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인에게 한국은 취업해 정착하기가 까다로운 나라다. 한국 대학을 졸업해도 체류자격과 허용 직종 등 넘어야 할 문턱이 적잖다. 그런데 최근 이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들이 현지 언어와 한국 사회에 모두 익숙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에 나섰고, 정부도 구직·인턴 기간을 늘리며 취업과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유학생 30만 명 시대, 한국에서 가르친 인재를 국내 노동시장으로 연결하려는 흥미로운 변화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돌파…현대차, 롯데칠성, 오뚜기 등 별도 채용
최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은 30만 7464명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앞서 정부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2027년까지 30만 명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목표치를 1년 앞당겨 달성한 셈이다.
기업들은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채용전환형 인턴십을 모집했다. 일본 사업 지원과 상품 전략, 상용 서비스 및 품질 분야가 대상으로,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 능력과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을 지원 요건으로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 9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영업 분야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모집했다.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과 특정활동(E-7) 체류자격 취득 요건 등을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 오뚜기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을 진행했다. 일본 사업 확대에 대응할 해외영업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일본 법인 확대와 관련해 해외 영업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나섰다”며 “최근 식품기업들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 확대에 채용 수요 증가
기업들이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나서는 배경에는 해외 사업 확대가 있다. 국내 대학에서 교육받은 외국인 유학생은 모국어와 자국 문화에 익숙하면서도 한국어와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국내 조직과 협업할 수 있는 역량까지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해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5월 일본 도쿄에 첫 현지 판매법인인 ‘오뚜기재팬’을 설립하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섰다.
기아는 지난 5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모델인 ‘PV5’를 일본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현지 법인인 기아 PBV 재팬을 중심으로 판매와 서비스망을 확대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는 2030년까지 연결 기준 매출액 4조 8000억~5조 원을 달성하고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한국 기업들의 일본 현지 법인 설립도 증가하는 추세다. KOTRA의 ‘2026 일본 진출전략’에 따르면 한국의 일본 내 신규 법인 설립 건수는 2022년 158건에서 2023년 269건, 2024년 31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218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했다.
이에 잡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시장 진출과 글로벌 고객 대응이 늘면서 외국어 역량과 현지 이해도를 갖춘 인재를 찾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유학생은 모국어와 한국어를 함께 구사하고 한국의 문화와 조직 생활에 대한 이해도도 갖추고 있어 해외 사업과 국내 조직을 잇는 ‘브릿지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유학생 구직 기간·취업 가능 분야 확대
정부도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에서 취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와 함께 국내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졸업 후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취업과 체류 경로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국내 대학 졸업 유학생의 구직(D-10) 체류 가능 기간을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했다. 한 번에 연장할 수 있는 체류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다. 구직 과정에서 허용되는 인턴 활동은 종전 총 1년 이내라는 기간 제한을 없애고, 동일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졸업 유학생은 국내에 머물며 취업을 준비할 시간을 더 확보하게 됐다. 기업 역시 허용된 인턴 활동을 통해 지원자의 직무 역량과 조직 적응도를 살펴볼 여지가 커졌다. 다만 구직·인턴 기간 확대가 취업비자 발급 요건까지 없앤 것은 아니다. 정식 채용에 앞서 담당 직무와 고용조건 등이 해당 체류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 개선에 이어 법무부는 올해 10월 7일 ‘외국인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 협의회’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출범한 협의회에는 대학과 교육·이민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유학생의 입국부터 교육, 취업, 정착에 이르는 비자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유학생을 이민정책의 전략적 유치·관리 대상으로 삼고, 지역과 산업 수요를 고려한 유치·정착 체계와 단계별 비자 전환 경로를 마련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내에 체류 중인 유학생을 채용하면 해외에서 인력을 직접 데려오는 경우보다 입국과 초기 정착에 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은 이미 한국에 체류하고 있어 해외에서 인재를 직접 채용할 때보다 비자 전환과 입사 절차의 부담이 적고 현지 적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다”며 “현지 적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어 장기근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