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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밀유출 항소심…
안승호 전 부사장 “테키야 보고서, 영업비밀 아냐”

내부 특허자료 유출 혐의 2심 결심공판…“취득 자체는 부적절” 인정하면서도 법리상 무죄 주장

[비즈한국] 삼성전자 내부 특허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 측이 문제가 된 ‘테키야 현안 보고서’의 영업비밀성을 항소심 재판에서 정면으로 다퉜다. 보고서를 입수·사용한 행위 자체는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논리다.

“상대방에 유리한 정보 아냐” 반박

안 전 부사장 측은 1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최종변론을 통해 보고서의 성격과 정보의 취득 가능성, 삼성전자와 시너지IP의 관계 등을 근거로 영업비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내부 직원과 공모해 중요 기밀자료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 2024년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영업비밀로 보호되는 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다. 변호인은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폭넓게 해석할 경우 형사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허는 공개를 전제로 일정 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반면 영업비밀은 비공개 상태를 전제로 별도의 등록이나 심사 없이 보호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정보를 특허법상 발명에 준하는 정도의 기술적, 경영적 가치를 가지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정보라고 합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전체 기술보호 체계의 조화와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부사장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초대 IP센터장을 지내며 특허 관련 업무를 총괄한 뒤 퇴직해 특허관리기업(NPE) 시너지IP를 설립했다. NPE는 특허권을 보유·매입한 뒤 이를 행사하거나 라이선스·매각 등으로 수익을 내는 특허관리 전문 기업이다.

안 전 부사장은 시너지IP를 운영하면서 미국 음향기기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 LLC’(테키야)를 대리해 삼성전자와 특허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이 아무개 씨로부터 테키야 특허 관련 현안 보고서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양측은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테키야는 2021년 11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약 9000만달러 규모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테키야는 음향 관련 특허를 보유, 다른 기업에 행사하는 방식으로 특허 사업을 확대해왔다. 앞서 삼성전자에도 자사 특허를 제안한 적이 있으며, 당시 삼성전자의 특허 검토 과정에 안 전 부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테키야 현안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테키야 특허 18건의 침해 가능성과 유효성을 검토하고 협상·소송 등 대응 방안을 정리한 내부 자료로, 공개된 특허·제품 정보와 선행기술 등을 대조한 내용이 담겼다.

안 전 부사장 측은 보고서를 취득·사용한 행위 자체는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고서가 공개된 특허·제품 정보 등을 바탕으로 한 법적 평가에 불과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은 비공지성·경제적 가치·비밀관리성 등을 갖춰야 한다. 1심은 테키야 보고서가 삼성전자 IP센터 기술분석팀과 법무팀 등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작성해 상대방이 취득할 경우 특허 협상·소송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정보라며 영업비밀성을 인정하고 안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안 전 부사장 측은 이 같은 1심 판단의 전제를 다시 반박했다. 보고서의 특허 검토 결과는 공개된 특허와 제품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성·침해 가능성과 유효성을 분석한 법적 평가에 불과하고, 대응 방안 역시 기업이 통상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정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특허 검토 결과 부분에 관해서 보면 이는 특허의 유효성, 침해 여부를 분석하는 행위로서 공개된 정보를 소재로 한 법적 평가 판단 행위에 해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의 특허 검토 평가 결과가 삼성전자의 동종 업계에 속한 경쟁사에 유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해서 삼성전자에 대해서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너지IP와 삼성전자가 경쟁관계였다는 점도 부인했다. 시너지IP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 것이 아니라 특허분쟁에서 법적 권리를 행사한 당사자였으며, 보고서 유출로 삼성전자가 경쟁상 이익을 잃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공개정보 분석 vs 영업비밀…재판부는 법리 근거 따져

보고서의 ‘비공지성’도 쟁점이었다. 변호인은 공개된 특허 명세서와 제품 정보, 선행문헌 등을 활용하면 지식재산권 분야 종사자가 통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안 전 부사장 측이 제시한 ‘영업비밀은 특허 발명에 준하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정보로 봐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를 확인했다. 관련 학자나 판례, 외국 사례가 있는지를 묻자 변호인은 “논리에 따라서 말씀드린 것이고, 가능하면 선고일 전까지 이 부분에 관한 논문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독자적인 견해인지 다시 묻자 변호인은 이를 인정했다.

안 전 부사장 측은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주장하면서도 보고서 취득과 사용 자체는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안 전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전자와 관련된 사항은 좀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했어야 했음에도 부주의했던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테키야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경제적 이익을 포기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안 전 부사장과 삼성전자 사내 특허 변호사 출신 조성일 피고인에 대한 변론은 종결됐다. 이동호 전 삼성디스플레이 출원그룹장 등 피고인 2명은 이달 22일 최종변론한다. 이 전 그룹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5억 3612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등 5명에 대한 선고는 10월 27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다.

강은경 기자

기술과 산업을 취재하고 씁니다.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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