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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혼자 120억 빚더미”
연대보증만큼 무서운 ‘이해관계인’의 함정

신철호 OGQ 대표 SNS에 부당함 호소…'연대보증 폐지' 원칙 우회한 ‘이해관계자’ 관행이 원인

[비즈한국] 회사가 투자를 받았다. 그 돈은 한 푼도 쓰이지 않은 채 회사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돈을 갚으라는 소송은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 개인에게 날아왔다. 법원도 창업자가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내 최대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OGQ를 창업한 신철호 대표의 이야기다. 신 대표는 15일 SNS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자신이 120억 원의 개인 빚을 지게 된 과정을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자만 매달 1억 원씩 불어난다는 그는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벤처투자 제도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라고 주장했다.

OGQ는 2011년 설립된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으로, 이모티콘·이미지·폰트 등을 사고파는 ‘네이버 OGQ마켓’ 등을 운영한다. 사용자 1700만 명, 크리에이터 13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IP 마켓이다.

회사엔 400억 있는데 창업자는 파산 위기, 왜?

사건의 발단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OGQ는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전제로 A 투자사로부터 9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인수 완료 시점이나 기한이 특정되지 않은 조건부 투자였다. 계약서 어디에도 신 대표 개인의 ‘연대보증’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다만 계약 당사자는 투자자와 OGQ, 그리고 ‘이해관계인’ 신철호로 구성됐다.

투자업계 관행인 ‘이해관계인’ 조항은 정당한 투자 위험 배분일까. 아니면 연대보증 금지를 우회해 회사의 사업 위험을 창업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장치일까.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사진=생성형AI

2023년 A 투자사 측은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을 이유로 투자금 상환을 청구하면서 소송 상대를 회사가 아닌 신 대표 개인으로 삼았다. 1·2심을 거쳐 2026년 4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금 90억 원에 연 12% 이자가 더해진 약 120억 원이 신 대표 개인의 확정 채무가 됐다.

왜 거액의 투자를 받은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소송을 걸었을까. 신 대표에 따르면 투자금 90억 원은 “1원의 차이 없이” 회사 계좌에 그대로 있고, 회사는 400억 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90억 원에서 발생한 그간의 이자까지 회사에 쌓여 있다. 갚을 능력이 충분한 회사를 놔두고, 당장 120억 원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개인이 채무자가 된 셈이다.

신 대표는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것뿐 아니라, 이를 갚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호소한다. 신 대표 측에 따르면 자신이 보유한 OGQ 주식에는 투자계약상 처분 제한과 주주 간 동의 절차가 걸려 있어 혼자 매각하기 어렵고, 다른 주주들도 경영권 변동과 IPO 차질을 우려해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장부상 상당한 가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제때 현금화할 수 없어, 확정 채무를 상환할 유동성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법원 판결에 따라 신 대표의 급여와 부동산에 이어 보유 주식에 대한 강제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매각 범위에 따라 채권액을 크게 웃도는 경영권 지분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자칫 15년간 키워온 회사의 경영권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신 대표는 판결에는 승복한다면서도 “이 구조가 정상인지 감독기관이 들여다봐야 한다”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중소벤처기업부에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창업 실패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 왔다. 벤처투자법도 벤처캐피털이 투자 과정에서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어떻게 회사가 받은 투자금이 창업자 개인의 빚이 됐을까. 답은 계약서에 적힌 ‘이해관계인’이라는 다섯 글자에 있다.

연대보증과 결과 유사한 ‘이해관계인’ 관행

벤처투자 업계에는 오래된 관행이 하나 있다. 투자계약서에 회사뿐 아니라 창업자 개인을 ‘이해관계인’이라는 이름의 당사자로 함께 세우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중립적인 명칭이지만 실질은 다르다. 이해관계인이 된 창업자는 회사의 진술과 보증을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지분 처분이 제한되며, 퇴사도 제약받는다. 결정적으로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금전적 부담까지 나눠 진다. 회사가 져야 할 의무 옆에 개인의 이름을 나란히 적어두는 방식이다.

이 관행이 위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장치가 풋옵션, 즉 ‘주식매수청구권’이다. 약속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이해관계인인 창업자 개인이 투자자의 주식을 원금에 연 10% 안팎의 이자를 얹어 되사야 한다는 조항이다.

OGQ 계약은 전형적인 풋옵션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회사와 이해관계인이 투자금을 상환하도록 정했다. 다만 창업자 개인에게 투자금 상당의 책임을 지운다는 점에서는 구조가 유사하다. 조건이 어긋나는 순간 회사가 받은 투자금 전액과 이자를 창업자 개인이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창업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결과는 연대보증과 유사할 수 있다. 회사가 받은 투자금 상당액과 이자를 개인이 부담하고, 이를 갚지 못하면 개인 재산과 경영권까지 잃을 가능성도 생긴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규정과 지침 등을 통해 이해관계인 연대보증이 금지되는 추세이지만, 연대보증이라는 명칭만 사용하지 않을 뿐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해 사실상 연대보증의 효과를 얻으려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유치가 절실한 창업자에게는 이런 조항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계약 시점에는 사업 성공을 확신하고 있어 조항의 무게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OGQ는 2011년 설립된 크리에이터 콘텐츠 거래 플랫폼이다. 창작자들이 만든 이모티콘, 이미지, 폰트 등을 사고파는 ‘네이버 OGQ마켓’ 등을 운영하며, 네이버와 아프리카TV(현 SOOP)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성장했다. 사진=OGQ 홈페이지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왜 회사에만 회수 장치를 걸지 않고 창업자 개인을 계약에 끌어들일까. 회사에 직접 회수 책임을 묻는 장치에는 여러 법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법원 판례상 회사가 특정 주주에게만 투자 원금과 수익을 보장해주는 약정은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나 무효가 될 수 있다. 회사 앞으로 풋옵션을 걸면 계약 자체가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생긴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것도 쉽지 않다. 상법상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들이거나 상환우선주를 상환하려면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한다. 통장에 현금이 수백억 원 있어도 회계상 누적 적자가 있으면 회사는 그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기 어렵다. 성장 단계에서 적자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 스타트업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풋옵션이 발동되는 주된 상황, 즉 사업 부진이나 상장 실패 국면이야말로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시기라는 점이다. 회사 상대 장치는 정작 필요한 순간 작동하지 않는 안전핀인 셈이다. OGQ에 400억 원이 있는데도 개인이 채무자가 된 배경에도 이런 법적 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전직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연대보증은 금지됐고, 회사 상대 보장 약정이나 자기주식 취득에도 제약이 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창업자를 이해관계인으로 넣어 개인 책임까지 확보하는 이중장치를 두는 경우가 있다”며 “회사 상대 장치가 무력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처음부터 창업자 개인을 마지막 회수 수단으로 잡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이 아니다…13억 확정판결 받은 또 다른 창업자

