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빚이 120억 원 있다. 평가액 800억 원이 넘는 주식도 있다. 주식을 팔아 갚으면 될 것 아닌가. 간단한 산수 문제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답을 구하기 어려운 난제가 됐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OGQ의 신철호 대표 이야기다. 비즈한국은 앞서 신 대표가 투자계약상 ‘이해관계인’ 조항으로 회사가 받은 투자금 90억 원에 대한 개인 지급 의무를 떠안게 된 과정(관련기사 “창업자 혼자 120억 빚더미” 연대보증만큼 무서운 ‘이해관계인’의 함정)을 보도했다. 채무 발생의 부담함은 둘째치고 이 거액의 빚을 갚을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세 가지다. △회사가 투자자 지분을 사서 없애는 것 △신 대표가 자기 지분 일부를 파는 것 △제3자가 투자자 지분을 사가는 것. 셋 중 하나만 성사돼도 채무는 해결되고 회사도 경영권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세 가지 방법은 저마다 이유로 모두 막혀 있다. 투자 계약 과정에서 삽입되는 조항인 ‘사전동의권’이라는 걸림돌 때문이다.

차등유상감자를 통한 투자금 회수
일단 가장 깔끔한 해법은 투자금을 실제로 받은 회사 차원의 해결이다. 회사가 모든 주주의 지분을 같은 비율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투자자의 주식을 대상으로 감자(차등감자)를 실시하고 그 대가를 지급(유상)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지분을 회사에 넘기고 투자금을 회수하며, 회사는 그 주식을 소각한다.
이는 회사가 신 대표의 개인 채무를 대신 갚는 것과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회사가 투자자와의 자본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신 대표 개인에게 청구된 채무 문제도 함께 해소하는 구조다.
신 대표 측은 투자금 90억 원이 OGQ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외부기관이 산정한 공정가치에 따라 투자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차등감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시행할 수 없다. 자본금 감소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상법상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그 찬성 의결권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성립한다. 감자 이후에는 채권자 보호 절차 등도 거쳐야 한다. 이 기간이 최소 6주에서 10주 가량 소요된다.
채권자인 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GP) 브레이브뉴인베스트먼트와 비전크리에이터도 차등감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GP 측은 비즈한국에 “차등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투자자 측이 2023년 5월 OGQ에 차등유상감자를 통한 상환을 먼저 제안했다는 내용도 항소심 판결문에 담겼다.
다만 그간 감자가 진행되지 않은 경위를 두고 양측 설명은 엇갈린다. 신 대표 측은 이사회 결의 후 투자자에게 동의를 요청했지만 장기간 회신을 받지 못했고, 강제매각이 시작된 뒤에야 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한다. 반면 투자자 측은 “회사로부터 유상감자를 위한 이사회 결의 통지나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미동의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수도 있다. 신 대표 측에 따르면 지분 약 3%를 보유한 숲(SOOP·옛 아프리카TV)은 7월 초 차등감자에 반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시행할 경우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숲의 지분만으로 특별결의를 단독 저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형사 고소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사회가 절차를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감자 가격이 공정한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지, 신 대표 개인의 채무 해결을 위해 회사 재산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첫 번째 방법은 대상 투자자가 동의해도 주주총회와 배임 논란이라는 또 다른 관문을 넘어야 한다.
개인 지분 매각에 걸린 ‘사전동의권’
두 번째는 신 대표가 자신의 재산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신 대표가 보유한 OGQ 지분은 약 32%, 외부 평가 기준 가치는 800억 원이 넘는다. 일부만 팔아도 120억 원을 변제하고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신 대표 측 설명이다. 물론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실제 매각가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매수자가 있어야 하고, 소수지분 할인과 세금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회사 자금이 나가지 않으니 배임 논란도 없고, IPO를 기다리는 다른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없다. 세 방법 중 부작용이 가장 적은 해법이다.
문제는 투자계약상 사전동의권이다. 벤처투자 계약에는 창업자가 지분을 처분할 때 기존 투자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흔히 들어간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떠나거나 경영권을 흔드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계약은 회사를 떠나기 위한 매각과 회사를 지키며 채무를 갚기 위한 매각을 구분하지 않는다. 동의 여부는 투자자의 판단에 달려 있고, 회신기한이나 거절 사유를 밝힐 의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사전동의권은 지분율에 따른 주주총회 표결과도 다르다. 투자계약마다 개별적으로 부여되기 때문에 여러 투자자 가운데 한 곳만 동의하지 않아도 거래가 막힐 수 있다.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구조다.
