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뒤, 금융위원회 주도 하에 출범한 주가조작근절 합동대응단(합동대응단)이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이 주도한 초동 압수수색 절차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 1호 사건부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사건의 유무죄를 다투기도 전에 ‘증거능력 부재’라는 치명적 악재를 만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합동대응단의 초반 수사 전체가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종합병원 등을 운영하는 재력가와 자산운용사 임원 등을 고발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불공정 거래 척결을 강조한 후 출범한 합동대응단은 첫 사건으로 DI동일 수사를 낙점했다. 이후,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고 지난 7월 초 김 아무개 씨 등 핵심 관계자 4명에게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이들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합동대응단에서 확보한 증거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피고인들의 준항고 신청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피고인 측은 구속영장 청구 직전, 합동대응단의 구성을 문제 삼았다. 현행법으로 금융위원회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지휘할 수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권한이 없다.
문제는 합동대응단의 구성이다. 합동대응단에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직원이 모두 합류했는데, 수사 초반 인력은 금감원이 주를 이뤘다. 금융위 인력은 단 4명에 불과했고, 금감원 20명, 한국거래소 12명 등 총 37명 규모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지적한 것은 이 빈틈이었다. 현장 압수수색 및 포렌식을 할 때 형식적으로는 금융위를 거쳐 진행됐지만, 실제 압수수색 및 포렌식은 대부분 금감원 직원들이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원에 “현행법상 금감원은 피조사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임의조사만 가능할 뿐, 압수수색 권한은 없다”며 준항고장을 냈다. 합동대응단이 확보한 증거 능력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부장판사 김주석)은 지난 2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아무개 씨가 “자본시장법상 압수수색 권한이 없는 금감원 직원이 관련 절차를 주도해 위법하다”며 제기한 준항고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합동대응단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별도 영장을 받아 수사를 이어왔지만, 합동대응단의 초반 자료 확보 과정의 위법성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통상 위법하게 확보한 것으로 판단을 받은 압수물의 경우, 다시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해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분류돼, 재판에서 유죄 입증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위법하게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파생된 2차 증거 역시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에 따라 증거능력이 배척되는 게 일반적이다.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판정된 이상 당시 압수한 계좌 내역, 내부 문건,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폰 복원 데이터 등 주가조작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물리적 증거들은 법정에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나서 지시한 1호 사건부터 ‘수사’가 실패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변호사는 “피고인 측의 변호사 중 한 명이 ‘금감원은 권한이 없다는 점’을 파고 들어 법원에 제대로 지적했고, 증거 확보 과정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며 “준항고를 신청했을 때 이를 다툰 뒤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으니 영장부터 청구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증거물 대부분이 사실상 무효가 된 셈이기 때문에 합동대응단과 검찰이 1호 사건을 기소하려면 남은 증거물을 가지고 다시 불법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법조인들 중심의 ‘수사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비법조인이 주를 이룬 금융위와 금감원이 ‘법적 권한 경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대통령 지시에 급하게 조직을 구성하다 보니 발생한 참사”라며 “이 사건 이후 합동대응단의 모든 수사 피의자들이 똑같은 논리를 가지고 ‘증거를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을 찾아갈 것이고 법원도 ‘위법’이라고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그동안 합동대응단이 확보한 증거는 모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