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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간판 내리기 직전 ‘땡처리’와 ‘알박기’ 나섰다?

검찰청 해체 앞두고 수사 ‘신속 정리’ 지시에 처분 잇따라

[비즈한국] 차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최근 맡은 검찰 사건 대응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사건을 마무리해야 하니 추가적인 입장이나 증거를 제출하라는 검사들의 요청이 늘고 있기 때문. 검사실을 직접 찾아가 의뢰인의 입장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지방 검찰청에 가기 위해 KTX를 타는 일도 늘었다. A 변호사는 “검찰이 짧으면 4~5개월, 길면 1~2년 이상 들고 있던 사건을 무혐의나 기소 처분을 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처리하기 애매했던 사건들은 거꾸로 변호사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려 검찰 접촉이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강제수사에 돌입해 지난달 21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가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들 노재헌 주중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노태우센터, 차명계좌 제공 의혹을 받는 옛 비서관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5·18기념재단이 고발장을 낸 지 1년 10개월 만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해체 후 공소청이 출범하는 10월 2일 전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검찰 해체 50일 전에 압수수색에 착수한 것은 강제 수사 착수를 ‘검찰 발’로 해두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의 신속 종결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박정훈 기자

무혐의 처리 또는 기소 

검찰청 간판을 내리고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형사사법 체계 출범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검찰청은 ‘사건 마무리’로 바쁘다. 오랜 기간 추가 수사하던 장기미제 사건 등 최대한 많은 사건은 현재까지 확보된 기록을 토대로 처분하고, 끝내지 못한 사건들은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기기 위해서다.

대검찰청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전달했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해 처리 가능한 사건은 신속히 종결하도록 한 것이다. 다음달 2일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불가피한 사건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최대 90일간 계속 수사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경찰이나 중수청으로 이관해야 하기에 ‘사건 마무리’에 나선 것이다.

대검찰청은 장기미제 사건의 경우 기한 내 보완수사가 어렵다면 가급적 현재 기록에 나온 증거관계를 토대로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시했다.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불가피할 경우 검사장 승인을 받도록 했다.

검찰이 짧으면 4~5개월, 길면 2~3년 동안 쥐고 있던 민감한 정치·기업 관련 사건들을 도장 찍듯 기계적으로 무혐의 땡처리와 기소 중 하나를 고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미제로 남겨 중수청이나 경찰로 이첩하게 되면 검찰의 의사 판단 과정이나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로펌들 ‘무혐의’ 처분 받아내려 안간힘

검사들이 변호사들을 찾는 일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 사건을 맡고 있는 피의자나 피해자 측 변호사들에게 “추가 의견서나 증거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제출하라, 조만간 사건을 종결할 것”이라며 서면 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변호사들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검찰을 찾아다니며 ‘무혐의’를 요청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검찰이 사건 처리를 쏟아내다 보니 의뢰인 측에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대형 로펌들이 전관을 앞세워 엄청나게 검찰에 목소리를 넣고 있다. 이번 달에만 검사 면담을 하루에 두 번 이상 했다”며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뉘었을 때 재수사를 어떻게 요구할지 조직 간 시스템이 아직 없다 보니 지금 무혐의를 받으면 ‘다시 뒤집기 힘든 기회’라고 여긴 로펌들의 ‘검찰 설득전’이 엄청나게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갑자기 초대형 기획 수사 돌입, 왜?

하지만 검찰의 행보는 단순히 ‘사건 털어내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10월 2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 절대 결론을 낼 수 없음에도 전격적으로 초대형 기획 수사를 새로 개시하는 정반대의 기현상도 포착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8월 말 전격 단행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은닉 의혹’ 관련 강제수사(압수수색)다. 서울중앙지검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선경 300억 약속어음’ 등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관련 금융기관과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짧아도 수개월 이상, 길면 2년까지도 수사할 만한 대형 비자금 수사를 이 시점에 굳이 새로 펼쳐든 배경을 두고 ‘판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기존에 직접 수사에 착수한 주요 인지 사건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 등은 공소청 출범 이후에도 최장 90일(3개월)간 자체 수사를 유지하며 마무리할 수 있는 유예 통로를 활용해 ‘공소청 전환 후 수사권’도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의 뼈대와 압수물 등 핵심 스모킹 건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두면 10월 2일 중수청으로 사건을 넘기더라도 검찰이 짜놓은 구조를 크게 바꾸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나 영장을 놓고도 치열한 법리 다툼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당장 기소중지 사건의 피의자가 10월 2일 이후 중수청에 의해 검거될 경우 수사권이 사라진 검찰이 청구한 영장으로 중수청이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두고 법리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처럼 기존 법과 새로운 조직 관계 속 빈틈을 파고드는 변호사와 중수청·공소청 간 법리 해석 다툼도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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