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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해고 못 하니 고립 배치? 인사권과 부당해고의 경계

해고는 엄격히 제한되지만 전보·배치전환에는 사용자 재량 폭넓게 인정… 엇갈린 입증 책임의 현실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그 내막을 더욱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회사는 노무 분쟁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인사권을 활용해 고립된 자리에 배치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생성형 AI

노무 사건의 수임은 달갑지 않다. 승패가 중요하다는 점은 모든 사건이 마찬가지지만, 노무 사건은 특히 그렇다. 근로자가 회사에서 축출당하는 경우 인생의 모든 가치가 부정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회사로서도 노무 분쟁에서 패소해 근로자를 제어하지 못하면 골머리를 앓는다. 따라서 그 어떤 사건보다 노무 사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상황이 이렇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노무 사건을 맡게 된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필자가 과거 수임한 사건 중 하나에서 비롯됐다. 근로자를 대리해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다퉜다. 우리나라에서 해고의 자유가 없다는 것은 초심자도 아는 상식이다.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필자는 이 원칙을 믿고, 회사를 향해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예상 밖의 수를 뒀다. 의뢰인을 대단히 불쾌하고, 격리되고, 고립된 자리로 배치한 뒤 당장 출근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의 손을 들어 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논리는 이랬다. 회사가 복직시키겠다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청을 기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날 필자는 우리 노동법의 구조를 다시 확인했다. 해고에 대해서는 근로자에게 유리하지만, 인사권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회사에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정당한 이유’라는 요건에는 해고 규제의 무게가 실려 있다.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관계가 껄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내보낼 수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미국식 임의 고용(employment at will)과는 정반대다. 해고의 정당성은 사용자가 입증해야 하고, 그 기준은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는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 요컨대 해고는 엄격하게 제한한다.

문제는 같은 조문이 전직에도 똑같이 정당한 이유를 요구한다는 데 있다. 문언만 보면 배치전환도 해고와 같은 기준으로 심사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실무는 다르게 운영된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는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대법원 94다52928, 93다47677 등). 정당성 판단의 기준은 ① 업무상 필요성과 ②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③ 근로자와 협의하는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하는 것이다.

내용만 보면 균형 잡힌 3요소 기준으로 읽힌다. 그러나 실제 기준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협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전보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까지 판단했다(대법원 2020다253744). 결국 근로자가 이기려면, 전보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불이익이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해고에서는 정당성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하지만, 전보에서는 부당성의 입증 부담이 사실상 근로자에게 넘어온다. 같은 법문이지만 심사의 강도가 다른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정면 해고에서 근로자를 보호하지만 복직 형식을 활용한 인사상 불이익에서는 근로자를 충분히 구제하지 못한다. 사진=생성형 AI 

이 차이를 아는 회사는 해고를 정면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인사권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해고를 관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회사는, 복직이라는 형식으로 구제신청의 실익을 없앤다. 그러면서 정작 근로자를 앉히는 자리는 인사권이라는 완화된 기준으로 처리한다. 실제로 근로자가 해고를 다투며 구제 신청을 하자, 회사가 곧바로 복직 명령을 통보하고 이튿날 출근을 요구한 사례가 판례에 거듭 등장한다.

이때 근로자는 매우 곤란한 선택에 놓인다. 형편없는 자리로의 복직을 거부하면 무단결근이 돼 구제 이익마저 사라질 위험이 있고, 받아들이면 좌천과 고립을 감수해야 한다. 지방노동위원회가 복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기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가 있다. 해고는 제한하지만, 그 사람을 어디에 배치할지는 회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다만 최근 판례의 흐름은 근로자에게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첫째, 원직 복직을 원하지 않는 근로자는 금전보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둘째, 대법원은 사용자가 원직 복직을 명하고 임금 상당액을 지급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보상명령을 받을 구제 이익이 곧바로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보아, 복직 명령의 진정성을 정면 쟁점으로 삼았다. 회사가 구제 신청을 회피할 목적으로 형식적 복직 명령을 한 것이라면, 그 진정성 자체를 다툴 수 있다.

셋째, 보복성 고립·격리 배치는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이라는 별개의 사유로 다툴 수 있다. 넷째, 전보가 실질적으로 징계의 일환이라면 완화된 인사권의 기준이 아니라 엄격한 징계의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다툴 수 있다(대법원 97다36316). 결국 대리인으로서는 회사의 인사 조치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가 아니라 해고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밝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인사권의 유연성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조직을 운영하려면 사람을 재배치할 권한이 필요하고, 법원이 경영 판단 하나하나를 사후에 뒤집는 것도 온당치 않다. 문제는 강도가 다른 두 심사가 같은 결과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해고는 제한하면서 해고와 사실상 같은 결과에 이르는 인사 조치를 완화된 기준으로 허용하면, 해고 제한의 원칙은 실효성을 잃는다. 근로자를 해고할 수는 없어도 견딜 수 없는 자리로 보내 스스로 나가게 만들 수 있다면, 해고 제한은 유명무실해진다.

그래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두 가지를 더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하나는 복직의 진정성이다. 그 복직이 근로자를 실제로 되돌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구제를 무력화하려는 형식인지를 보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전보의 실질이다. 그 배치가 업무상 필요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툰 데 대한 응징인지를 봐야 한다.

우리 노동법은 근로자를 해고로부터는 보호한다. 그러나 아직 회사가 그를 배치하는 자리로부터는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 필자가 그날 지노위에서 확인한 것이 바로 그 지점이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필자 정양훈은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그룹의 구성원 변호사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사건과 컴플라이언스, 하도급·가맹·대리점 등 유통분야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고등검찰청(국가소송팀) 등을 거쳐 바른에 합류하였으며, 강연과 기고를 통해 공정거래 분야의 이슈와 실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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