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배우자에게 2.5조 원 상당의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는 국내 게임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인용 판결이 나온 가운데, 법조계는 ‘항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분 100%를 권혁빈 CVO가 보유해 경영권 자체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여러 주요 의사 결정 과정 때마다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다만 법조계에서는 기존에 역대 최대 재산분할액을 기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과는 구조가 다르다 보니, 권 CVO가 2심에서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1심, 창업 초반 투자 등 관여한 아내 몫 ‘35%’ 인정
글로벌 메가 히트작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로 8조 원대 자산 신화를 쓴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사건은 예상대로 ‘역대 최대 규모 재산분할액’이 결정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정동혁)가 지난 9일 권 CVO와 배우자 이 아무개 씨의 이혼 소송 1심에서 스마일게이트의 회사 가치를 7조 원대로 판단하고 “권 CVO는 이 씨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약 2조 4867억 원 상당)로 양도하고, 현금 65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노소영 관장이 받게 될 944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최상위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권 CVO가 지분 100%를 단독 보유했는데, 1심 판결대로 이 씨에게 주식 35%가 현물로 분할되면 권 CVO의 지분율은 65%로 떨어지게 된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66.7%) 이상 확보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권 CVO 단독으로 합병·분할 등 핵심적인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혼인 관계가 파탄되지 않았고 가정을 유지하겠다”며 이혼 자체를 거부한 권 CVO 측과 “지분 50%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 씨 측의 입장이 1심 내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에 법조계는 양측 모두 항소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법조인은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일은 없지만 기존에는 지분 100% 보유로 의사 결정이 빨랐던 터라 권 CVO 측에서 항소해 배우자에게 넘어가는 지분을 30% 미만으로 줄이거나 현금 등을 주는 방식으로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창업 당시 처가를 통해 투자를 받아낸 배우자 이 씨 역시 이를 명분 삼아 지분을 더 많이 받으려고 항소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물려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다르다?
법조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노소영 관장 이혼 사건과 재산을 일군 과정이 다른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물려받은 SK그룹 주식에 대해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충분했지만, 권 CVO와 이 씨 사건은 ‘결혼 후 무일푼에서 시작해 함께 일군 부부 공동 창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두 사건 모두 30%대 중반의 재산분할 결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권 CVO와 아내 이 씨는 서강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했고, 이듬해인 2002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 씨는 창업 초기 지분 30%를 보유하면서 회사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 법인 등기부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씨는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했는데, 1심 법원은 이 같은 점을 모두 고려해 ‘통상적인’ 전업주부 수준(20~30%)보다 높은 35%를 인정했다.
최태원 회장-노소영 관장 이혼 소송의 분할비율이 약 67% 대 33%인 점을 고려할 때,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스마일게이트 지분이 2심에서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이유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노소영 관장의 경우 직접적인 경영 기여가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33%를 받았는데, 처가에서 투자를 받아오고 초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이 씨는 35%만 받았다는 점에선 향후 권 CVO 측이 더 불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항소는 판결문 송달 후 2주 이내에 할 수 있는데, 현재 양측은 항소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양측 모두 항소 후 ‘공동 창업자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 CVO 측은 “이 씨가 실제로 출자하거나 근무한 적이 없어 공동창업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이 씨 측은 “창업 초반 친정 지원으로 지분 30%를 가진 적이 있으며 등기이사와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력이 있어 공동창업자로 봐야 한다”고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이혼 사건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변호사는 “노소영 관장이 1심에서 지분을 달라고 하다가 2심부터 ‘현금’으로 바꾼 것은 경영권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권 CVO와 이 씨 사건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양쪽 모두 변호사들과 상담하며 2심에서 어떤 논리를 내세워 조금이라도 더 받아낼지, 1심 판결문을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