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 주인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거인 우버(Uber)로 전격 교체되면서, 대한민국 플랫폼 시장의 판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우버는 한국 시장에 꾸준히 공을 들였지만, 제대로 자리조차 잡지 못했던 상황. 하지만 배민을 손자회사로 인수하면서 ‘배민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 맞춤형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기존 대주주였던 DH의 경우 배민이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다 보니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해도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는데, 우버에 인수되면서 쿠팡이츠와의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1위 ‘실적 회사’에서 ‘한국 시장 첨병 손자회사’로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는 배민의 모회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기업결합 계약을 체결했다. DH 주주를 대상으로 주당 41.5유로로 현금 공개매수를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DH 지분 100%를 기준으로 산정한 기업가치는 148억 달러(2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인수 대상은 한국 배민을 비롯해 중동 탈라밧과 헝거스테이션, 중남미 페디도스야, 동남아시아 푸드판다 등 DH가 50개 시장에서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 중 핵심은 단연 한국 배민이다. 시장 평가 가치가 8조 원에 달하는 한국 배민은 DH 사업들 중 단연 실적 우등생이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배민이 우버의 손자회사가 되면서 ‘포지션’이 달라진 것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산하의 배민은 모회사의 만성 적자를 떠받치던 압도적인 ‘1위 실적 회사’이자 캐시카우였다.
지난해 말 기준 DH의 부채는 약 9조 2500억 원(61억 6600만 유로)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231.2%까지 치솟았지만,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매출은 2023년 3조 4155억 원에서 지난해 5조 2829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3년 6998억 원에서 지난해 5928억 원에 이르는 등 수천억 규모의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기록했다. DH는 이 수익을 본사에 배당하는 방식으로 다른 시장에서의 부진을 메꾸는 데 집중했고, 이는 자연스레 배민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우버의 품에 안기면서 한국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최전선 첨병 손자회사’로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버는 배민의 압도적인 한국 시장 지배력과 현금 창출력을 토대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절대강자인 카카오T의 독점을 깨부수려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을 위해 우버가 설립한 우버택시의 처참한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합작사 중 하나였던 SK그룹 계열사 티맵모빌리티은 지난해 보유 지분 49%를 우버에 처분하고 손을 뗐다. 수익성 지표가 그 배경이다. 우버택시는 지난해 5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42억 원이다. 출범 이래 줄곧 마이너스 매출과 영업손실을 이어온 끝에 지난해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카카오T, 긴장해라?
그러다 보니 우버가 카카오T를 잡기 위해 ‘배민’을 활용할 가능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그만큼 우버는 오랜 기간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SK와 합작회사를 만들기 전인 2013년에는 자가용 카풀 서비스 ‘우버X’로 진출했다가 택시업계와 갈등으로 2015년 철수했다. 얼마전까지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수해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이는 국내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아성이 워낙 공고한 탓이 크다. 현재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가 90% 이상을 장악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우버가 손자 회사로 배민을 품게 됐으니, ‘택시 플랫폼 시장’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월 구독료 4900원의 글로벌 구독 멤버십 ‘우버 원(Uber One)’과 배민의 월 구독료 5900원의 구독 멤버십 ‘배민클럽’을 연동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배달 플랫폼과 모빌리티 플랫폼의 결합 상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는데, 매달 택시비와 배달비로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 이들에게 상품 구성에 따라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앱 경쟁도 심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결합 상품으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배민은 ‘수성을 위한 투자’에 주춤했던 상황이다. 이제 ‘할아버지’ 우버의 막대한 투자력을 확보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무료 배달 경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그동안 수익을 재투자에 활용했다면 쿠팡이츠도 이만큼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배민에 우버의 ‘자본력’이 투입된다면 택시 플랫폼 사업과 배달 플랫폼 사업의 지각변동이 상당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