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로펌 직원이나 언론사 기자들의 ‘선행매매’ 사건이 드러난 것은 AI와 알고리즘의 역할이 주효했다. 수많은 거래 기록 중 특정 계좌가 공시 전후로 매수·매도한 흔적을 찾아낸 것.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은 일정 금액 이상의 매수·매도 흔적이 있으면 이를 첩보 삼아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한다. 제보가 없어도 수상한 거래 흔적만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진화하는 주가조작 기술에 맞춰 금융당국도 AI를 활용해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KRX),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적발을 위한 ‘인공지능(AI) 수사 및 감시 모델’을 대대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AI 조사역 도입한다
금감원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AI모델을 2028년부터 본격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AI가 이상 거래와 연계 계좌를 찾아내고 필요한 추가 조사를 통해 증거까지 확보하는 방식이다. 보고서 작성과 같은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도 구축한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 LG CNS를 ‘AI 기반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마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첩보를 바탕으로 한 과거 수사 방식에서 탈피, AI를 활용하는 수사 사례를 늘리려는 시도다. 주가·거래량·공시 등 공개 정보뿐 아니라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비공개 자료와 조사 기획안과 보고서, 처리 의견서 등 과거 사건 자료도 학습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AI를 활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비할 예정인데, LG CNS는 기존에 공개된 범용 AI 모델을 금감원 업무에 맞게 전용 모델로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이미 많이 활용, 빠른 처리 장점”
사실 범용 AI는 최근 많이 활용되는 금융당국의 수사 도구다. 증권사나 은행은 △주가 급등락을 유발할 수 있는 호재성 뉴스나 공시가 나오기 직전, 평소 거래가 없던 계좌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흔적이 있거나 △특정 시기에 큰 금액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인 뒤 공시나 뉴스가 나오자마자 처분하는 흐름이 반복되면 FIU에 신고한다.
그러면 금융당국은 AI를 활용, 의심 계좌군을 찾아내 거래 정황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계좌주가 ‘누구’인지 모른 상태에서 거래 흔적만 놓고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계좌주가 어떻게 예민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계좌에서부터 거꾸로 확인해 나가는 방식이다. 수사관과 조사역들이 첩보를 토대로 수개월간 밤을 새워 매달려야 했던 계좌 추적의 뼈대를 AI가 빠르게 찾아내 먼저 수사 시작점으로 삼는 새로운 시스템이 구비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파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은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AI와 알고리즘을 활용, 수년 전 거래 기록에서도 수상한 흔적들을 계속 찾아 나가고 있다”며 “일정한 기준을 입력한 뒤 의심 가는 상황을 찾아내게끔 하면 수만 건의 거래 기록에서도 주가조작 세력의 이상 징후는 빠르게 추려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아무리 점 조직 형태로 계좌를 쪼개고 시세조종 주문을 분산하더라도, 모든 체결 내역과 대규모 자금 이동은 거래소와 FIU의 데이터베이스에 남기 때문에 10년 전 기록도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1980~90년대 기술 부족으로 진범을 잡지 못한 사건을 2000년대 넘어 기술이 진화해 검거한 경우가 꽤 있지 않냐”며 “주가조작이 그렇다.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던 사건들이 이제 AI를 통한 의심 거래 포착으로 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FIU 출신 법조인은 “과거에는 2~3년 전 선행매매나 미공개 정보 활용의 경우를 잡아내는 로직이 없었지만 현재는 AI 기술을 활용, FIU의 이상 거래 분석 능력이 진화하면서 적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비공개 수사 노하우까지 흡수한 차세대 AI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수사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