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영주택이 서울 금천구 옛 대한전선 공장부지의 토양정화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이 1심에서 각하됐다. 법원은 부영주택이 문제 삼은 금천구의 두 번째 정화명령이 첫 번째 정화명령 중 불소 기준을 완화한 처분이어서 다툴 이익이 없다고 봤다. 정화책임 관련 주장은 이미 불복기간이 지난 첫 번째 명령을 상대로 다퉜어야 한다는 취지다. 부영주택은 이에 불복해 지난달 2일 항소했다.

비즈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 5월 부영주택이 금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오염토양 정화조치명령 취소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고 본안 판단 없이 재판을 끝내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2차 정화명령은 1차 명령 중 불소 부분을 부영주택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처분”이라며 “2차 정화명령을 다툴 소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양측 분쟁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 옛 대한전선 공장부지에서 시작됐다. 부영주택은 2013년 2월 대한전선 측으로부터 약 8만 ㎡ 규모인 일대 공장부지를 1250억 원에 사들였다. 이후 남쪽 부지 일부를 우정의료재단에 증여했다. 부지를 가로지르는 금하로 남쪽에는 우정의료재단이 81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북쪽에는 부영주택이 990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화근은 일대 토양 오염이었다. 부영주택은 2022년 3월 공동주택과 종합병원 신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토양정밀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일대에서는 오염 물질인 구리(최고 3만 2784ppm), 불소(934ppm), 석유계총탄화수소(TPH, 1만 6305ppm)가 고농도로 검출됐다. 금천구는 같은 달 오염 토양을 기준치 이하로 정화하라는 첫 번째 정화명령을 내렸다.
첫 번째 정화명령 이후 불소 오염 기준이 완화됐다. 정부는 2024년 12월 주거용 대지 등 1지역 기준을 400ppm에서 800ppm, 일반 대지 등 2지역은 400ppm에서 1300ppm으로 늘렸다. 금천구청은 지난해 4월 이를 반영해 병원 부지 등 2지역을 불소 정화대상에서 제외하고 1지역 기준을 완화한 2차 명령을 내렸다. 기한은 2027년 4월까지 늘어났지만 구리와 TPH 정화의무는 유지됐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12월 두 번째 정화명령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매입 당시 공장이 철거된 나대지여서 오염 사실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정화책임도 없다는 취지였다. 설령 책임이 있더라도 실제 오염을 유발한 옛 공장 운영사가 먼저 책임져야 한다고 맞섰다. 향후 도시계획 변경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 1지역 기준을 적용한 것도 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부영주택의 정화책임 여부를 본안에서 판단하지 않았다. 두 번째 정화명령은 첫 번째 명령을 없애고 새로 내린 처분이 아니라, 불소 기준을 부영주택에 유리하게 바꾼 변경처분이라고 봤다. 정화책임 문제는 2022년 3월 첫 명령을 상대로 다퉜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부영주택이 당시 제소기간 안에 소송을 내지 않은 만큼, 두 번째 명령을 계기로 이를 다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선의·무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부영주택이 규모가 큰 건설회사로서 대규모 공장 부지를 매수하면서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토양환경평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설령 선의였다고 하더라도 무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오염 사실을 몰랐더라도 매입 과정에서 필요한 확인을 충분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편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공동주택 개발 부지와 사업은 동광주택으로 넘어갔다. 동광주택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동광주택산업과 남광건설산업을 통해 지배하는 부영 계열사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11월 일대 토지 10필지를 4652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고 다음 달 소유권을 이전했다. 금천구도 올해 3월 990가구 규모 공동주택 사업주체를 동광주택으로 변경 승인했다.
부영주택은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일 항소했다. 비즈한국은 부영주택에 항소 이유와 정화계획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금천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화명령이 이행된 부분은 없다”며 “착공과 토양정화를 병행할 수는 있지만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토지 소유권이 바뀌면 정화책임은 별도 처분 없이 승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