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진이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 물류센터 준공 지연을 이유로 삼성물산에 제기한 156억 원 규모의 지체상금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양측이 변경계약을 통해 준공기한을 연장했고, 삼성물산이 그 기한 안에 공사를 마쳤다고 판단했다. 반면 공기 연장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 98억 원은 한진이 지급하도록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이정재)는 지난 1일 한진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지체상금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삼성물산이 반소로 청구한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공사비 97억 5091만 원을 인정하고, 한진이 이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삼성물산이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근거로 요구한 물가상승분 195억 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 한진이 부담해야”
양측 분쟁은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 물류센터 신축 공사에서 시작됐다. 대전 유성구 종합물류단지에 축구장 20개(연면적 약 15만 ㎡) 크기인 물류센터를 짓는 공사였다. 현재는 하루 120만 박스를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물류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한진은 2021년 삼성물산에 이 물류센터 공사를 맡겼다. 최초 계약상 공사기간은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공사비는 1554억 원 수준이었다.
공사 과정에서 준공 일정은 크게 밀렸다. 삼성물산은 2023년 10월 31일 물류센터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을 받았다. 앞서 양측은 2022년 12월 변경계약을 맺고 준공기한을 2023년 10월 31일까지 연장했다. 한진은 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물산이 당초 준공기한인 2022년 12월부터 지체상금을 계속 부담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종 계약금액 10%인 156억 원을 지체상금으로 청구했다. 삼성물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24년 1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물산에 지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변경계약에는 바뀐 준공기한과 지체상금률이 함께 기재됐지만, 종전 기한부터 지체상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지체상금을 추후 협의한다는 문구는 존재했지만 이후 별도 합의가 없었던 만큼 한진 측 주장의 근거가 되지 못했다. 삼성물산이 변경된 기한에 공사를 마치고 사용승인을 받은 이상 이행지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은 한진이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한진이 별도로 발주한 물류설비 공사와 이에 연계된 소방공사 일정은 건축공사와 맞물려 있었고, 오염토·폐기물과 연약지반 처리, 신규 램프 설치를 위한 설계변경도 준공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한진이 변경된 공정표와 설계변경을 승인한 사정도 확인됐다. 재판부는 한진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삼성물산 귀책사유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양측 도급계약에는 시공사 책임이 아닌 사유로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현장관리비 등 추가 경비를 조정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법원 감정인은 연장 기간에 발생한 간접공사비 약 69억 원과 기타 추가 공사비 약 28억 원 등 총 98억 원을 산정했다. 한진은 감정액 자체를 다투지 않았다.

물가변동 배제특약 유효 “삼성물산, 배제 조건 알고 입찰”
다만 삼성물산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청구한 195억 원의 추가 공사비는 인정되지 않았다. 양측은 당초 계약에서 공사 완료 시점까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계약상 불가항력에 따른 손해를 보전하는 조항을 근거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앞선 물가변동 배제특약 역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물산이 제시한 사유들이 계약이 정하는 불가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은 검사를 마친 기성 부분이나 대여품에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이 규정이 공사 중 물가변동에 따른 손실까지 보상하는 근거는 아니라고 봤다. 더욱이 코로나19는 계약 당시 이미 장기간 이어진 상태였고, 전쟁은 구체적으로 어떤 자재의 원가 상승과 손해를 초래했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도 유효하다고 봤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계약 후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공사비 변동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등 계약 내용이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이 부분은 무효로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이런 배제 조건을 알고 입찰했고, 관련 위험을 공사비에 반영할 지식과 경험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계약상 법령 변경이나 공기 연장, 설계변경에 따른 조정은 여전히 허용됐고 물가가 내려도 공사비를 감액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
한진과 삼성물산은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22일 각각 항소했다. 비즈한국은 1심 판결과 관련한 입장과 항소 계획 등을 묻고자 양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둘러싼 법원 판단은 엇갈린다. 부산고등법원은 2023년 11월 발주자 사정으로 착공이 8개월가량 늦어진 사이 철근 가격이 두 배가량 오른 사건에서 특약을 무효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은 물가 급등 시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대구고등법원은 수급인이 배제 조건을 알고 입찰한 점 등을 각각 고려해 특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계약 조건과 체결 경위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