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 승객이 버스에 올라탔다. 핸드폰을 연신 버스의 카드 단말기에 돼보지만, 계속 인식이 되지 않았다. 실물 교통카드 없이 핸드폰 속 모바일 교통카드만 믿고 버스에 오른 그는 연신 버스요금이 찍히지 않자, 내리겠다고 했다. 남자의 목적지를 물어본 버스 기사는 그에게 계좌이체를 안내했다. 현금이 사라진 요즘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1999년 교통카드 도입 이전에는 종이 회수권을 내고 버스를 탔다. 현금보다는 회수권을 구매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7일부터 전국 최초로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 원대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이 카드로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는 물론,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6만 2000원권과 6만 5000원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신분당선과 다른 시도 면허 버스, 광역버스는 이용할 수 없고,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더라도 서울을 벗어난 역에서는 이 카드를 찍고 내릴 수 없다. 이 경우 하차 역에서 역무원을 호출해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김포골드라인 전 구간(양촌∼김포공항역), 진접선 전 구간(별내별가람∼진접역), 5호선 하남 구간(미사∼하남검단산역), 7호선 인천 구간(석남∼까치울역)에서 하차는 가능하다.
이 카드는 모바일 티머니 앱이나 지하철역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사용 개시일로부터 30일간 이용할 수 있는데, 평소 한 달에 6만 2000원 이상의 교통요금을 지출하는 서울 생활권 시민에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불만이 있지 않을까. 이 때문에 서울시가 지난해 ‘기후동행카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경기도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는 5월에는 국토교통부의 ‘K-패스’, 경기도의 ‘The경기패스’, 인천시의 ‘I-패스’가 출시되니, 자신이 이용하는 지역과 대중교통 방식을 따져 이용하면 된다.
먼저 국토부의 K패스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시내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을 월 15회 이상 이용할 경우 지출 금액의 일정 비율(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을 다음 달에 돌려받는다. 마을버스, 농어촌버스, 신분당선, 광역버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에서도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월 최대 60회로 제한돼 있다. 특히, 청년층은 만 19~34살로 규정해 30%를 환급받는다. 수도권에 살지 않고 광역 단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서울에 살면서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한다면 유리하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라면 The경기패스와 I-패스가 유리하다. 이 두 교통카드는 K-패스처럼 사후 환급해 주는 방식은 똑같다. 그러나 지원 횟수 제한이 없고, 청년층의 연령을 만 39세로 확대했다. I-패스는 65세 이상의 경우, 환급혜택을 30%로 부여한다. 19살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경기도는 별도로 연 최대 24만 원, 인천시는 12만 원씩 지원한다.
K-패스와 The경기패스, I-패스 카드는 5월부터 K-패스 공식앱 혹은 홈페이지를 통해 카드를 등록하면 된다. 신용카드는 환급 금액만큼 다음 달 지불 요금에서 차감되고, 체크카드는 계좌 입금, 마일리지 카드는 마일리지로 환급된다. 기존의 알뜰교통카드 사용하고 있다면 별도의 카드를 재발급하지 않아도 K-패스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과거 버스요금이 1000원일 당시, 정치인이었던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은 버스요금이 얼마인지 아냐는 질문에 “버스 한 번 탈 때 70원 하나?”라고 답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도 옛말이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매달 나가는 교통비를 보고 나서야 아까운 마음이 불쑥 든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 첫날인 27일 이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시민은 약 7만 1000명에 달했다. 현금으로만 충전 가능하다는 점, 기후동행카드 적용 지역을 벗어나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그럼에도 교통비를 절약하는데 있어 시민들의 반응은 일단 좋은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