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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메모리 전쟁 중…미국에 전 공정 팹 건설 검토”

“2027년 부족 극심할 것” AI용 수요에 대한 자신감 드러내…미국 포함 전 세계 조사

[비즈한국] 메모리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건이 갖춰진다면 미국에도 메모리 반도체 전 공정(웨이퍼 가공) 팹을 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보다 높은 건설비와 전력·용수 등 인프라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인공지능(AI)발 메모리 수요가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커졌다는 판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각)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전 공정 팹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올 초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하는 최태원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최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 공정 팹과 관련해 “한 달 넘게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지역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 메모리 팹을 짓고 싶어하지만 용수·전력·부지는 물론 산업 생태계 조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4000억 원)를 투입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 메모리를 직접 생산하는 전 공정 팹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호남권에 전 공정 팹 2기 신설을 발표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쪽 수요를 직접 언급했다. 최 회장은 “미국 고객은 미국 내 팹 건설을 원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한다면 이런 기회를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와는 아직 직접 협의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국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이다. 최 회장은 한국에서 팹 하나를 짓는 비용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토지와 전력, 용수 가격이 높고 규제도 까다로운 만큼 단순히 부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대규모 전 공정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AI용 메모리 수요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수요 구조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과거 메모리 시장이 스마트폰과 PC 등 하드웨어 기기 수에 영향을 받았다면 AI 시대에는 한 명의 사용자가 여러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사이클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거보다 훨씬 긴 호황 사이클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이어 “HBM 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5년 안에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고객들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지어질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또 “모든 고객이 내년 물량을 거의 두 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메모리 칩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7년이 메모리 부족 현상이 가장 극심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HBM을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AI 서비스 확산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경우 SK하이닉스로서는 최대 AI 시장인 미국에서 생산능력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HBM5부터는 고객 맞춤형 제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도 커스텀 칩을 원하고 구글도 자신들에게 맞춘 HBM을 원한다”며 과거 범용 제품이던 메모리가 AI 시대에는 고객별 연산 환경에 맞춰 설계되는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IT 제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칩플레이션’도 경계했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메모리 가격 상승이 서버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신규 팹 확장에 따른 과잉투자 위험에는 장기공급계약(LTA)과 합작법인(JV), ‘서비스형 메모리(Memory as a Service)’ 등 고객과 투자 위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메모리를 단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계약이나 대여 형태로 공급해 수요 변동에 따른 다운턴 위험을 낮추겠다는 것.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6%로, AI 메모리 수요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최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은 SK하이닉스의 현지 생산 거점 확대와 맞물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7일(현지시각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착공식을 열 예정이다.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전략이 판매와 고객 대응을 넘어 현지 생산과 R&D 단계로 확장되는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해당 공장은 2028년 하반기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한다.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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