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게임사들의 콘텐츠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을 PC에서 구동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는가 하면, 출시를 앞둔 대작 게임의 미공개 영상이 유출되고 게임기 보안을 무력화하는 이른바 ‘탈옥’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비공식 프로그램 개발에까지 활용되면서 게임사들의 저작권 보호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PS4) 독점 게임인 ‘블러드본’을 PC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지난 1일 깃허브에 배포됐다. 블러드본은 2015년 출시된 액션 RPG로 출시 이후 10년 넘게 공식 PC 버전이 나오지 않았다.
락스타게임즈의 기대작 ‘그랜드 테프트 오토6(GTA6)’는 출시 전부터 미공개 영상 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GTA6의 미공개 영상을 유출해온 ‘사이버리크(Cyberleek)’는 최근 게임의 전체 스토리 모드가 포함된 개발 버전을 유포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이버리크는 자신이 내세운 가상자산의 시가총액이 3000만 달러에 도달하면 해당 빌드를 공개하겠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락스타게임즈의 모회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가 게임을 실물 디스크로 출시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유포를 철회할 수 있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PS5에서도 탈옥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탈옥한 PS5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구형 게임기인 오리지널 엑스박스(Xbox)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 ‘XPSemu’가 등장했다. 에뮬레이터는 다른 게임기에서 출시된 게임을 현재 사용하는 기기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2028년부터 플스 게임 디스크 사라진다…소비자는 반발
이러한 움직임은 소니가 실물 디스크 판매를 줄이고 디지털 다운로드 중심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임 콘텐츠의 유통과 이용을 플랫폼이 직접 관리하는 구조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구매한 게임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보관할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디지털 유통 방식에 대한 반발이 게임 유출의 명분으로 나타났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028년 1월부터 새롭게 출시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의 실물 디스크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지난 7월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출시되는 신작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와 소매 판매점을 통해 디지털 형태로만 판매된다.
소니는 게임을 구매하고 즐기는 방식이 실물 디스크에서 디지털 다운로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결정 배경으로 전했다.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용자들의 변화한 소비 방식에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 발표 이후 소비자들의 반발도 이어지는 중이다. 디지털 게임은 디스크를 교체하지 않아도 바로 실행할 수 있고 보관도 간편하지만 실물 게임과 달리 구매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재판매하거나 양도하기 어렵다. 기존에는 게임을 구매한 뒤 중고로 판매하거나 다른 이용자에게 빌려줄 수 있었지만 다운로드 방식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제한된다.
게임 이용 권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게임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범위는 플랫폼의 정책과 서비스 제공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향후 계정 이용이 제한되거나 서비스 운영 방식이 변경될 경우 구매한 게임에 접근하는 데 제약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것은 게임 자체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받는 방식이다. 소니의 국내 서비스 이용약관에도 구매자는 게임 콘텐츠를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을 뿐, 지식재산권은 소니와 해당 권리자에게 귀속된다고 명시돼 있다.

AI로 낮아진 해킹 문턱…저작권 보호 새로운 과제
AI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 개발자들이 기존 게임을 역분석하거나 보안 제한을 우회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가 쉬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게임의 구조를 역으로 분석하고 실행 환경을 바꾸는 데 전문적인 개발 지식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최근 생성형 AI가 코드 작성과 오류 수정 등을 지원하면서 관련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블러드본의 비공식 PC 이식 프로그램인 역시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코드 변경 기록에서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클로드(Claude)’가 공동 작성자로 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개인 개발자 브랜던 토머스는 클로드를 활용해 어도비의 포토샵과 프리미어 프로 등 주요 프로그램의 기능과 사용 환경을 재현한 무료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은 “AI가 코드를 분석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프로그램을 역분석해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며 “관련 기술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려면 소스코드를 확보해 일일이 비교해야 하는데, AI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례가 워낙 많아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기업은 이용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이용자는 AI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앞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 소재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