이런 구조가 현실화된 것은 OGQ가 처음이 아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를 창업한 하진우 전 대표는 2017년 신한캐피탈로부터 5억 원을 투자받으며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에는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질 경우’ 투자금에 연 15%의 이자를 더해 물어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이후 투자 혹한기 속에 회사가 2024년 초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신한캐피탈은 회사가 아닌 하 전 대표 개인에게 청구서를 내밀고 그가 가족과 사는 집에 가압류를 걸었다. 어반베이스에 투자한 18개 투자사 가운데 창업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낸 곳은 신한캐피탈이 유일했다.

결과는 창업자의 완패였다.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원금 5억 원에 연복리 15% 이자를 더한 약 13억 원이 하 전 대표 개인의 채무로 확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창업가는 사업이 성공했을 때 막대한 이익을 누릴 기회를 얻는 만큼, 실패했을 때 투자금을 배상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횡령이나 배임 같은 창업자의 잘못이 없어도, 사업 실패 자체의 위험을 창업자 개인이 진다는 것이 현재 사법부의 시각인 셈이다.

두 사건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투자 주체가 모두 벤처투자법상 벤처투자조합이 아니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이른바 ‘신기조합’이라는 점이다. 2023년 도입된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규정’은 창업자에게 횡령·배임 등 귀책사유가 없으면 이해관계인에게 연대책임을 지우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 규정은 벤처투자조합에만 적용된다. 신기조합 투자에는 지금도 창업자 개인에게 회사의 책임을 지우는 계약이 가능하다. 두 계약 모두 규제 도입 이전에 체결돼 소급이 안 되는 데다, 투자자 유형 자체가 규제 밖에 있는 이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위험 배분” vs “규제 우회”…감독기관이 풀어야 할 숙제

이런 계약은 소송으로 가면 창업자가 이기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원은 대체로 사업 경험이 있는 성인이 자발적으로 서명한 계약은 문언대로 유효하다고 본다. 대표이사 개인을 상대로 한 주식매수 또는 상환 약정의 효력도 여러 판례에서 인정됐다. 계약이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요건도 매우 엄격하다. 단순히 투자 유치가 절박했다거나 협상력이 약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투자자 쪽 논리도 있다. 연대보증 폐지는 대출과 보증의 영역을 규율한 것이지, 지분투자의 계약 조건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풋옵션은 사업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약속한 조건의 이행을 담보하는 장치이고, 이런 안전장치조차 없다면 조건부 대형 투자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위험을 나눠 갖는 정당한 계약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계약서에 회수 조항이 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펀드 출자자에 대한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투자사의 딜레마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계약 구조가 지분 투자의 본질과 맞느냐는 근본적인 반론이 나온다. 정양훈 변호사는 “지분 투자는 실패하면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성공하면 큰 수익을 얻는 위험자본”이라며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사업 실패 사안에서 경영 리스크를 창업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조항은 일종의 탈법적 계약구조이므로, 그 효력을 축소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물론 신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의 쟁점은 한 창업자가 계약서를 제대로 읽었느냐에만 있지 않다. 연대보증은 금지하면서도 같은 규모의 개인 책임을 ‘이해관계인’이라는 계약 형식으로 부담시키는 관행을 허용해도 되는지, 회사가 충분한 자금을 보유한 상황에서도 개인 집행을 우선할 수 있게 두는 것이 정책 취지에 맞는지가 핵심이다.

창업자 쪽에서 보면 이는 이름만 바꾼 연대보증이나 다름없다. 투자금 규모의 개인 재산을 가진 창업자는 거의 없다. 조항이 발동되는 순간 창업자의 선택지는 개인 파산 아니면 경영권 상실로 좁혀진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의 약속이 계약서 조항 하나로 무력해진다면 규제의 의미도 퇴색한다.

창업자 개인의 책임을 제한하는 제도적 보완은 이미 이뤄졌지만, 신기조합이라는 사각지대와 과거 계약에서 발생한 책임은 그대로 남아 있다. OGQ 사건은 현재의 제도가 새로 막으려 한 관행이 그 공백을 통해 현실화된 사례다. 감독기관이 규제의 취지가 투자 주체를 가리지 않고 실제 투자 현장 전반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신 대표는 “제가 그냥 포기하는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가 이 부당함 앞에서 물러서면 언젠가 다른 창업자가 똑같은 자리에 서게 된다”며 “같은 일을 앞으로 누구도 겪지 않도록 잘못된 구조를 바로 세우고 싶다. 그것이 제가 이 긴 싸움을 시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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