장도 있다. 없는 것은 생활 인프라가 아니라 그 생활 수준에 맞는 새로운 주택 상품일 수 있다.

좋은 도시가 되면 사람들은 떠나지 않는다. 대신 더 좋은 집을 찾는다. 동탄1도 이제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 앞으로 이 지역의 주택시장을 볼 때는 구축의 연식만 볼 것이 아니라, 20년 동안 쌓인 생활권과 구매력,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상급 주거 갈아타기 수요를 함께 봐야 한다.

결국 동탄1의 미래는 “새 아파트가 없어서 끝난 도시”가 아니라, “좋은 주거시설을 기다리는 수요가 쌓인 도시”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50부터 시작하는 은퇴 후 월급 만드는 부동산(2026)’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2026)’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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