비즈한국은 네이버와 숲에 신 대표의 개인 지분 매각에 동의할 의사가 있는지 질의했다. 두 회사 모두 찬반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번 건과 관련해 OGQ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숲은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 무슨 일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당사자 외에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잘못된 판단을 하면 우리도 주주들에게 선관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어 지금은 공개된 대법원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자와 채무자 간 협의가 조속히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상장사 주주로서 충분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판단하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강제매각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의 여부 확인이 미뤄지는 동안 신 대표의 자발적 지분 매각은 멈춰 있지만 강제집행은 계속된다.
동의에는 판단과 책임이 따르지만, 무응답에는 별도 비용이 없다. 회신기한도, 부동의 사유를 설명할 의무도 없다면 판단을 유보하는 것만으로 사실상 거부권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제3자가 투자자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
세 번째는 제3자가 투자조합이 가진 OGQ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회사나 신 대표의 돈을 쓰지 않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신 대표 측은 2024년 한 상장사 계열사가 투자자 지분을 원금 90억 원에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투자자 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원금뿐 아니라 판결에 따른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P 측은 구체적인 제안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GP 측은 “매수자와 가격 정보는 투자 후 5년가량이 지난 2026년 6월에야 구두로 제시됐고, 법적 효력이 없는 의향서만 받았다”며 “매매계약서 초안조차 받지 못해 미동의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고 했다. 또한 GP 측은 제3자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방안 역시 동의한다고 비즈한국 측에 입장을 전했다.
다만 실제 인수 의향자가 있다 해도 협상할 시간은 필요하다. 실사와 가격 협상, 계약 조건 조율에는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신 대표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 절차와 판결 지연이자는 계속 진행된다.
답하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의사결정
세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발적인 해결에는 다른 주체의 결정이 필요하고, 그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 강제집행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철호 대표 측은 이 같은 투자금 상환을 추진하겠다며 GP 측에 강제집행을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법원 탄원서 작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GP 측은 투자금 상환 이외에 법원의 강제집행 절차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비즈한국에 밝혔다.
차등유상감자나 제3자 지분 인수는 GP 측이 받아야 할 채무 혹은 투자금 회수액에 못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 대표 측은 자신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세 방법 모두 기존 주주의 사전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차등감자는 주주총회가 결정한다. 신 대표 개인 지분 매각은 사전동의권을 가진 기존 투자자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투자자 지분 매각은 채권자인 GP가 선택해야 한다. 신 대표에게 자산은 있지만 이를 처분할 결정권은 혼자 갖고 있지 않다.
여기에 결정적인 비대칭이 있다. 사전동의권은 계약 당사자 사이의 약속이기 때문에 신 대표가 스스로 지분을 파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법원의 압류와 특별현금화 절차까지 막지는 못한다.
자발적 매각으로 필요한 만큼 지분을 팔아 빚을 갚는 길은 기존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면 강제집행에서는 진행 방식에 따라 신 대표가 보유한 32% 지분 전체가 현금화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매각 범위와 초과가치 정산 방식은 법원의 판단과 집행 절차에 따라 달라진다.
사전동의권은 없애야 할 제도가 아니다. 창업자가 투자자의 권리를 훼손하거나 일방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막는 정당한 장치다. 그러나 OGQ 사례는 이 권리에 답변기한과 설명 책임이 없을 때 어떤 교착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도 명백히 위법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아무 해결책도 작동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의 부작위를 탓하는 동안 채무와 이자는 불어나고, 자발적 해결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제도와 계약은 복잡하지만 상식적인 결론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창업자의 횡령이나 배임 같은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닌 만큼 신 대표는 경영권을 지키며 채무를 해결하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원만히 회수하는 것. 회사에 돈이 있고 창업자에게 지분이 있으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 상식으로 가는 길을 제도가 막고 있다. 창업자가 투자를 받는 순간 거의 예외 없이 서명하게 되는 이해관계인 조항과 사전동의권, 이 두 장치가 어디서 어떻게 오작동하는지 이제는 확인됐다.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